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피의 세계'로 다시 한번 관객들에 신비한 매력을 선보이는 배우 김새벽을 만났다.

영화 '벌새'로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여우조연상, 제3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김새벽은 출연작마다 깊은 잔영을 남기는 연기파 배우로 영화 '소피의 세계'(각본/연출 이제한)에서 영화를 시작하고 끝맺는 인물 '수영'을 연기했다.
'수영'은 소피의 여행 블로그를 통해 2년 전 남편 ‘종구’와 겪은 갈등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인물로 '소피'와 함께 번갈아가며 화자가 되어 영화를 이끌어 간다.
김새벽은 개봉을 하루 앞둔 소감으로 "생각보다 빨리 개봉을 하게 되었다. 관객들이 어떻게 영화를 보실지 궁금하다"고 밝히며 "편하게 오셔서 봐주시고 어떤 것이든 하나라도 한숨 돌리는 시간이 되시면 좋겠다."라며 영화를 소개했다.
이제한 감독과는 2019년 영화 '마지막 손님'으로 한번 호흡을 맞춘 적 있는 김새벽은 이번에 두 번째로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다. 이제한 감독은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쓸 때 '수영' 역할로 김새벽을 생각하고 썼다고 할 정도로 김새벽에게 각별했다.
김새벽은 "'수영'을 보니 인내심이 많은 인물이더라. 저는 인내심이 없는 편이다. 감독님이 저를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쓰셨다고 했는데 어떤 지점이 저와 닮은 건지 궁금했다. 감독님은 '수영'과 저에게서는 단단한 느낌이 들었다고 하시더라."라는 말로 캐릭터와 실제 자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새벽은 이제한 감독에 대해 "작품과 감독님은 솔직하다는 면에서 정말 많이 닮아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종구'의 모습은 누구나 갖고 있는 모습인데 한편으로는 감추고 싶어하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게 감독님의 장점이다. 모르는 걸 아는체 하는 분이 아니시고, 뭐든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분이시다. 그런 모습 때문에 많이 존경한다"며 이제한 감독 작품의 매력을 꼽았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새벽의 모습에서는 정말 '수영'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촬영 당시에 대한 회상을 하는 대목에서도 이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는 김새벽이 갖고 있는 모드에서 배어나온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에 대해 김새벽은 "소피를 배웅하는 장면"을 언급했다. "위쪽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앵글이었는데 갑자기 바람이 엄청 불면서 나무가 흔들렸다. 그때 느낌이 따뜻하면서도 쓸쓸했다. 짧은 시간동안 관계를 맺고 작별을 하는데 기분좋게 바람이 밀어주는 느낌이 들어 따뜻했고, 소피에게 안녕을 말할때는 쓸쓸했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촬영 다시의 바람 느낌이 잘 담겨져 있더라. 그 장면이 영화의 다른 버전 포스터로도 쓰여져서 더 각별하다"며 해당 장면을 설명했다.
'소피의 세계'에는 두 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게스트 하우스의 주인인 '수영'과 여행객으로 4일 동안 '수영'의 집에 머물며 '수영' 부부와 여러 사람을 만났던 '소피'의 관점에서 각각 2년 전을 돌아본다. 이러한 독특한 설정은 영화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현재와 과거, 인물의 내면과 외면까지 입체적으로 돌아보게 만들며 색다른 감성을 전달하는 방식이었다.

김새벽은 "'소피'가 우리를 보는 시선도 있었고 '수영'이 현재에서 과거를 보는 시선도 있었다. 영화 촬영은 실제 한달 정도 했는데 완성된 영화 속에서는 굉장히 먼 시간이 지난것 처럼 보여지더라. 화자가 2명인 것도, '소피'가 생각하고 만난 '주호'와 내가 만난 '주호'가 다른 분위기인 것도 재미있었다. 또 누구나 과거를 실제와 조금 다르게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대로 기억하는 게 있지 않나. 그런 심리도 담긴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며 이 작품의 매력이 다양했음을 이야기했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여행객과 게스트하우스의 주인이 함께 보낸 며칠 동안의 소소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이상하게 '소피의 세계'는 보고나서 참 긴 여운이 남는다. 등장 인물들의 복닥거리는, 치열한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져서이기도 하고 동시에 그런 치열한 진심이 소소하게도 느껴지는 아이러니함이 있는 영화였다.
김새벽도 이런 아이러니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개인적으로 2017년과 2018년쯤이 굉장히 힘든 시기였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왜 힘들었지? 그게 그렇게 힘들 일이었나? 싶기도 하다. 그 안에 머물러 있으면 계속해서 힘들었겠지만 특별한 계기가 있지도 않았는데 그저 시간이 좀 지나고나니 그때의 감성에서 좀 떨어져 나올 수 있더라. 어찌보면 무엇이건 '흘러가면 괜찮아진다'는 위로가 아닐까 생각된다."라며 주인공들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관객들이 느꼈으면 하는 감성이 '위로'임을 이야기했다.
김새벽이 생각하는 위로는 대단한게 아니었다. "그저 한숨 돌리면서 지금의 사소한 것들이 더 기쁘게 발견되는 느낌이 위로일 것"이라며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순간, 지금껏 눈 앞을 그저 지나갔던 나무가 갑자기 눈에 띄는 순간, 산책하는 순간 등이 느껴져서 오늘이 괜찮다는 느낌이 들면 좋겠다"며 '소피의 세계'의 색깔과 분위기에 맞는 위로의 정의를 이야기했다.
서로 다른 시간대에서 서로가 서로의 풍경이 되어주는 '소피의 세계'는 3월 3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마름모필름/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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