그룹 걸스데이 출신 배우 이혜리(25)가 연기에 맛이 들렸다. 더 이상 흉내나 열정으로 비롯된 패기 수준이 아니다. 톤을 주물러가며 완급을 조절하고, 역할을 위해서라면 잠시 비주얼도 포기하는 그다. 이는 tvN '청일전자 미쓰리'에서의 활약으로 증명됐다.
극중 이혜리가 연기한 이선심은 공장의 말단 경리 사원으로, 부당한 대우에 맞서 부도 직전의 회사 대표이사가 된 역전의 승부사였다. 역할 설정 덕분에 이혜리는 일상 어딘가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회초년생을 그려야 했고, 수수한 화장과 허름한 공장 점퍼 정도의 치장만 허용됐다. 그렇다고 불평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설정에 충실하고자 노력했고, 제법 어울리는 차림새에 뿌듯할 따름이었다. "예쁘지 않아 속상하지 않았냐"는 우문에는 "예쁘기만 하면 이상했을 역할"이라는 현답을 내놓은 이혜리다.
Q. '청일전자 미쓰리' 이선심을 그리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A. 지금까지의 역할들과는 출발선부터 달랐다. '나라면 어땠을까'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내가 대신 싸워주고 싶어 연민이 생기는 아이'처럼 느껴졌다. 연기하는 내가 한 발짝 뒤에 물러서 역할을 골똘히 지켜본 경험이다. 지켜보다 보니, 나의 모습과 경험들이 있더라. 교집합을 찾은 것이다. 일하는 영역이 조금 다르지만 신인시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 현실에 부딪혀 하고 싶은 말을 못 한 경험, 그럼에도 이겨낸 경험 등에 공감했다. 유심히 살펴보니 내 주변 비연예인 친구들 혹은 언니들이 떠올랐다. 누구나 그렇게 살더라. 이선심은 절대로 튀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PD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보듬어 주고 싶고, 안타까운 면에 대해 어필했다. 그만큼 신경이 많이 쓰이는 역할이었다. 어느 때보다 조금 더 잘 표현하고 싶었다.
Q. 외적으로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A. 너무나도 일상의 이야기였다. 판타지가 아닌 현실과 맞닿아있는 이야기더라. 일상의 친구들과 스태프 동료들을 보면서 캐릭터를 가져왔다. 화려함은 덜어냈다. 초반에는 어설픈 화장을 진하게 해 볼까 고민도 했다. 사회초년생 친구들이 보통 그렇지 않나. 생각할수록 수수한 느낌이 들어야겠더라. 안경도 나만의 아이디어였다. 이미지가 달라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장 점퍼를 계속 입고 나온다. 드라마 안에서 일상복도 다섯 벌 정도를 돌려 입었다. 의도해 구상한 것이다. 통장잔고, 옷, 원룸 등의 느낌들은 모두 처음에 다 구상하고 시작했다. 다들 일상에서 그렇게 살지 않나.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Q. 이번 역할이 '안 예뻐 보인다'는 평가가 속상하지는 않던가?
A. 나는 괜찮았다. 나보다는 우리 스태프들이 안타까워하더라. 꾸며주는 분들이 그런 것에 대한 갈증이 생겼나 보다. 마지막 회에서 이선심이 인생 역전에 성공해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다. 그때만 기다렸다. 정장이 마치 황금 같았다. 이전의 역할들을 지우기 위해 외적인 콘셉트에 철저히 임하려고 노력한다. 감정선이나 톤도 중요하지만, 보여지는 부분은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전작의 잔상을 덜어낸 기분에 흐뭇하다.
Q. 본인의 대표작 '응답하라1988' 속 덕선이 역할의 이미지를 지우려고 노력하기도 했나?
A. 아니다. 선심이를 준비할 때 '덕선이가 보이면 안 돼' 생각하진 않았다. 선심이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려 애썼다. 덕선이, 선심이 모두 내게 있는 모습들이다. '덕선이 같다는 말을 절대 안 듣겠어'라고 마음먹었다면, 강렬한 악역이나 더욱 강한 임팩트를 줄만한 역할을 택했을 것이다. 작품 전반의 메시지와 역할의 심성에 반해 택한 '청일전자 미쓰리'였다.
