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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스타] 장동건 "느와르는 어둡고 우울한데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브이아이피>에 출연한 장동건을 만났다. 장동건은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미 CIA로부터 북한 고위층 VIP 광일을 넘겨받은 국정원 요원 박재혁 역할을 맡아 선 굵은 느와르 연기를 펼쳤다.
대중과 만나는 기회가 자주 있는 배우가 아니라 그에 대해서는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다. 그에 대한 세간의 질문 중에서는 물론 '여전히 잘생겼느냐'라는 질문이 가장 많았지만 1992년 데뷔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생긴 배우로 손꼽히고 있는 장동건에게서 외모때문에 덜 부각이 된 그의 연기 이야기를 들어보자.



Q. 3년만의 작품이다. 박훈정 감독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박훈정 감독의 작품은 감독이 작가시절일 때부터 좋아 했었다. 또 개인적으로 느와르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그런 영화에 많이 출연도 해왔다. 그러던 차에 시나리오를 봤는데 시나리오의 소재가 신선했다. 일을 법하고 그럴듯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쿨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에 끌렸다.

Q. 함께 일해보니 어떻던가?
A. 무엇보다 선택과 집중의 능력이 진짜 탁월하다. 현장에서도 본인이 필요없다고 생각되는것은 과감하게 넘어가고 필요한 부분은 누가 뭐래도 파고 든다. 본인만의 기준이 분명하게 있고, 모든 씬에 대한 계산이 되어 있더라.

Q. 언론시사 후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배우들이 모두 입을 모아 '시나리오 보다 영화가 더 좋았다'고 했는데 시나리오가 어땠는지 궁금하다.
A. 시나리오 보다 더 좋다는 말은 농담도 섞인 말인데, 이번 작품은 각자의 분량이 정해져 있었고 그러다 보니 다른 배우의 분량이 어떻게 찍혔는지를 잘 몰랐다. 그래서 완성된 영상을 보니 시나리오를 보고 상상했을 때 보다 더 풍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Q. 이번 영화에서 국정원 요원 역할이었는데 특별히 캐릭터를 위해 외형적으로 준비한 것이 있는지?
A. 영화의 시작과 마무리를 담당하는 역할이고 캐릭터들 중에서 유일하게 변화가 있는 인물이다. 배우로는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3년이라는 세월의 변화와 심적인 변화를 위해 외모와 스타일을 다르게 설정했다. 현장 요원으로 있을때는 아무래도 햇볕에 그을릴 기회가 많을 것 같아 피부톤을 어둡게 했었고 사무직으로 있을때는 상당부분 가발을 착용했다. 또 안경도 썼고, 평범해 보이는 핏을 위해 의상도 신경을 썼다. 코트는 두 치수정도 크게 입어서 누가봐도 평범한 직장인 처럼 보이려고 했다. 안경 설정은 시나리오에도 있었는데 원래 내가 안경이 굉장히 안 어울리는 얼굴이다. 안경을 쓰면 마치 변장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너무 꾸민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100여개 정도의 안경을 써보고 그 중에 가장 실제로 쓰는 안경일 것 같은 느낌의 것으로 결정했다.

Q. 남들은 멋있어 보이려고 애쓰는데 오히려 평범해 보이려고 노력했다는 게 인상적이다. 박재혁에게 안경 설정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A. 안경을 쓴 사람을 카메라로 잡았을 때 눈동자가 잘 안 보이기도 한다. 이 영화는 캐릭터들의 사연이나 내면을 다루는 내용이 아니다보니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눈빛 보다는 실루엣으로 어떤 이미지를 표현하고 싶어 했던 감독의 의도가 있었다.

Q. 박재혁은 어떤 인물로 설정했나?
A. 현실적인 인물이라 생각했다. 선하다 악하다를 떠나 박재혁은 현실 순응적이고 체재 순응적인 인물이다. 정의가 마음 속에 있긴 하지만 애써 누르며 사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이 영화가 인물에 대한 자세한 배경 설명이 중요하지 않은 영화지만 혼자서 캐릭터를 설정할때에 결혼은 했을까? 아이는 있을까? 등을 생각해봤는데, 나는 가정이 있는 사람일거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승진도 해야 하고, 개인의 정의 보다는 회사의 말도 들어야 하고, 마침 회사의 지시를 잘 해낼 수 있는 능력도 있는 인물이라 가정했다. 항상 스트레스가 쌓여있는 짜증이 있는 인물일 것이고, 누구를 죽이고 나서 차를 타고 갈때도 몹시 피곤한 일을 끝마치고 퇴근하는 느낌을 가지는 사람이다.


