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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M] '모자무싸' 짠한 밉상 황동만, 구교환 아닌 누가 소화하랴 ★★★

구교환이 또 다른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최근 첫 방송된 JTBC 새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극본 박해영·연출 차영훈)는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안 풀려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 미쳐버린 인간의 평화 찾기를 따라가는 작품.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등 잔잔하고 따스한 이야기로 지친 대중의 마음을 치유해온 박해영 작가의 신작이다. 여기에 '동백꽃 필 무렵' '웰컴투 삼달리' 등 평범한 사람들의 연대를 포근한 눈빛으로 품어온 차영훈 감독이 힘을 더했다.

박해영 작가의 작품답게 속을 후벼파는 대사가 일단 인상적이다. 20년을 허송세월로 보내온 자신에게 쓴소리를 내뱉는 최동현(최원영)에 "내 인생이 왜 네 마음에 들어야 되는데요?"라고 외치는 황동만(구교환)을 시작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내고 싶은 변은아(고윤정)의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어떻게 조용히 있어"라는 대사까지, 1회부터 공감을 자아내는 대사들로 1시간의 러닝타임을 꽉 채워넣으며 인물들이 내뱉는 대사들을 곱씹게 한다.

2회에도 명대사 파티는 이어진다. "인간이 그렇게 취약한 존재다. 시선 하나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배부르면 흐릿해지는 투지, 역시 난 굶겨야 해. 그래야 들개처럼 움직여", "이 바닥은 면전에 대놓고 얘기하는 게 무슨 파워인 줄 아냐" 등 삶을 살아가며 한 번쯤은 저마다의 무기력함을 느꼈을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위로를 안긴다.



차영훈 감독의 연출도 인상적이다. 영화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답게, 단편 영화 같은 색감 위에 유명 영화들의 명장면들을 효과적으로, 또 재치 있게 오마주 하며 보는 맛을 더했다. 작품 전반에 깔려있는 영화적 색채 덕분에 자칫 과장됐다 느껴질 수 있는 인물들의 행동도 자연스레 어우러지는 편이다.

대사의 리듬도 제대로 살려냈다. 박해영 작가의 글은 긴 호흡과 티키타카의 중요성 탓에 연출과 호흡이 안 맞을 경우 다소 지루하고 오그라든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는 박 작가의 작품이 그간 호불호 갈리는 평가를 받아온 이유 중 하나이기도. 반면 차영훈 감독의 경우 이를 적절한 속도와 길이로 배합해 내며 이른바 '말맛'을 제대로 살려냈다.

연기 구멍 하나 없는 배우 라인업은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가 지닌 가장 큰 무기다. 오정세, 강말금, 박해준, 최원영, 배명진, 조민국 등 자타가 공인하는 명품 배우들이 살벌한 연기 전쟁을 펼치며 팽팽한 텐션을 끝까지 끌고 가는 것. 특히 오정세는 1회 오프닝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하며 오정세가 아닌 박경세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게끔 한다.



주인공 구교환도 마찬가지. 다시 한번 자신의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 그가 연기하는 황동만은 20년간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한, 누가 봐도 무능력한 영화감독이다. 환영받지도 못하는 모임에 참석하고 쉼 없이 남을 씹어대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내려는 밉상 면모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구교환이 연기하는 황동만은 그저 밉지만은 않다. 구교환이 지닌 순수하고도 선한 이미지 덕이다. 장난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미운 구석 투성이인 지질한 친구이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럽고 찡한 마음도 드는 구교환만의 황동만을 완성해낸 것. 분명 그가 내뱉는 대사들은 곁에 있다가도 머리를 한 대 쥐어박고 싶을 만큼 얄밉지만, 구교환이 그려내는 황동만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8인회 멤버들이 왜 20년 동안 그를 감싸왔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한편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1회, 2회 2.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의 준수한 성적으로 출발을 알렸다. 이는 박해영 작가의 전작 '나의 해방일지' 1회가 기록한 2.9%보다 낮은 성적. 다만 '나의 해방일지'가 뒤늦은 입소문을 타고 6.7%의 자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했다는 걸 떠올려보면 반등을 기대해 볼법한 상황이다.


iMBC연예 김종은 | 사진출처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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