Q. 주변 반응은 어땠나?
A. 이전 작품들과 전혀 달랐다. 어머니가 내 역할이 아닌, '청일전자 미쓰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더라. 극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대중에 고스란히 전해졌다는 반증으로 느껴졌다. 이선심 역할보다는 어머니와 동년배의 설정인 최영자(백지원) 역할을 유심히 살피고 공감해 우시더라. 되려 흐뭇했다. 또래 비연예인 친구들에게도 엄청나게 연락받았다. 꼭 자신들의 이야기 같아서 서러우면서, 선심이를 응원한다고 하더라. 이만큼 좋은 피드백은 없는 것 같다.
Q. 일각에서는 선심이의 행동을 '고구마'라고 답답해하기도 했다.
A. 선심이만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아니다. 우리네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전체를 말하다 보니 전개가 느려진 것일 뿐이다. 선심이가 니즈에 따라 확 변했다면 좋았을 수 있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가 된다. 결과는 고구마가 아니었으니 다행으로 생각한다.
Q. 연인 류준열은 어떤 피드백을 줬나?
A. 재밌게 봐줬다. 연기에 대한 이야기에 있어 때에 따라서 냉정하기도 하고, 따뜻할 때도 있다. 잘 만나고 있다. 걸스데이 멤버들과 남자 친구를 비슷한 횟수로 만나는 것 같다.
Q. 최고 시청률 3.9%(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에 그쳤다. 아쉬움은 없나?
A. 아쉽다. TV에 나오는 사람이다. 아쉽지 않고, 부담 없다는 이들을 보면 무책임해 보인다. 하지만, 시청률은 제작진과 출연진의 손을 떠난 일은 맞다고 생각한다. 제작과 연기에 충실하면, 하늘이 정해주는 게 시청률과 대진운 아닌가 싶다.
Q. 동시간대 경쟁작 KBS2 '동백꽃 필 무렵'이 강세였다. 야속하진 않던가?
A. 야속했다. '응답하라1988'로 친해진 김선영 언니와 통화할 일이 있었다. '연기 잘 보고 있다'며 안부를 물으시길래 '언니, 동백꽃'하면서 투정 섞인 애교를 떨었다. 그런데 정말 모르고 계시더라. 동시간대 작품이라는 걸 아예 인지 못하고 계셨던 것이다.(웃음) 하지만 난 꾸준히 경쟁작을 모니터링했다. 하도 재밌다고 하길래 봤다. '동백꽃 필 무렵'은 정말 재밌더라.
Q. 시청률 대신 위안 삼는 부분은 무엇인가?
A. 성장했다는 것이다. 연기 외적인 부분, 내면의 성숙함을 얻었다. 공장 경리의 인생을 반년 넘게 경험해봤다. 어떠한 경험이든 성장을 선물한다. 연기자의 특장점 아닌가. 다른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 선심이 덕분에 나와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 발맞춰 걷는 법을 배웠다.
Q.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이다. 어떤 느낌인가?
A. 어느새 그렇게 됐다. 내 나이도 두 달 지나면 스물일곱 살이 된다. 솔직히 오지 않았으면 좋겠을 타이틀이다.(웃음) 순간순간을 살아가며 충실하는 편이다. 이번 연도에 어떤 방향으로 목표를 이뤄 무언갈 보여주고자 애쓰지 않는다. 대신 한 해를 마무리하며 후회 없도록 현실에 충실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그리고 올 한 해도 후회 없이 살았다.
Q. 10년을 그렇게 후회 없이 쌓아왔다. 돌아보니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A. 주변을 살피는 습관이 들었다. 옛날에는 챙김과 보살핌을 받았다면, 이제는 오히려 내가 하려 한다. 내가 잘나서 그런 게 아니다. 운이 좋아 그런 선배들을 보고 익혔다. 옛날이 더욱 여유 없고 바쁜 와중에 어린 마음가짐이었다. 늘 챙김을 받는 입장이었다. 시야가 넓어지니 주변을 챙기면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Q. 걸스데이도 10년이 됐다. 여전히 끈끈한 팀워크의 비결은?
