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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진 칼럼] 박종환과 트렌드



트렌드에서 밀려난 박종환 감독

22일 성남FC 박종환 감독의 전격적인 자진 사퇴~구단의 사표 수리~사과문 발표 등의 과정은 두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지난 16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가진 성균관대와의 연습경기 도중 박 감독이 미드필더 김성준과 신인 김남건의 안면을 때린 게 발단이 된 지 6일만이다.

지난 주말 내내 이 해프닝은 세월호 참사에 가려있었지만, 축구계와 이와 관련한 SNS 등에서의 논란은 성남 구단 운영이 마비될 정도였으며, 비난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19일 부산 전 관중석에는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플래카드가 보이기도 했다.

견디다 못한 구단측이 예상외의 빠른 결정을 내렸다. 박 감독은 사퇴 직후 기자들에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도 없다. 선수를 아끼는 마음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지 폭행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 몇 시간 전 구단은 보도자료를 통해 (박 감독이) ‘이번 일로 고통을 받았을 김성준, 김남건 선수를 비롯한 모든 선수단과 성남 팬들에게 죄송하다’며 자진사퇴했다고 발표했었다.



박 감독은 억울해 하고 있다. 박 감독의 축구는 ‘강한 정신력’이다. 올해 76세의 박 감독은 50년 전인 1965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그렇게 해왔고, 또 통했다.

1983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4강의 신화를 창조해 대한민국 축구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감격의 순간을 축구인들은 잊지 못한다. 선수들을 ‘사랑의 매’와 함께 지옥으로 몰아넣었던 훈련을 모두가 칭송했었다. 그 훈련을 이겨낸 영웅들 상당수는 지금 대한민국 축구 지도자들이다.

프로에서도 성공했다. 성남 구단의 전신인 일화천마축구단 감독시절 정규리그 3연패 등 최강팀으로 끌어올렸고, 대구FC를 거쳐 지난해 말 새롭게 창단한 성남 감독을 맡자마자 단숨에 중위권으로 올려놓았다.

성남이 박 감독의 16일 해프닝을 선수폭력으로 규정하고 (박 감독은 ‘꿀밤’이라고 주장) 초스피드로 해임한 것은 그래서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성남이, ‘축구통’ 신문선 대표가 박 감독의 훈련 스타일을 몰랐던 것일까.

마침 소치올림픽 안현수 사건을 계기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수폭력(성차별, 폭력 포함)에 대한 강력한 징계 및 규제를 천명한 시기에 맞물려 있다. 교육차원의 체벌까지도 전부 폭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1980년대는 축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종목 선수들은 ‘교육차원의 체벌’을 아예 생활화하다시피 겪었지만, 이후 특히 오늘의 세대는 자신의 신체에 손끝 하나 닿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다. 변화된 트렌드다.

반면, 박 감독은 트렌드를 거부하며 자신의 방식을 굽히지 않았다. 수십년 동안 대한민국 축구계를 풍미한 박종환 감독을 ‘폭력 지도자’로 규정하고 퇴진시킨 과정에서 “요즘은 ‘사랑의 매’조차 인정하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며 정중하게 원로 지도자에 대한 예를 갖췄어야 했다.

글 = 이병진 ㅣ 사진 = 성남FC홈페이지







    이 병 진
    경제전문 주간지 <더 스쿠프> 발행인 고문, 前 스포츠서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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