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에서 엘이 배우로 인정받기까지 그의 주변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우선 현장에서 가장 많은 시간 촬영을 함께 한 유승호, 김소현 등 또래 배우들부터 허준호, 김선경, 박철민과 같은 대선배들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힘을 모았다. 팬들의 애정도 어느 때보다 넘쳤다. 박철민이 이미 수차례 극찬한 바 있는 팬들의 밥차는 촬영이 끝날 때까지 <군주> 팀과 함께 했다.
<군주> 촬영을 모두 마친 후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엘을 만나 지금의 ‘낫선이’를 있게 한 사람들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 ① 인터뷰 ②에 이어)
Q 유승호-김소현과의 촬영은 어땠나.
현장에 가기 전부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었어요. 승호랑은 따로 만나서 밥도 많이 먹고 그랬죠. 드라마 잘 될지 안 될지 걱정도 하고, 우리가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 생각도 나누고요. 소현이랑은 뒤에 붙는 씬이 워낙 많아서 이번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대화를 많이 했죠.
사실 이렇게 말하니까 저희가 맨날 진지하게 무거운 얘기만 한 거 같은데 평소에는 안 그래요. 다들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거든요. 그런 공통점이 있어서 요즘 일본에 새로 나온 간식이 있다더라, 모래가 뭐가 좋다더라 그런 정보 교환도 하고요. 다들 어색하거나 그런 시간 없이 금방 친해져서 현장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고 즐거웠어요. 또 나이는 어리지만 둘 다 아역 때부터 연기를 해왔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배울 점이 많기도 했고요.
Q 초반에는 세 사람이 화기애애한 장면이 많다가 점점 사라졌는데...
그땐 진짜 재미있었어요. 아역 분량이었는데 같이 촬영할 때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죠. 하하하하 웃으면서 진짜 아역스럽게 촬영했던 거 같기도 해요. 그런 장면들은 어떻게 해야지 막 진지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대사를 했었고요.
앞에서만 이런 부분이 많아서 저도 조금 아쉽긴 했는데 그래도 또 다른 관계를 연기할 수 있어서 그 나름대로 얻는 점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삼각관계라고는 하지만 한 번도 사랑을 받지 못했다.
맞아요. 그래서 이선이 점점 집착을 하게 되고 그랬죠. 그래도 캐릭터 상으로는 가은이가 한 번이라도 뭔가를 기대하게 했다면 더 슬펐을 것 같아요. 그렇게 단호하게 항상 얘기해줘서 시청자분들이 이선에게 더 안쓰러움을 느끼고 이입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Q 혹시 부러웠던 장면은 없었나.
세자랑 가은이랑 꽃길 예쁘게 걷던 게 기억나요. 저는 그런 달달한 장면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달달함 뿐만 아니라 이선이 표현했던 무수히 많은 감정 중에 기쁨이 아예 없었어요. 잠깐 기쁠 수 있었던 장면이라도 금방 두려움, 분노가 와서 대놓고 행복할 수가 없었죠. 그나마 엄마나 꼬물이를 봐서 좋을 때도 그 감정들이 항상 오래 가지 못했어요.
Q 특별히 잘 챙겨준 선배는?
가장 촬영을 같이 많이 하면서 챙겨주셨던 건 허준호 선배님이랑 김선경 선배님이었어요. 선배님들이 먼저 ‘나는 이렇게 할 테니 넌 어떻게 할래?’ 하시면서 장면 장면마다 소통하려고 다가와주셨어요. 특히 허준호 선배님은 캐릭터랑 정말 180도 다르세요. 대목일 때는 무섭기도 하고 그렇지만 실제로는 항상 응원해주시는 분이거든요. 촬영할 때마다 ‘본인의 호흡에 집중하고, 상대방 배우의 호흡에 집중하면 NG 없이 좋은 결과물이 나올 거다.’ 격려해주셔서 처음에는 긴장이 됐었는데 금세 적응할 수 있었어요.
박철민 선배님은 초반에 스승님으로 모시다가 나중에 궁에서 뵙게 됐잖아요. 그때마다 ‘명수야, 오늘 밥차 안 오냐?’ 하시면서 ‘나 있을 때만 안 부르고 다른 때 부르는 거 아냐?’ 하셔가지고. (웃음) 항상 분위기를 즐겁게 해주시죠. 물론 연기적으로도 조언 많이 해주셨어요. 천민 이선 시절에는 제가 어떤 연기를 했을 때 ‘이런 쪽은 어때?’ 하면서 잘 믹스시켜서 하면 좋겠다고 아이디어를 주시곤 했어요.
Q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던 것 같다.
네.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분위기가 항상 좋았어요. 시청률 때문에 그런거 아니냐 하실 수도 있지만 시청률이 올라가서 더 좋아졌다거나 그런 거는 아니에요. 재미있는 촬영 할 때면 더 활기차고, 밥차가 오면 행복하고 그랬죠. (웃음)
Q 촬영기간 동안 팬들도 응원도 대단했다.
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만큼 <군주>라는 작품을 통해서 믿음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제가 하는 연기나, 노래나, 또 사진을 찍고 있기 때문에 사진이라든가, 모든 면에서 팬 여러분들이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디 가서 당당하게 저게 내 가수고, 배우고, 포토그래퍼라고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노력할테니 더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Q ‘낫선이’라는 애칭은 마음에 드는지.
‘낫선이’가 중의적 표현이잖아요. 이선이 아니라는 뜻도 있고, 낫을 든 이선이라는 뜻도 있고요. 애칭도 애칭이지만 그런 의미마저도 참 좋았던 거 같아요. 현장에 서포트가 들어오면 낫선이 스티커도 있거든요. 그거를 제가 <군주> 촬영 내내 쓰던 텀블러에 붙여놓고 그랬어요. 최근에는 고양이들 유기묘 바자회가 열렸었는데 그 텀블러를 기증해서 좋은 의미에 사용하기도 했고요.
Q 마지막으로 <군주>를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도 한 마디.
<군주>를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 이렇게 3~4개월 동안 군주와 천민 이선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또 같이 촬영한 배우 분들, 스태프 분들도 모두 고생 정말 많으셨는데, 다른 촬영에서 또 만나서 같이 할 수 있으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 엘의 인터뷰 화보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