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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재 인터뷰②] 맛깔 나는 중계의 정석, 한명재의 “야구는 내 운명”

혹자는 말한다. 야구의 룰을 몰라도, 특별히 선호하는 팀이 없어도 야구 경기는 그 자체로 즐겁다. 하지만 한명재의 목소리로 중계되는 야구 경기를 보면 야구가 제대로 ‘맛깔’이 난다고. 얄미울 정도로 귀에 착착 감기는 야구 중계로 야구를 보는 이로 하여금 맛깔 나게 만드는 이 남자, 대한민국 넘버원 야구 캐스터 한명재와의 특별한 인터뷰로 그의 필드 밖 야구 인생 스토리 그 두 번째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명재 인터뷰①] 야구와 사랑에 빠진 남자, ‘한명재’의 야구 이야기부터 읽기.




9. 스포츠에서 해설위원과 캐스터의 관계는 특별한 것 같습니다. 둘의 조합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프로 야구 해설위원만 놓고 본다면, 대게는 선수 출신인 경우가 많은데요, 그 사람이 어떤 칼라를 갖고 있는지, 어떤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는지, 선수 때의 성과는 어땠는지 등을 굉장히 중요하게 봅니다. 그리고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철학, 야구관, 스포츠관 등을 공유해보고 난 후 최종 결정을 하게 되는 거죠.

캐스터의 경우에는 저를 포함해서 보통은 소속된 아나운서들이 맡게 됩니다. 특히 해설위원의 능력을 잘 끌어낼 수 있는 아나운서가 배치됩니다. 해설위원과 캐스터의 칼라가 약간 다르더라도 해설위원이 가지고 있는 칼라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것이 바로 저희 캐스터들의 역할이죠. 농구로 말하면 어시스트를 하는 포인트 가드이고, 야구로 치면 투수보다는 포수에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잘못 던지면 저희가 몸으로 막기도 하고요.(웃음)

10. 함께 진행하셨던 해설위원 중에 호흡이 잘 맞다고 생각되는 해설위원은 누구인가요?

사실은 워낙 여러 분이라 한 분이라도 빼놓으면 되게 서운해하실 거예요.(웃음) 그래도 가장 지금 호흡이 잘 맞는 위원은 당연히 허구연 위원이죠. 가장 오래 했고요. 허구연 위원과는 거의 14년 정도 중계를 함께 했기 때문에 눈빛만 봐도 지금 뭐가 필요하고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지를 알 수 있어요. 방송 외적으로도 자주 만나요. 그래서 사석에서 했던 얘기들이 방송에 나오는 경우가 꽤 많아요. 호흡을 맞춘다는 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좋은 방송을 하기 위해서는 모든 캐스터들과 해설위원들 사이에는 그런 과정이 좀 필요하죠.

메이저리그는 송재우 위원과 오래했어요. 프로 야구는 차명석 위원, 지금은 LG로 가신 양상문 위원도 빼놓을 수 없죠. 그런 분들과 하다 보니까 제가 인간적으로 많이 배우는 게 많아요. 그리고 각자 갖고 있는 야구관이나 해설관들이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그걸 맞춰가는 게 저희 캐스터와 PD들이 역할입니다.

11. 캐스터들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중계를 해야겠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팀이 있을 것 같아요.

오늘 드디어 발표하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팀은… 바로 ‘뉴욕 양키스’입니다. 굉장히 실망스러운 답변이죠?(웃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아마 스포츠 중계를 안 했어도 스포츠에 반쯤 미처 살았을 거예요. 82년에 프로야구가 생겼잖아요. 그때만해도 6개의 팀이니까, 팀별로 중계를 다 볼 수밖에 없고, 그때는 지금처럼 중계가 많지 않아서 기껏해야 일주일에 한 게임 두 게임 이 정도였기 때문에 각 팀들의 선수들 라인업, 투수 이런 걸 다 외울 정도로 많이 봤어요. 그래서 한 팀 한 팀에 애정이 갈 수밖에 없죠.

또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있나요? LG는 전신 MBC기 때문에 그렇고, 삼성은 워낙 멤버가 좋았고, 해태는 정말 얄미울 만큼 야구를 잘했죠. 인천팀들, ‘삼미’라던가 ‘청보’라던가 지금 SK라던가 넥센도 있지만, 이런 팀들이 성적이 안 좋을 때는 측은지심으로 경기를 볼 때도 있어요. 게다가 지금은 이 일을 하다 보니 사실 커밍아웃 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차라리 저는 월드컵 때 ‘대한민국’을 응원하겠습니다.(하하)


한명재, 중계에 감동을 더하다!


12. 지금까지 중계하신 경기 중에 최고의 경기를 꼽으라면 어떤 경기를 꼽을 수 있을까요?

