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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詩를 읽을 때> 미도가 키스를 허락하게 만든 책


낮은 저음으로 그가 이 소설을 읽어주었을 때,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24일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는 서툴지만 순수한 태상(송승헌)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미도(신세경)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미도는 태상이 준 커플링을 목에 걸고 회사에 등장, 태상에게 그와 연인이 될 의사가 있음을 내보이며 은밀하게 사내 연애를 즐기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회사 건물 뒷편에서 몰래 만나 사랑을 속삭이는가 하면, 놀이공원 데이트까지 즐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미도는 열일곱 살 이후부터 모든 행복과 동떨어져 살아왔던 태상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자신의 존재로 하여금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고자 애를 쓴다.


이날 미도는 태상에게 뜬금없이 "작년 크리스마스에 뭐 했냐"고 묻는다. 태상은 "작년, 제작년에도 크리스마스에 일했다"는 대답이 돌아왔고, 미도는 그런 태상에게 특별한 크리스마스의 기억을 만들어줘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두 사람은 와인 한 병을 산 후 책방으로 가져왔고, 책방을 온통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으로 꾸며 마치 12월의 크리스마스인 듯 황홀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란히 서로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앉아 와인을 마시며 책을 읽는다. 이때 낮은 음성으로 책을 읽어주는 태상의 목소리가 책방 안에 울려퍼진다.


태상이 이날 미도에게 읽어준 책은 타고난 언어감각으로 세계의 중심을 이야기하는 작가 김연수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의 한 구절이었다. 인상적인 이 책의 제목을 짓기 위해 작가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는 미국의 시인 메리 올리버의 시 '기러기'의 한 구절을 가져왔다.


무주에서 보내던 그 해 겨울이 기억나.
얼마나 추웠는지 몰라.
그때 달달 떨면서 내가 이불을 뒤집어 쓰고 간절히 원했던 건
누군가 내게 말을 거는 일이었어.
그게 누구든 나는 연결되고 싶었어.
우주가 무한하든, 그렇지 않든 그런건 뭐래도 상관 없어.
다만 내게 말을 걸고
또 내가 누구인지 얘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우주에 한 명 정도는 더 있었으면 좋겠어.

김연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中

이 소설은 80년대 민주화 운동이 끝나고 난 후 정체성에 혼란을 겪던 주인공이 우연치 않게 방북 학생 예비 대표 자격으로 독일로 가게 되면서 그곳에서 만난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개인의 진실과 공동체의 내면을 알아가게 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태상은 이 소설의 한 구절을 미도에게 읽어주다가 차마 더 읽지 못하고 멈춘다. 이 무한하고 끝도 없어서 고독하기만 했던 태상의 우주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와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고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는 그 존재가 바로 곁에 있다는 사실을 그 순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태상의 목소리가 끊어지자 미도는 눈을 뜨며 "더 읽어줘"라고 말한다. 태상은 눈을 뜬 미도의 얼굴을 보자 "눈 감으면"이라고 대답한다. 이어 눈을 감은 미도의 이마에 키스를, 그리고 입술에 키스하며 태상은 행복한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려 한다.

춥고, 고독하고, 외롭기만 했던 태상의 우주에 찾아온 단 한 사람, 서미도. 사랑은 어쩌면 그 '한 사람' 때문에 온 우주가 바뀌는 힘인지도 모른다.




iMBC연예 편집팀 | 화면캡쳐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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