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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그녀들은 정말 행복해졌을까?


돌아온 ‘결혼하고 싶은 여자’, MBC <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이하 아결녀)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됐다. 신영, 다정, 부기 세 여자들은 각자가 선택한 길에서 ‘행복’을 거머쥐었고, 종영 하루 전까지도 봉합되지 않았던 그들의 고민은 “모든 것이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진리 속에서 타결점을 찾았다.

일과 결혼 사이에서 고민하는 노처녀 3인방이 주인공이라면 응당 현실과 환상 사이에서의 줄타기를 잘했어야 할 터, 그러나 극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환상 열차에 탑승한 <아결녀>의 결말이 해피엔딩으로 귀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착하고, 밋밋하고, 고민 없고, 하지만 사랑스러웠던 이 드라마는 분명 기획의도와 명확히 맞아 떨어지는 찌임새가 탄탄한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모두가 행복해지는’ 마무리까지 보고 나니 처음부터 명세빈 주연의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후속작이라는 간판만 내걸지 않았어도 흐뭇한 미소로 볼 수 있는 로맨스 드라마가 아니었나 싶다.


비록 신영과 민재 커플의 ‘연애놀음’이 현실감 제로의 인공미 흐르는 연애였다고 해도, 이 드라마의 교훈이 “30대도 얼마든지 20대 훈남의 열렬한 구애를 받을 수 있다”라고 생각하면 그저 두근거림 하나만 장착하고 시청하면 그만이다. 우는 소리도 안 하고, 나를 만나기 전 이미 잘난 놈이었으며, 나를 위해 머리까지 백발로 만드는 ‘김범’이라니, ‘신영’에게 감정이입만 제대로 했다면 여성 시청자로서는 참으로 감사한 드라마가 <아결녀>인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신영-민재 커플의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종이 꽃'의 존재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아결녀>는 철저히 로맨스와 판타지에 치중했다. 그래서 오히려 아쉬운 것은 로맨스물로 선회하였음에도 계속하여 놓을 수 없었던 ‘현실’에 대한 미련이다. 극 중간중간 무언가 깨달은 듯 반복되는 신영의 내레이션이 전작과는 달리 울림이 없었던 것도 현실보다는 환상에 기초하고 있는 드라마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초반부터 마지막 회까지 득도라도 한 사람마냥 자기 삶에 대한 고민은 거의 없이 친구들의 멘토 역할만 해주다 퇴장한 ‘부기’나, 결혼과 사랑에 대해 가장 진지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던 ‘다정’이 순식간에 조연으로 추락한 것도 아쉽다. 그나저나 시댁 식구 때문에 '늪에 빠진 것 같던' 다정은 출산과 반듯한 '반석씨'의 애정만으로도 삶의 고민들을 해소했을까? 특파원 생활이 아직 남은 신영은 그래서 일과 사랑 두 가지 모두를 손에 넣은 것일까? 신영-민재 커플의 사랑은 변하지 않았을까? 신영은 “난 이제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하는데, 정작 보는 사람은 그녀가 몇 년 후에도 같은 고민을 하며 제자리를 맴돌고 있을 것만 같다. 분명 해피엔딩인데도 어쩐지 한 회가 더 남아있을 것처럼 어딘지 허전한 이유는 <아결녀>가 여자들에게 제대로 된 선택지를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iMBC연예 김송희 기자 | 사진캡처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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