A. 친근감이라는 건 의도해서 나오는 게 아니다.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삐죽한 성격들이 아니라 가능했다. 둥글둥글하다 보니 서로 부딪힐 일 없고 잘 맞았다. 서로의 개인 영역도 존중했다. 멤버가 어느 시점에 개인 활동에 주력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Q. 걸스데이 10주년 기념 활동도 욕심날 법하다. 무대에 대한 갈증은 없나?
A. 이틀 전에 유튜브를 보다가 걸스데이 첫 데뷔부터 마지막 무대까지 정리해둔 영상이 있더라. 약 1시간 영상이었다. 내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참 빛나고 예쁜 시절'이더라. 그 영상을 보니, 갈증이 생겼다.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이 커져서 의상, 콘셉트, 음악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그러니 더욱 활동이 어려운가 보다. 할 때 잘할 걸 싶다. 얼마 전 핑클 선배들이 모인 걸 보며 걸스데이 멤버들끼리도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정말 시간이 많이 지나 그들처럼 다시 뭉칠 기회가 오지 않을까 그림을 그려보고 있다.
Q.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A. 팬들을 떠올리면,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 대신 소통에 힘을 쓰려고 노력 중이다. 유튜브에 재미가 들렸다. 시청자가 아닌 운영자로 애쓰고 있다. 팬들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정말 좋은 소통창구 아닌가. 나의 SNS로는 진짜 나의 일상을 보여주기 힘들더라. 요즘은 어딜 가든 영상 촬영을 하려고 노력한다. 얼마 전에 실버 버튼도 받았다. 다이아 버튼까지 열심히 소통하고 공유하겠다.
Q. 마지막으로 전국의 '청일전자 미쓰리' 선심이들에게 전하고픈 말 있다면?
A. 선심이와 함께 공감하고, 울어준 선심이들아. 여린 선심이도 착한 마음으로 배려하며 보듬어 앞으로 나아갔어, 결국엔 성장했고. 너희도 지금처럼 꿋꿋하게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는 과정을 버텨봐. '청일전자 미쓰리'처럼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 전국의 선심이들 힘내자.
극중 이혜리가 연기한 이선심은 공장의 말단 경리 사원으로, 부당한 대우에 맞서 부도 직전의 회사 대표이사가 된 역전의 승부사였다. 역할 설정 덕분에 이혜리는 일상 어딘가에 살고 있는 평범한 사회초년생을 그려야 했고, 수수한 화장과 허름한 공장 점퍼 정도의 치장만 허용됐다. 그렇다고 불평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설정에 충실하고자 노력했고, 제법 어울리는 차림새에 뿌듯할 따름이었다. "예쁘지 않아 속상하지 않았냐"는 우문에는 "예쁘기만 하면 이상했을 역할"이라는 현답을 내놓은 이혜리다.
Q. '청일전자 미쓰리' 이선심을 그리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A. 지금까지의 역할들과는 출발선부터 달랐다. '나라면 어땠을까'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내가 대신 싸워주고 싶어 연민이 생기는 아이'처럼 느껴졌다. 연기하는 내가 한 발짝 뒤에 물러서 역할을 골똘히 지켜본 경험이다. 지켜보다 보니, 나의 모습과 경험들이 있더라. 교집합을 찾은 것이다. 일하는 영역이 조금 다르지만 신인시절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경험, 현실에 부딪혀 하고 싶은 말을 못 한 경험, 그럼에도 이겨낸 경험 등에 공감했다. 유심히 살펴보니 내 주변 비연예인 친구들 혹은 언니들이 떠올랐다. 누구나 그렇게 살더라. 이선심은 절대로 튀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PD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보듬어 주고 싶고, 안타까운 면에 대해 어필했다. 그만큼 신경이 많이 쓰이는 역할이었다. 어느 때보다 조금 더 잘 표현하고 싶었다.
