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강국이라 불리는 일본은 3D가 대세로 자리잡은 추세인데도 불구하고 꾸준히 2D 애니메이션으로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할리우드의 공세 속에서도 여전히 인기 애니메이션을 내놓으며 강자의 미소를 짓고 있다.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거나 마니아 시장을 선점하는 것으로 위기론에 당당히 맞서고 있다.
현재 개봉했거나 개봉 예정인 일본 애니메이션은 다음과 같다. 2009년 12월 3일 개봉한 <에반게리온: 파>, 12월 24일 개봉한 <극장판 포켓몬스터DP: 아르세우스 초극의 시공으로>, 2010년 1월 28일 개봉할 <유희왕>과 <동쪽의 에덴 극장판 1: The King of Eden>, 2월 11일 개봉 예정인 <원피스 극장판: 스트롱월드> 등이다. 제목이 길어서이기도 하지만 제법 라인업도 풍성하다. 이들 애니메이션은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눠볼 수 있다. 철저하게 어린이 관객을 대상으로 하거나 애니메이션 마니아 어른들의 지갑을 노리거나.
일본 애니메이션이 현재 우리 극장가에서 거둔 성적을 보자. 1월 17일 현재 관객수만 보면 <극장판 포켓몬스터DP: 아르세우스 초극의 시공으로>는 323,984명으로 꽤 인기를 누렸다. 비록 애니메이션 영화는 아니지만 어린이들의 친구 <극장판 파워레인저: 엔진포스 vs 와일드 스피릿>에도 119,711명의 관객이 들었다. 이는 어린이와 함께 손 꼭 잡고 극장을 찾은 부모들의 힘이 합쳐 만들어낸 결과다. 특히 방학을 맞은 어린이를 위해 극장 나들이 한 번쯤은 해야 좋은 부모라고 생각한다면 1월 말 <유희왕>도 빼놓지 말아야 하겠다. <포켓몬스터>나 <유희왕>은 애니메이션 TV 시리즈로 모자라 극장판도 줄줄이 나오며 장난감과 같은 부가용품까지 내놓으며 부모의 지갑 알기를 우습게 아는 대표적인 어린이용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은 마니아들의 지갑도 노리고 있다. 대표 사례는 에반게리온 시리즈다. <에반게리온: 서>와 후속편 <에반게리온: 파>에는 각각 42,009명과 43,732명의 관객이 들었다. 비록 많은 수치는 아니지만 놀라운 사실은 이게 대부분 마니아들의 몇 번의 반복 관람을 통해 이루어진 결과라는 것. <에반게리온: 파>의 특별시사회에 친히 등장한 티아라 보기를 돌같이 하던 굳건한 마니아층은 서너 번의 반복 관람을 생활화하며 국내 개봉을 축하했다. 게다가 영화사 측에서도 이런 경향을 잽싸게 파악해 마니아들 지갑 강탈 프로젝트도 수행했다. 바로 영화 감상 시 포스터 증정 이벤트를 펼친 것이다. 일반인들에게야 포스터가 대수랴 싶겠지만 에바 강팬에게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게다가 시간에 따라 다른 캐릭터가 담긴 포스터를 제공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불타오르고 있는 에바 팬심에 불을 당겼다. 그러니까 네 번은 볼 예정이었던 사람도 다른 포스터를 얻기 위해 다시 에바가 부르는 극장으로 향할 수밖에 없더란 거다. 이제 에바 팬들은 <에반게리온: 급>의 개봉을 기다리며 지갑 살찌우기에 돌입했다.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성공은 다른 마니아 타깃의 애니메이션 개봉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했다. 바로 <동쪽의 에덴 극장판>도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이니 말이다. <동쪽의 에덴>에 <에덴의 동쪽>이 자동적으로 떠오르는 사람들 있을 테지만 엄연히 <동쪽의 에덴>이란다. <동쪽의 에덴>은 TV와 영화에서 동시에 마니아 육성 및 기반 다지기 프로젝트에 돌입한 사례이기도 하다. 2010년 1월 11일부터 애니메이션 채널 투니버스에서는 <동쪽의 에덴> 11부작 TV 시리즈를 방송하고 있다. <동쪽의 에덴 극장판>은 TV 시리즈의 후편을 다루고 있다. 그러니까 마니아라면 응당 TV 시리즈를 보고 친히 극장을 찾으란 친절한 배려다. 이름이 <동쪽의 에덴 극장판 1>인 만큼 물론 그 이후 이야기를 다룬 시리즈도 이어진다. <동쪽의 에덴>에 빠져든 마니아라면 지갑은 아예 맡겨놓고 있으란 말과 다름없다.
아무리 어린이 관객과 마니아들을 노리고 있다지만 일단 <원피스 극장판: 스트롱월드>에는 고개를 숙일 것. <원피스>는 마니아 세력도 강력하게 거느리고 있는데다 어린이들의 호응도 높은 그야말로 제대로 된 지갑 강탈 애니메이션이니까. <원피스 극장판: 스트롱월드> 역시 투니버스에서 이야기가 이어지는 TV 시리즈 4부작이 영화 개봉 전 방송된다. 애니메이션 마니아라면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는 모범생의 자세는 필수일 터.
일본 애니메이션은 탄탄한 시장을 바탕으로 극장에서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나름 틈새 시장이라 부를 만한 어린이와 마니아를 타깃으로 한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그러니까 할리우드의 3D 애니메이션 공세에도 일본 애니메이션이 쉽사리 지지는 않을 것 같다.
iMBC연예 이지현 기자 | 사진제공 온미디어, 애니박스 엔터테인먼트, 포켓몬코리아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