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해리가 툭하면 내뱉는 ‘빵꾸똥꾸’가 유행어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말의 사용법은 천차만별인데 주로 해리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 사건, 상황에 대해 일괄적으로, 혹은 포괄적으로 사용된다. 그러니까 이건 ‘해리 맘’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걸 보면서 아이들이 따라한다고 걱정하지만 뭐,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뭔가 크게 삐뚤어지는 건 아니니 심하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입장이다. 그래봐야 욕 하나 더 배우기밖에 더 하겠나.
재미있는 건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들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 인기를 얻으면서 성인 시청자들이 유행어처럼 ‘빵꾸똥꾸야!’를 입에 달고 다닌다. 주변의 지인들도 걸핏하면 문자로, 혹은 목전에서 “이 빵꾸똥꾸야!”란 말을 토해내는데 그게 꽤 웃기고 재미있다. 만약 이런 댓거리에 웃지 않고 멀뚱거리고 있다면 <지붕 뚫고 하이킥>을 보지 못한 사람이므로 단번에 놀림의 대상이 되고 만다. 아직도 이걸 못 봤단 말이냐, 라면서 놀리다가 이내 이 재미있는 걸 못보고 어떻게 사냐, 라며 불쌍한 대상이 되고 만다. 그만큼 이 ‘빵꾸똥꾸’의 힘은 강력한데 이 단순하고 센 발음의 말이 유행하는 걸 보고 있으면 확실히 대중문화를 움직이는 건 TV와 사람들, 그리고 인터넷이라는 생각이 든다. ‘빵꾸똥꾸’를 몰라 놀림받던 사람들은 집에 가서 당장 이 유치하고 부끄럽고 웃기는 단어를 검색해보고 <지붕 뚫고 하이킥>을 다운로드 받아볼 것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이 저녁 시간에 방영되는 시트콤임에도 불구하고 직장인들이 거의 대부분인 20~30대 성인들에게 유행하는 건 인터넷과 재방송 덕분이다. TV와 인터넷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생각은 몇 가지 사례로 구체화된다. 올해 음악계에서는 타이거JK의 앨범이 높은 판매량과 대중적인 관심을 얻었다. 이걸 보고 누군가는 한국 힙합의 쾌거라고 치켜세우거나, 누군가는 타이거JK가 비로소 한국 사회에서 대중성을 발휘한다고 말할지 모른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타이거JK의 앨범 판매량의 1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무한도전>이었다. ‘올림픽대로 가요제’에 출전한 유재석을 위해 노래를 만든 타이거JK와 윤미래는 <무한도전> 덕분에 검색순위에도 높게 기록되었고 MAMA에서도 상을 받을 수 있었다. 흥미로운 건 MAMA 무대에서의 타이거JK였다. 수상자로 이름이 불리자마자 그는 감격에 겨워 무대 위에서 계속 “여러분, 더우시죠~”를 외쳤다. 이건 <무한도전>에 등장한 그의 노래 인트로였다. 본인도 앨범의 성공이 <무한도전> 때문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붕 뚫고 하이킥>의 대중적인 반응을 보면서 TV가 사회적으로, 대중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제대로 수치화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건 시청률로는 환원되지 않는 수치이자 타이거JK의 예에서처럼 다른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수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시청률이 절대적인 수치로 작동하고, 시청률의 고저에 따라서 프로그램의 가치가 매겨진다. 한국에 초고속 통신망이 설치된 지 10년, 다시보기 서비스를 개시한 지도 그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과연 그동안 벌어진 변화는 지난 30여 년간 벌어진 변화보다 급박하고 다채롭다. 이젠 뭔가 변해야 할 때도 되지 않았을까. 연말이 되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솔직히 작년에 했던 생각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 답답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iMBC연예 차우진(칼럼니스트) | 사진 TVian DB | 사진제공 MBC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