Q. 외적으로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A. 너무나도 일상의 이야기였다. 판타지가 아닌 현실과 맞닿아있는 이야기더라. 일상의 친구들과 스태프 동료들을 보면서 캐릭터를 가져왔다. 화려함은 덜어냈다. 초반에는 어설픈 화장을 진하게 해 볼까 고민도 했다. 사회초년생 친구들이 보통 그렇지 않나. 생각할수록 수수한 느낌이 들어야겠더라. 안경도 나만의 아이디어였다. 이미지가 달라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장 점퍼를 계속 입고 나온다. 드라마 안에서 일상복도 다섯 벌 정도를 돌려 입었다. 의도해 구상한 것이다. 통장잔고, 옷, 원룸 등의 느낌들은 모두 처음에 다 구상하고 시작했다. 다들 일상에서 그렇게 살지 않나.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Q. 이번 역할이 '안 예뻐 보인다'는 평가가 속상하지는 않던가?
A. 나는 괜찮았다. 나보다는 우리 스태프들이 안타까워하더라. 꾸며주는 분들이 그런 것에 대한 갈증이 생겼나 보다. 마지막 회에서 이선심이 인생 역전에 성공해 정장 차림으로 나타난다. 그때만 기다렸다. 정장이 마치 황금 같았다. 이전의 역할들을 지우기 위해 외적인 콘셉트에 철저히 임하려고 노력한다. 감정선이나 톤도 중요하지만, 보여지는 부분은 무시할 수 없다. 오히려 전작의 잔상을 덜어낸 기분에 흐뭇하다.
Q. 본인의 대표작 '응답하라1988' 속 덕선이 역할의 이미지를 지우려고 노력하기도 했나?
A. 아니다. 선심이를 준비할 때 '덕선이가 보이면 안 돼' 생각하진 않았다. 선심이의 이야기에만 집중하려 애썼다. 덕선이, 선심이 모두 내게 있는 모습들이다. '덕선이 같다는 말을 절대 안 듣겠어'라고 마음먹었다면, 강렬한 악역이나 더욱 강한 임팩트를 줄만한 역할을 택했을 것이다. 작품 전반의 메시지와 역할의 심성에 반해 택한 '청일전자 미쓰리'였다.
Q. 주변 반응은 어땠나?
A. 이전 작품들과 전혀 달랐다. 어머니가 내 역할이 아닌, '청일전자 미쓰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더라. 극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대중에 고스란히 전해졌다는 반증으로 느껴졌다. 이선심 역할보다는 어머니와 동년배의 설정인 최영자(백지원) 역할을 유심히 살피고 공감해 우시더라. 되려 흐뭇했다. 또래 비연예인 친구들에게도 엄청나게 연락받았다. 꼭 자신들의 이야기 같아서 서러우면서, 선심이를 응원한다고 하더라. 이만큼 좋은 피드백은 없는 것 같다.
Q. 일각에서는 선심이의 행동을 '고구마'라고 답답해하기도 했다.
A. 선심이만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아니다. 우리네 일상을 그린 작품이다. 전체를 말하다 보니 전개가 느려진 것일 뿐이다. 선심이가 니즈에 따라 확 변했다면 좋았을 수 있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가 된다. 결과는 고구마가 아니었으니 다행으로 생각한다.
Q. 연인 류준열은 어떤 피드백을 줬나?
A. 재밌게 봐줬다. 연기에 대한 이야기에 있어 때에 따라서 냉정하기도 하고, 따뜻할 때도 있다. 잘 만나고 있다. 걸스데이 멤버들과 남자 친구를 비슷한 횟수로 만나는 것 같다.
Q. 최고 시청률 3.9%(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에 그쳤다. 아쉬움은 없나?
A. 아쉽다. TV에 나오는 사람이다. 아쉽지 않고, 부담 없다는 이들을 보면 무책임해 보인다. 하지만, 시청률은 제작진과 출연진의 손을 떠난 일은 맞다고 생각한다. 제작과 연기에 충실하면, 하늘이 정해주는 게 시청률과 대진운 아닌가 싶다.
Q. 동시간대 경쟁작 KBS2 '동백꽃 필 무렵'이 강세였다. 야속하진 않던가?
A. 야속했다. '응답하라1988'로 친해진 김선영 언니와 통화할 일이 있었다. '연기 잘 보고 있다'며 안부를 물으시길래 '언니, 동백꽃'하면서 투정 섞인 애교를 떨었다. 그런데 정말 모르고 계시더라. 동시간대 작품이라는 걸 아예 인지 못하고 계셨던 것이다.(웃음) 하지만 난 꾸준히 경쟁작을 모니터링했다. 하도 재밌다고 하길래 봤다. '동백꽃 필 무렵'은 정말 재밌더라.