지난 해 1년 동안 제가 메이저리그하고, 프로 야구 포스트 시즌까지 야구 경기만 130게임 정도 중계를 했어요. 일주일에 최소 3게임에서 많게는 5~6게임 정도를 준비하거든요. 그리고 중계하는 경기 말고도 다른 경기들을 봐야 되잖아요. 그래서 메모리를 오래 못 갖고 있어요.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들은 고생했던 경기들인 것 같아요.

2009년에 광주에서 KIA와 LG의 경기가 있었는데, 5시간 58분 동안 경기를 했죠. KBO 연감에도 기록된 프로 야구 역사상 최장 시간 경기기도 해요. 그날이 목요일이었는데, 비가 내려서 경기가 취소되면 일찍 올라가려고 했어요. 근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경기가 시작된 거예요. 초반 경기가 박빙이었어요. 스코어가 3:0에서 13:12까지 갔고, 연장전까지 갔는데, 결국 13:13으로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끝이 났죠. 중계를 끝내고 짐을 챙겨서 나오니까 새벽 1시더라고요.(웃음)

13. 한명재 중계 어록 중에 “보고계십니까, 들리십니까, 당신이 꿈꿔왔던 그 순간”이 있습니다. 이 멘트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iMBC에만 공개를 하자면… 사실 이 멘트는 어느 정도 준비를 한 멘트예요. 그 짧은 시간에 제가 어떻게 그런 말을 생각해낼 수 있겠어요. 그래도 제가 웬만해서는 멘트를 준비하거나 그런 사람이 아니거든요.(웃음) 근데 아무래도 우승의 순간은 선수들에게나 코치, 감독, 그리고 팬들에게 참 소중한 순간이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저도 이 팀들을 하루 이틀 본 게 아니고, 선수들 스프링캠프에서 뛰는 모습,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 하위권에 쳐져 있을 때, 좋았을 때 등 여러 가지 모습들을 쭉 옆에서 지켜보다 보니까 우승의 순간이라는 게 남다를 수 밖에 없어요. 우승은 단 한 팀 뿐인거니까요. 어렸을 때 하던 ‘의자놀이’ 기억하세요? 8명이 노래를 부르다가 4개의 의자를 먼저 차지한 사람이 남고, 또 노래를 부르면서 의자의 수는 3, 2, 1로 좁혀져 가다가 마지막 남는 사람이 이기는 거잖아요. 그런 놀이처럼 정말 중요한 순간, 두 팀 중에 한 팀만이 우승을 하기 때문에 그럴 때는 멘트를 준비를 하죠. 물론 그때 상대팀이었던 SK도 우승 멘트가 있었어요, 사용하진 못했지만.(웃음)

그 해는 한국시리즈 중계를 하면서 ‘삼성이 참 강했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 장효조 코치가 운명을 달리하신 거예요. 사실 저도 어렸을 때 장효조 선수를 참 좋아했던 팬이거든요. 그 사람은 크지 않은 체격에 어떻게 하면 저렇게 잘 칠 수 있을까? 신기할 정도로 안타도 잘 치고, 출루도 잘 하고 센스 있는 플레이를 참 잘했던 선수예요. 그런데 그 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삼성 2군 감독을 했어요. 그리고 그 해 삼성을 강팀으로 이끈 주축 멤버들이 대부분 장효조 감독이 2군에서 키워낸 친구들이었죠. 꼭 그런 건 아니겠지만, 우승의 순간에 선수들에게 떠오를 사람은 아마도 장효조 2군 감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머릿속에 그런 생각들이 스치는데, ‘아, 만약 삼성이 우승을 한다면 어떤 멘트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그 해 삼성이 한국시리즈 직행을 했을 때, 어차피 팬들도 보고 계시니 중의적인 의미로 “보고계십니까? 들리십니까?”라고 했던 멘트가 생각보다 많이 회자가 됐던 것 같아요.

그게 재작년 일인데, 작년에 삼성이 또 3승 3패를 했잖아요. 그래서 사실 어떤 멘트를 할까 고민을 되게 많이 했어요. 근데, 대한민국 역사상 어느 팀도 그렇게 쉽게 3연패를 한 팀이 없거든요. 그게 참 어려운 일인데, 그런 부분들을 팬들과 공감하고 싶어서 이번에는 장효조 감독보다는 팬들에게 “이제 3연패입니다”라는 의미로 “보고계십니까, 들리십니까”를 또 한 번 썼죠. 그런데 팬들이 “한명재, 일년 동안 아무것도 준비를 안 했다”며 굉장히 서운해 하시더라고요.(웃음) 아마 올해 삼성이 또 우승을 하면 멘트를 좀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4. 그 당시 멘트가 팬들에게 뜨겁게 회자되면서 ‘중계에 감동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건 정말 저희 프로듀서들에게 고마운 일인데, 아직도 인터넷을 찾아보면 ‘한명재 한국 시리즈 버전’ 이런 것들이 있어요. 어차피 저희는 중계는 라이브로 하지만, 바로 라이브로 나가진 안잖아요. 왜냐하면 공중파들이 먼저 나가니까. 근데, 프로듀서들이 제 중계 화면들을 쭉 묶어서 하이라이트를 만들고 배경음악을 깔아서 만들어 놓은 영상이 ‘베이스볼 투나잇’에 몇 번 나갔어요. 배경 음악과 제 멘트, 그리고 현장 분위기가 잘 어우러져있죠.

