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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추태후와 등장인물들의 역사 속 이야기


천추태후가 시작되었습니다. 초반에는 나름 격한(...) 전투씬으로 시선을 잡고, 그 후에 옛날 이야기로 돌아가는 형식을 취했더군요. 드라마 자체는 사실 어디서 본 것 같기도....한 아리송한 뭔가가 느껴졌습니다만, 결과적으로는 1시간 내내 흥미롭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만, 이번에도 아역들이 꽤 멋지게 과거 이야기를 펼쳐주고 있는지라 성인 버전으로 넘어갔을 때 사람들이 또 다시 위화감을 느끼면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거기다가 고려사에서는 요부로 그려지고 있는 천추태후가 여걸로 변신한만큼 역사왜곡의 목소리도 벌써부터 높은 듯 하고요. 하지만 스페셜에서 이미 밝힌 것처럼,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에 축을 두고 유학자들이 "요부"로만 본 그녀를 드라마에서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것이니, 전 이 부분을 터치하지 않겠어요:) 물론 시선이 달라졌다고 해서 다른 명확한 사실들까지 왜곡되면 곤란하니, 역사적 사실이나 연도 등은 잘 맞춰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Snap shot = Spectrum antenna "헤미빔"(Hemi-Beam)









새로운 시각으로 그려질 "황보수"(헌애왕후, 이후 천추태후)

이 드라마의 주인공입니다. 고려왕조를 세운 태조 왕건과, 그의 네 번째 부인 신정왕태후 황보씨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대종"(나중에 성종이 왕위에 오르며 대종으로 추대)인데, 그 대종과 선의태후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 바로 황보수와 황보설, 그리고 나중에 왕위에 오르는 왕치(성종)죠. 고려왕조는 왕실을 굳건하게 지켜내기 위해 근친혼이 성행했던데다, 태조의 부인도 무려 스물 아홉이나 되었기 때문에 이 계보를 따져가며 보면 꽤 골치가 아픕니다. 저도 좀 헷갈려서 책이랑 종이 두고 그려가며 정리를 해봤는데, 줄줄이 비엔나가 따로 없더군요. 

어쨌든, 이 아가씨는 9살의 나이차이가 나는 사촌 오라버니인 "경종"에게 세 번째 비로서 시집을 가게 되는데요. 이 때 그녀의 동생이었던 황보설(헌정왕후)도 나란히 함께 시집을 갑니다. 그러나 경종과는 그리 오래 함께 살지 못하고, 아직 아기였던 아들(이후 목종) 대신에 오빠인 성종이 왕위에 오르며 자연스럽게 그녀는 "태후"가 되는데요. 나중에 성종이 사망하고 아들이 왕위에 오르며 그 유명한 "섭정"을 하고, 천추궁에 사는 태후라 하여 천추태후라 불리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그 이후의 기록들은 좋은 기록들을 찾아보기가 힘든 지경입니다.


일단 제가 원래 알던 이야기만 해보자면, 경종이 죽고 나서 외척이던 김치양과 정을 통해 아이까지 낳고 이 아이를 목종의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썼던 걸로 유명해요. 여기서 목종의 후계자로 김치양과의 사이에서 나온 아들을 세우려면 다른 왕위계승자가 있어서는 안되었는데, 하필 그게 천추태후의 동생인 헌정왕후(황보설)의 아들 "현종"이었습니다. 그리고 천추태후 일당은 그 현종을 제거하기 위해 또 갖은 술수를 다 부리다가, 강조의 변을 맞으며 유배를 떠나게 되었다가 몇 십년이나 지나 궁에 돌아오며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져있는 이야기죠.


물론 고려사 자체도 주관적인 의견들로 쓰여진 소위 "승자의 기록"이니, 천추태후의 섭정 기간 동안 외세의 침략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정치능력을 재평가하는 기회를 만들어낸 건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천추태후가 전쟁에 나가 활을 쏘고 칼을 휘둘렀다는 기록은 전무하다는 점에서 조금 복잡한 심경이 들기도(....). 나름의 재평가는 좋지만, 그만큼 신경도 많이 써야 할 캐릭터일 듯 하네요.