Q. 시청률 대신 위안 삼는 부분은 무엇인가?
A. 성장했다는 것이다. 연기 외적인 부분, 내면의 성숙함을 얻었다. 공장 경리의 인생을 반년 넘게 경험해봤다. 어떠한 경험이든 성장을 선물한다. 연기자의 특장점 아닌가. 다른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 선심이 덕분에 나와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 발맞춰 걷는 법을 배웠다.
Q.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이다. 어떤 느낌인가?
A. 어느새 그렇게 됐다. 내 나이도 두 달 지나면 스물일곱 살이 된다. 솔직히 오지 않았으면 좋겠을 타이틀이다.(웃음) 순간순간을 살아가며 충실하는 편이다. 이번 연도에 어떤 방향으로 목표를 이뤄 무언갈 보여주고자 애쓰지 않는다. 대신 한 해를 마무리하며 후회 없도록 현실에 충실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그리고 올 한 해도 후회 없이 살았다.
Q. 10년을 그렇게 후회 없이 쌓아왔다. 돌아보니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A. 주변을 살피는 습관이 들었다. 옛날에는 챙김과 보살핌을 받았다면, 이제는 오히려 내가 하려 한다. 내가 잘나서 그런 게 아니다. 운이 좋아 그런 선배들을 보고 익혔다. 옛날이 더욱 여유 없고 바쁜 와중에 어린 마음가짐이었다. 늘 챙김을 받는 입장이었다. 시야가 넓어지니 주변을 챙기면서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Q. 걸스데이도 10년이 됐다. 여전히 끈끈한 팀워크의 비결은?
A. 친근감이라는 건 의도해서 나오는 게 아니다.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삐죽한 성격들이 아니라 가능했다. 둥글둥글하다 보니 서로 부딪힐 일 없고 잘 맞았다. 서로의 개인 영역도 존중했다. 멤버가 어느 시점에 개인 활동에 주력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Q. 걸스데이 10주년 기념 활동도 욕심날 법하다. 무대에 대한 갈증은 없나?
A. 이틀 전에 유튜브를 보다가 걸스데이 첫 데뷔부터 마지막 무대까지 정리해둔 영상이 있더라. 약 1시간 영상이었다. 내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봤다. '참 빛나고 예쁜 시절'이더라. 그 영상을 보니, 갈증이 생겼다.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이 커져서 의상, 콘셉트, 음악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그러니 더욱 활동이 어려운가 보다. 할 때 잘할 걸 싶다. 얼마 전 핑클 선배들이 모인 걸 보며 걸스데이 멤버들끼리도 이야기를 자주 나눴다. 정말 시간이 많이 지나 그들처럼 다시 뭉칠 기회가 오지 않을까 그림을 그려보고 있다.
Q. 기다리는 팬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
A. 팬들을 떠올리면,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 대신 소통에 힘을 쓰려고 노력 중이다. 유튜브에 재미가 들렸다. 시청자가 아닌 운영자로 애쓰고 있다. 팬들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정말 좋은 소통창구 아닌가. 나의 SNS로는 진짜 나의 일상을 보여주기 힘들더라. 요즘은 어딜 가든 영상 촬영을 하려고 노력한다. 얼마 전에 실버 버튼도 받았다. 다이아 버튼까지 열심히 소통하고 공유하겠다.
Q. 마지막으로 전국의 '청일전자 미쓰리' 선심이들에게 전하고픈 말 있다면?
A. 선심이와 함께 공감하고, 울어준 선심이들아. 여린 선심이도 착한 마음으로 배려하며 보듬어 앞으로 나아갔어, 결국엔 성장했고. 너희도 지금처럼 꿋꿋하게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는 과정을 버텨봐. '청일전자 미쓰리'처럼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 전국의 선심이들 힘내자.
iMBC연예 이호영 | 사진제공=크리에이티브그룹 아이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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