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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체' 연상호 감독 "주인공 전지현, 사실 '외톨이 찬가'" [영화人]

진화한 좀비, 집단 지성으로 함께 뭉치고, 서로 의지해 자판을 입력하고, 휴대폰 문자를 읽고, 인간처럼 말을 하는 좀비의 탄생.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의 놀라운 지점이다. 지난 5월 21일 개봉 이후 빠르게 관객을 모으고 있는 이 영화에 대해 연상호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이 영화를 기획하며 AI 시대에 인간의 개별성은 집단 지성 앞에서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했다는 연상호 감독이다. '군체'에서는 좀비들끼리 점액질을 이용해 정보를 공유하고, 서영철이라는 인물이 이 좀비들의 뇌를 통제해 일관되게 명령을 보낸다. 처음에는 이 좀비들의 업그레이드에 놀라고 겁도 났지만 시간이 갈수록 '집단 지성'이라고 부르기엔 우매한 결과를 보이는 군체의 움직임은 의아하기도 했다.

연상호 감독은 "집단 지성은 결국 이데올로기다. 서영철의 집단 지성은 '지성'의 집단이 아닌 이데올로기로 보는 게 맞다. 이데올로기의 작동 방식은 아주 뛰어나지 않다"며 '집단 지성'의 의미가 이 영화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야기했다.

AI, 집단 지성, 개별성 등의 어려운 단어들이 이 영화를 기획하는 데 바탕은 되었지만 그는 "아무리 AI가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몇천 년 후의 일을 계산하는 AI는 아직 안 나왔다. 그런데 2,700년 전 그리스에 살던 작가 이솝이 쓴 우화는 몇천 년 후의 인간을 예측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어떤 사회적 현상이나 사람들의 심리에 이솝의 우화가 이용되는 걸 보면 우화에는 미덕이 있고 힘이 있다고 본다"라며 좀비물 같은 장르 영화가 어떤 기능을 하길 바라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연상호 감독은 "'군체'도 그렇다. '앤트밀' 장면 하나만으로도 우리 사회를 설명할 때 인용될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다 생각한다. 장르 영화의 힘은 이런 데 있다. 사회를 아주 디테일하게 표현은 못 하지만 사회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났을 때 누군가 '영화 '군체'에서 나왔던 '앤트밀' 장면 같은 거'라고 쉽게 말할 수 있게 어떤 기호를 만들어내고 편하게 설명할 수 있는 기호가 되는 게 장르 영화의 힘이다"라며 장르 영화에서 만들어지는 특정하고 인상적인 장면에는 단순히 '영화의 한 장면'을 넘어서는 의미와 역할이 있다는 논리를 펼쳤다.

영화에 대한 연상호 감독의 재미있는 논리는 주인공 설정에도 담겨 있었다. 생명공학자 '권세정'(전지현 분)은 불의를 참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하는 성격 탓에 비리는 고발하고, 잘못은 지적하는 바람에 교수 재임용에도 탈락한 인물이다. 정의롭기는 하지만 이 인물에게는 전남편만이 유일한 친구일 뿐 주변에 자신을 이해해 주고 손 내밀어 주는 친구는 없었다. 이런 설정에 대해 감독은 "외톨이에 대한 찬가다. 외톨이도 좋다, 괜찮다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 원래 영화를 배웠던 방식과 많이 다른 식으로 인물을 만들어 봤다"며 살짝 민폐 캐릭터일 수 있지만 이런 인물들이 주인공이 되는 설정으로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는 영화 '군체'는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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