Q. 이번 연기를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욕설 연기가 힘들었나?

A. 평소에 친구들과 대화할 때도 욕을 잘 하지는 않아서 처음에는 어색하더라. 그런데 연습하니까 되긴 하더라. (웃음) 연기를 빙자해서 재미있게 해봤다. 이번 영화는 물리적으로는 수월한 편이었다. 육체적인 고생도 덜 했고, 분량도 상대적으로 적었고, 에너지를 쏟아내는 연기나 역할이 아니었다. 그런데 다른 영화들에서는 뭔가 더 보여주려고 하다보니 연기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이번 영화에서는 뭘 뺄지 어디까지 뺄지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게 힘들었다. 예를 들어, 초반 김광일을 구타하는 장면에서 박재혁이라는 인물은 업무상 사람도 죽여봤을 거고 채이도 같은 경찰은 오히려 사람을 안 죽여 봤을 것 같았다. 채이도 보다는 이광석에게 훨씬 더 뭔가 쎼고 무시무시한 응징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구타 장면에서 뭔가를 보여주고 나면 엔딩 부분에서는 더 얼마나 강해야 할지, 엔딩의 효과가 줄어들지는 않을지 고민스러웠다. 처음 김광일을 폭행하는 수위가 어느 정도가 되야 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다. 박재혁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조금씩 마음이 변화되는 인물인데 영화가 진행되면서 얼마나 마음이 드러나야 하는지가 연기의 관건이었다. 어떤 장면에서는 분명 감정이 생길텐데 이걸 표현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가 고민스러웠다. 그때그때의 감정을 다 드러내면 영화의 엔딩이 재미 없을 것 같았다. 이렇게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게 처음에는 불안했는데 한 두 장면 쌓이다 보니까 이런 연기톤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건들이 이어지지만 박재혁에게는 임무완수의 느낌이다가 마지막 장면에는 굉장히 잔인하게 응징을 한다. 그 부분이 관객들에게 통쾌한 감정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잔인함 때문에 영화가 청소년관람 불가더라.
A. 잔인함은 김광일의 캐릭터를 통해 관객에게 분노를 일으키게 하기 위함인데 어떤 사람들은 생각보다 덜 잔인하다는 말도 한다. 어느 선에 맞춰야 하는지는 감독님의 영역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장르에서 오는 호불호도 있다. 이런 영화들은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좋다 싫다로 나뉠 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느와르는 잔인하다는 것과 동일한 말은 아닌데,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층도 있으니까....

Q. 느와르 장르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고 했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A. 느와르는 우울한 노래를 듣는 이유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슬플때 경쾌한 노래를 듣는 것 보다 우울한 노래를 들으면 위안을 받는 것 처럼, 남자들의 환타지 같은 것일수도 있겠지만 어둡고 우울한데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는 것 같다.(웃음)


Q. 시나리오를 보고 박재혁 말고 다른 캐릭터에는 욕심이 없었나?

A.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는 박재혁이 제일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그 캐릭터를 하겠다고도 했고. 리대범 역할도 멋있다고 생각했다. 채이도 역할도 좋은데 잘 할 자신은 없었다.

Q. 김광일 역할의 이종석은 어땠나?
A. 김광일 역할을 종석이가 한다고 했을때 의외였다. 이종석이 이걸 한다고? 심지어 먼저 하겠다고 찾아 왔다고? 한편으로는 되게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장에서 종석이가 큰 마음먹고 온게 느껴지더라. 뭔가에 대한 갈증과 변화의 욕구가 큰가보다라고 생각했다. 김면민도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종석이는 현장에서 '척'을 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다 내려놓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약점과 단점을 다 오픈하고 '도와 주세요'라는 제세로 나오니까 모두가 도와주려고 했다. 종석이가 이 영화를 선택하는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를 잘 알겠더라. 나도 영화 <해안선>때 내가 찾아가서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지금 종석이가 그런 심정인가보다 했다. 응원하는 마음이 생겼다.

Q. 같이 연기한 피터 스토메어는 어땠나?
A. 전작을 보면 정말 쎄고 무서운 역할을 많이 했었다. 실제로 만나면 어떨까 했는데 온화하고 유머감각도 있고 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다. 키티 가방을 항상 메고 다닌다. 어딜가도 그걸 들고 다닌다. 딸이 있으시고 현장에 한번 데리고 온 적도 있었는데 딸 때문에 그 가방을 든다고 했다. 딸바보 같은 모습을 보고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구나라고 생각했다.

Q. 멀티캐스팅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다.
A. 좋은, 친구 같은 배우들과 함께 일하니까 재미는 더 하고 부담은 덜어졌다. 특히 홍보는 3년 만에 하다보니 시스템도 많이 변했더라. 요즘은 브이앱 같은 것도 해야 하던데. 이걸 혼자 했으면 어땠을까 싶더라. 다 같이 하니까 일을 좀 더 재미있게 할 수 있게 되더라.

Q. 목표 관객수는 얼마인가?
A. 손익분기점만 넘기면 좋겠다. 더 바란다면 <신세계>의 흥행 기록을 갱신한다면 제일 좋겠다. <신세계>라는 영화도 박훈정 영화 중 많은 팬들이 있는 영화다. 장르에 대한 호불호가 있겠지만 장르에 충실한 영화로 인정받으면 좋겠다. ※참고로 <신세계>의 누적관객수는 468만이다.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느와르 <브이아이피>는 2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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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BC 김경희 |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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