제가 아까 ‘다른 접근’이라고 말씀드렸던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스토리’를 만드는 거예요. 1차전부터 7차전까지 한국시리즈가 진행이 된다면 그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근데 화면과 상황에 맞는 멘트를 해서 그 멘트로 인해 시청자들이 감동을 느낄 수 있고 재미를 드릴 수 있으면 그게 저희 PD나 아나운서, 해설위원들이 할 수 있는 최고니까 그런 부분에 좀더 많이 신경을 쓰려고 많이 해요.


야구는 내 운명, 매일 매일의 경기가 내겐 '스토리'


15. 한명재에게 ‘스포츠 중계’는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거창하겠지만, ‘운명’ 같아요. 만일 스포츠를 제가 잘하는 사람이었으면 아마 선수가 됐겠죠. 그리고 스포츠를 좋아하긴 했어도 방송쪽에 관심이 없었으면 마니아로 남았겠죠. 그런데 스포츠가 당겨서 제가 간 건지, 제가 스포츠를 당겨서 이쪽으로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운명처럼 여기까지 오게 된 거 같아요.

제가 18년째 캐스터 일을 하고 있는데, 사실 그만 둘 기회도 많이 있었고, 다른 일을 할 기회도 있었고, 굳이 이거 말고 다른 장르 혹은 다른 계통의 일을 할 수도 있었어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대한민국 몇 안 되는 야구 캐스터 역할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이게 아마 제 운명이 아니었나 싶기도 해요.

스포츠에게는 고맙기도 하지만, 가끔은 원망도 하고 그런 부분도 커요. 엄마 아빠한테 “왜 날 낳으셨어요? 좀더 좋은 집안에 태어나게 하지?” 이런 원망을 말씀은 못 드려도 갖는 분들 많잖아요. 근데 그게 운명이잖아요.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닌데, 어쨌든 이 집안에 태어나서 이만큼 성장을 했고 살아가는 건 내가 갖고 있는 운명인 거잖아요. 마치 저한테 스포츠는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가끔 싫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정말 뿌듯하고, 고마운. 저한테 스포츠는 그런 운명의 고리이고 운명이기 때문에 제가 갖고 가야 되는 업보인 것 같아요.

그래서 항상 고마움도 느끼지만, 항상 미안함도 느껴요.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더 좋은 방송을 해야 되는데, 하는 아쉬움도 항상 있는데, 그런 것들이 아직 채워지지 못했기 때문에 제가 더 열심히 방송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어요. 아마 만족할 수 있으면 좀더 편안하게 하겠지만, 만족을 못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이 있어요.




16. 한명재의 야구 중계를 사랑하는 ‘야구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MBC 스포츠 플러스, 그리고 MBC에서 메이저리그와 프로야구를 중계하고 있는 한명재입니다. 야구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매력이 있지만 제가 느끼는 야구의 매력은 매일매일 경기를 한다는 겁니다. 오늘 성적이 나쁘더라도 내일 성적이 좋을 수 있고, 오늘 성적이 좋았어도 내일을 위해서 겸허하게 준비를 해야 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야구는 참 볼게 많고, 스포츠는 승부의 우연성이 워낙 많은 장르기 때문에 많은 이야기, 스토리들이 양산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스토리의 첨병에 있다는 점이 제 입장에서는 뿌듯함이기도 하고 보람이기도 합니다.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많이 봐주시고, 좋게 봐주시는 것이 정말 저한테는 큰 도움인 것 같습니다. 너무 자만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하면서 여러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메이저리그, 프로야구, 모든 스포츠들을 어느 채널에서나 함께 하셔도 좋겠습니다만, 특히 MBC 스포츠 플러스, MBC를 통해서 많은 스포츠의 소식과 스포츠의 재미를 느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명 재
  - MBC 스포츠 플러스 아나운서
  - 야구 중계 전문 캐스터
  - 현재 류현진, 추신수 등 메이저리그 소속 한국 선수들의 경기 중계와 한국 프로 야구 중계를 도맡고 있다.


iMBC연예 김미영 | 영상 김현성 | 사진 함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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