천추태후의 첫 남편이자 폭군으로 유명한 "경종"(왕주)


이름은 왕주, 고려왕조의 제 5대 군주로 광종과 대목황후 황보씨의 아들입니다. 예전에 혹시 "제국의 아침"이라는 대하사극을 보신 분은 이해가 좀 빠를 것 같은데요, 거기서 김상중씨가 강하고 잔인한 광종의 모습을 잘 보여준 바 있으십니다. 광종은 태조 왕건의 사남으로, 강력한 왕권을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 호족과 친인척들을 무서우리만치 경계했고, 숙청을 감행하기도 한 인물입니다. 아마 외척을 숙청하는 과정에서 아내인 대목황후와 갈등이 있었을 것이고, 거기서 아들인 왕주(경종)는 아버지와 그리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하는군요. 정치는 관심 밖으로 던져버리고 문란한 생활을 즐기다가, 결국 병에 걸려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의 죽음에는 약간의 의심점이 많아, 그냥 병사는 아닐지 모른다는 견해도 있는 모양이에요.


조금 더 들어가 생각해보면, 어릴 적에 친척들까지 베어버리는 아버지를 보며 알게 모르게 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을 품었을 테죠. 아마 아버지라는 인물은 그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이고, 그런 아버지가 앉았던 자리에 그대로 오르며 알게 모르게 두렵기도 했을 겁니다. 어떻게 보면 "왕"이라는 지위에 이미 신물이 나버렸을지도 모르죠. 재위기간도 짧은 편이고 정사도 제대로 돌보지 않았지만, 아버지 광종과 비교해서 좀 더 생각해보고 알아보고 싶은 인물 중 하나입니다.


아내이자 조카인 헌애왕후(천추태후, 황보수)와의 사이에 아이가 하나 있었으나, 그의 병세가 위독해져 죽음을 앞두고 있을 때 그 아이는 너무 어렸던 탓에 조카인 왕치(성종)에게 양위를 하고 그 해에 사망합니다. 


 

천추태후의 오라비이자 성군으로 칭송받은 "성종"(왕치)

고려의 제 6대 군주로, 이름은 왕치입니다. 황보수 자매의 오빠죠. 유학을 장려하고 나라의 기반을 튼튼하게 세운 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성종 12년에 요나라에서 소손녕이라는 장수가 군사를 이끌고 고려를 침략했고, 이에 고려는 적당히 항복을 하자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해요. 그러나 항전을 해야 한다고 서희 등의 신하들이 강력하게 주장해 결국 항전에 나서게 되죠. 여기서 생각지 않게 일이 진행되는 바람에 화친의 분위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를 때, 서희가 소손녕을 만나 담판을 짓습니다. 이게 그 유명한 "서희의 외교":) 서희의 활약 덕분에 이후에 큰 갈등 없이 고려는 강동 6주까지 획득하며 전쟁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물론 이 강동 6주 때문에 거란은 현종 때가 되어 또 다시 공격을 감행하게 되지만요.


 


성종도 역사 속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는데(유학을 장려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지도;;), 드라마에서는 동생인 천추태후와 정치적인 입장에서 대립하고 있다는 게 메인이라 또 약간 다른 모습을 보여줄 듯 보입니다. 재미있는 건 첫째 누이동생과 불륜을 저지른 김치양을 귀양보내고, 둘째 누이동생과 불륜을 저지른 왕욱을 나란히 귀양보냈다는 것. 아들이 없어 조카인 왕송(목종)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병에 걸려 사망합니다.



헌정왕후의 정인(情人)이자 현종의 아버지 "안종"(왕욱)


태조 왕건과 그의 다섯번째 부인인 신성왕후 김씨의 아들, 왕욱입니다. 헌정왕후의 아버지인 "대종"과는 이복형제 사이죠. 왕위에 오르지 않았지만, 그의 아들인 현종이 왕위에 오르며 자신의 아버지를 추대해 "안종"이라는 시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 사람은 남편이 죽고 사저로 나온 헌정왕후와 이웃에 살며 정을 통해 아이까지 낳게 되는데, 이가 바로 목종 다음에 왕위에 오른 현종이에요. 드라마에서는 어릴 적부터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사이로 묘사될 듯 합니다. 어쨌든 헌정왕후가 죽고 나서, 오빠인 성종은 유교적인 이념을 중시하던 사람이었기에 불륜을 저지른 왕욱을 귀양보내버리고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보모에게 맡겨 키우게 해요. 그러던 어느 날 아이를 보러 온 성종의 무릎 위로 아이가 기어올라오며 아버지를 불러대자, 부자간의 인연을 끊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성종이 눈물흘 흘리며 아이를 왕욱에게 보내게 된다고 합니다.




