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은 <군주>를 두고 ‘앞으로 연기 인생의 시발점’이라고 표현했다. 다양한 작품활동을 통해 이미 ‘연기돌’로 자리매김한 엘이지만 시청률 1위와 연기 호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게 해준 <군주>에 대한 애착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그 때문일까. 분명 촬영 내내 고생도 많이 했을 터인데 엘은 힘든 기색 하나 없이 그저 좋은 작품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는 점에 감사하고 있었다.
이제는 서로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군주>와 배우 엘. 방송 내내 ‘이선’으로 불리며 캐릭터와 완벽 동화됐던 엘에게 드라마 <군주> 촬영에 얽힌 뒷이야기들을 들어봤다. (☞ 인터뷰 ①에 이어)
Q <군주>에 캐스팅된 비결이 뭐였다고 생각하나.
처음 시놉시스 받았을 때 지금 아니면 할 수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극이라는 장르가 처음이긴 하지만 이선 캐릭터도 너무 좋았고요. 이 캐릭터, 이 작품을 놓치면 앞으로 다시 할 수 없을 거라는 마음으로 절실하게 임했던 거 같아요.
Q 촬영을 위한 특별한 준비?
목소리나 톤, 행동들 하나하나 신경 썼고요. 감독님과 배우들과도 이야기 많이 했어요. <광해>와 같은 다른 작품들도 참고를 하려고 했습니다. 사실 대본을 읽고 또 읽고, 그게 제일 큰 준비였긴 하지만요.
Q 지방촬영도 많았는데 힘들지 않았는지.
제가 언제 사극 세트에 가서 촬영을 해보고 부안, 담양, 문경 곳곳을 다녀보겠어요. 월드투어도 많이 하지만 오히려 국내 지방은 많이 못 가봤거든요. 담양 죽통밥, 지방 휴게소 특산물 이런 것들을 언제 먹어보겠습니까. 처음 가본 곳들, 먹어본 것들이 많아서 다 좋았어요. (웃음) 또 그때 서울에는 미세먼지가 많았는데 지방에 가니 공기도 좋았고요. 재미있었던 기억뿐이에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
초반에 물고문 당한 장면이요. 상체 탈의하고 직접 물 맞아가면서 고문 당하고, 목이 쉴 때까지 소리도 질렀던 기억이 나요. 그렇게 몸이 잔뜩 긴장된 상태로 집에 가니까 한 번에 턱 하고 풀리더라고요. 그때 급하게 응급실 가니까 위경련이라고 해서 링거 맞고 바로 두 시간 뒤 촬영가고 그랬어요. 그리고나서 후반부에 제가 조태호(김영웅)를 똑같이 고문시키는 장면이 있잖아요. 이선 캐릭터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인 거 같아서 안쓰럽고, 안타깝고 그런 감정이 들더라고요.
Q 이선의 명장면 3가지만 뽑자면?
첫 번째는 앞에서 말씀 드린 두 개의 물고문 씬이었고요. 두 번째는 잠행해서 엄마(박현숙)랑 꼬물이(고나희) 만나러 가는 장면이요. 가족에 대한 애정이 드러나는 장면이었죠. 그러다 대목(허준호)이 나타나고, 세자(유승호)를 숨겨주면서 비상함과 센스도 발휘됐고요. 사극인데 센스라고 하니 웃기긴 하지만요. (웃음) 세 번째는 이선이 죽는 장면이요. 하필 마지막 촬영에 죽는 걸 찍다보니 이선을 떠나 보내야한다는 마음이 들고 슬프더라고요. 죽는 걸 잘 표현해야한다 그런 마음도 있었지만 세자랑 가은(김소현)이가 슬프게 쳐다보고, 이선은 마지막이 되어서야 ‘진심으로 행복하십시오’, ‘진정한 군주가 되십시오’ 그런 대사들로 진심을 표현하는데 너무 안타까웠어요.
Q 마지막 촬영 때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저희는 울고 있었지만 세 명만 슬프고 나머진 다 밝았어요. (웃음) 셋이서 왜 이렇게 슬프지 울고 있는데 스태프 분들은 ‘해가 지고 있어. 나머지 얼른 찍자.’ 하시면서 환하게 웃고 계셨어요. (웃음)
Q 천민VS왕, 더 잘 맞았던 쪽은?
두 가지 다 매력이 있어서 더 잘 맞고, 잘 하는 것보다 여러 가지를 연기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물론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처음 표현하는 감정들이 또 그 나름대로 좋았던 부분도 있었던 거 같고요. 보통은 신분이 높을수록 촬영하기 편하다고들 하시는데 저는 왕이 된 후에도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웃음) 왕인데 대목만 보면 흙바닥에 엎드리고, 짐꽃환 때문에 숨죽이고, 죽을 때도 대나무 숲에서 쓰러지고 그래서 큰 차이는 없었어요. (웃음)
Q <군주> 이후의 활동 계획
당분간 이렇게 인터뷰 할 계획이고요. (웃음) 아직 딱 계획된 건 없지만 오래 쉬는 성격이 아니라서 빠른 시일 내에 활동을 할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 한동안 못 놀아줬으니 챙겨주고 싶고요. 상반기 동안 영화, 드라마를 아예 못 봐서 <라라랜드>, <너의 이름은> 같은 영화들도 보려고 해요.
iMBC연예 김은별 | 사진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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