천추태후와 성종의 동생이자 현종의 어머니 "헌정왕후"(황보설)


 


여걸의 면모를 발휘하고 있는 언니와 대조적으로, 여성스럽고 여린 소녀의 감성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고 합니다. 사촌인 경종의 제 4비로 시집을 가지만, 얼마 안 되어 남편이 사망하는 바람에 궁을 나와 살았다고 해요. 이 때 이웃에 살던 왕욱(안종)을 만나 정을 통해 아이를 낳으니, 그가 바로 고려 제 8대 군주인 현종(왕순, 대량원군)입니다. 오빠에게 임신 사실을 들키고 얼마 안 되어 해산을 하는데, 결국 산고로 사망하고 말죠. 나중에 아들이 왕위에 오른 후에, 효숙왕태후로 추대됩니다. 참고로 남편인 경종과의 사이에서는 자녀가 없었어요.


  


귀주대첩의 전설 강감찬 장군


 


갑자기 이리로 내려오니 땀냄새 물씬 나는 장군님들 드라마로 넘어가는 듯 하네요. 이 분은 성종 때나 되어야 장원급제해 벼슬길에 나가기 때문에, 아마도 지금은 별 벼슬이 없으실 거에요. 약 서른 다섯이라는 나이에 장원급제하셨다고 하니 지금 한 서른 초반 정도려나. 요나라의 3차 침입 때에 귀주대첩으로 적군을 섬멸하고 대승을 거두는 전과를 올리며, 요나라가 고려침략을 포기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합니다. 어쩐지 아직까지는 설인귀 냄새가 많이 나서 고려 때의 용장이자 지장이던 강감찬 장군과 아직 매치가 안 된다는 게 문제. 제일 잘 알려진 고려의 명장을, 이 드라마에서 앞으로 어떻게 그려낼지 계속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천추태후 일당을 몰아내는 강조


 


사실 다른 것보다, 정변을 일으킨 것으로 유명한 강조. 극중에서는 천추태후를 짝사랑하는 인물이나, 역사 속에서는 발해의 유민이며 그녀의 세력을 절단내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이 부분도 나중에 말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그려낼런지 모르겠네요.


 


천추태후와 김치양이 통정해 아이를 낳았다는 얘기는 지겹도록 했으니 넘어가고. 그 두 사람은 목종의 후사로 그 아이를 올리기 위해 음모를 꾸밉니다. 그 사실을 안 목종은 대신 왕욱의 아들인 대량원군(현종)을 올리기로 하고, 멀리 있던 강조에게 궁을 지키라 지시를 내리게 되죠. 그런데 왕은 아프고 천추태후는 애인이랑 그러고 있으니 나라 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별별 헛소문까지 돌기 시작해, 나중에는 목종이 죽었다는 극단적인 소문까지 퍼지게 돼요. 그 소문을 들은 강조는 목종의 유지를 이어 대량원군을 옹립하기 위해 군사를 이끌고 신나게 올라오는데, 막 올라오던 차에 사실 목종은 안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접하게 됩니다. 왕의 명도 없이 군사를 움직였으니 강조의 입장은 곤란할 수밖에 없었죠. 어차피 여기까지 오고, 목종도 제대로 정사를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 그는 그대로 치고 올라가 목종을 폐위시키고 대량원군을 왕으로 옹립합니다. 그리고 김치양과 그의 아들을 시해하고 천추태후는 귀양을 보내버리죠. 목종도 나중에 시해해버리고요. 뭐, 천추태후만 살려뒀다고


 


어쨌든 이 일은 거란에게 침략 구실을 주게 되는데요. 쌩뚱맞게 강조의 죄를 저들이 묻겠다고 군사들을 떼거지로 몰고 내려옵니다. 물론 이건 그냥 구실이죠. 얘들은 1차 침입 때 줬던 강동 6주를 되찾으려 한 것 뿐이거든요. 제 2차 침입 때 강조는 거란군사에게 붙잡혀 회유를 당하지만, 끝까지 거절하다가 사망하고 맙니다. 그나저나 천추태후 일당을 섬멸하는 강조가 사실 그녀를 짝사랑(...)했다는 설정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봐야 할 듯'ㅅ';;




해왕성에서 마실 나온 판야의 두 번째 은신처(2009.01.05 작성)

//tvlog.tvian.com/pan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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