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영화 '살목지'로 장편 영화에 데뷔한 이상민 감독을 만났다. 이상민 감독은 단편 영화 작업부터 호러와 스릴러 장르 외길을 파오며 대한민국 대학영화제 대상, 수려한합천영화제 대상, 서울충무로영화제 관객상 등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실제 괴담의 소재로도 유명한 살목지를 배경으로 한 이상민 감독의 '살목지'는 언론 시사와 공포 GV 이후 호평을 받으며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호러 영화 '살목지'의 이상민 감독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사람, 진짜 찐이구나.' 보통의 감독 인터뷰에서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배우들과의 호흡 같은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상민 감독은 달랐다. 장면 하나를 물으면 그 장면이 존재하는 이유가 나왔고, 소품 하나를 물으면 그 소품의 세계관이 나왔다. 영화 속 모든 것에 근거가 있었다.
그 근거의 출발점은 의외로 인터넷 괴담이었다. 이상민 감독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괴담을 즐겨 본다고 했다. 특히 물귀신 경험담에는 공통된 패턴이 있었다는데, 지인의 얼굴인 줄 알고 가까이 갔더니 아니었다는 식의 이야기들이었다. 귀신이 아닌 척, 사람인 척, 지인인 척 나타나서 물로 데려간다는 물귀신의 속성이 거기서 나왔다. 단순히 무섭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홀리고 유혹하는 존재, 그것이 이상민 감독이 물귀신에서 발견한 매력이었다.
소재를 파고드는 과정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영화 속 돌탑의 모티브를 찾다가 발견한 것이 '호식총'이었다. 조선시대에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시신은 온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호랑이가 남긴 유해를 거두어 그 자리에 돌을 쌓은 걸 호식총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호랑이에게 당한 영혼은 호랑이의 부하인 '창귀'가 되어 지인의 목소리와 얼굴을 빌려 사람을 홀린 뒤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든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이 성격이 물귀신과 판박이었단다. 심지어 창귀를 뜻하는 한자 중 하나가 물귀신으로도 해석된다는 사실까지 확인했을 때 이상민 감독은 "세계관이 맞떨어진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자리에 돌을 쌓아 무덤을 만들고 시루를 놓고 칼을 꽂는 호식총의 풍습이 영화 속 살목지 돌탑의 기원이 된 것이다.
그렇게 쌓아온 세계관을 더 단단하게 만든 것이 무속인 자문이었다. 이상민 감독은 크레딧에도 이름이 오른 무속인 고춘자 선생님께 영화 전반에 걸친 자문을 받았다. 그 결과 영화 속 돌탑에 공양을 드리는 방식, 쌀을 담은 사발에 칼을 꽂는 의미, 새끼줄을 꼬는 방향과 설치 위치, 물에 빠진 영혼을 구제하기 위한 '넋걸이'에 넣어야 하는 것들까지 미술 디테일 하나하나에 무속적 근거가 담겼다.
뿐만 아니라 귀신의 힘이 가장 강한 시간인 축시, 귀문이 열리는 그 시간대를 배경으로 해 영화 속 '새벽 한 시 반'이라는 시간이 강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물가에 돌탑을 쌓으면 귀신을 부르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무속인에게 직접 들었을 때 이상민 감독은 "계속 세계관이 맞떨어진다"며 신이 나서 시나리오를 달렸다고 했다.
장비 선택에서도 이 감독의 치밀함은 이어졌다. 영화 속 '고스트 박스'와 '모션 디텍터'는 실제로 고스트 헌터들이 사용하는 장비다. 이상민 감독은 해외에서 시작해 국내에서도 늘어나고 있는 고스트 헌터 유튜버들의 영상을 즐겨 봤고, 그들이 실제로 쓰는 장비를 영화에 그대로 가져왔다. 촬영 현장에서 실제 고스트 박스를 작동시켰을 때 라디오 주파수가 스와이프되는 소리 사이로 단어처럼 들리는 것들이 수음됐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현장 미술팀이 흰옷을 입은 아이가 지나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이야기와 숙소 현관 불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다 "하지 마라" 한마디에 딱 멈췄다는 동영상도 있다는 등 이상민 감독은 현장에서 겪었던 살목지의 이상 현상도 공개했다.
점프스케어에만 의존하거나 불쾌한 사운드로 관객을 압박하는 공포 영화들과 이상민 감독의 '살목지'가 다른 지점이 여기에 있다. 그는 한국의 전통 풍습과 무속 정서를 파고들어 이 땅에서만 나올 수 있는 공포의 문법을 만들었다. 첫 장편임에도 장면 하나, 소품 하나에 이유를 심어두는 방식은 단순히 무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이 장르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처럼 보였다. 첫 장편치고는 꽤 단단한 세계관이었다.
로드뷰에 정체불명의 형체가 찍히고, 재촬영을 위해 저수지로 향한 촬영팀이 검고 깊은 물속의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공포 영화 '살목지'는 4월 8일 개봉한다.
실제 괴담의 소재로도 유명한 살목지를 배경으로 한 이상민 감독의 '살목지'는 언론 시사와 공포 GV 이후 호평을 받으며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호러 영화 '살목지'의 이상민 감독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이 사람, 진짜 찐이구나.' 보통의 감독 인터뷰에서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배우들과의 호흡 같은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상민 감독은 달랐다. 장면 하나를 물으면 그 장면이 존재하는 이유가 나왔고, 소품 하나를 물으면 그 소품의 세계관이 나왔다. 영화 속 모든 것에 근거가 있었다.
그 근거의 출발점은 의외로 인터넷 괴담이었다. 이상민 감독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괴담을 즐겨 본다고 했다. 특히 물귀신 경험담에는 공통된 패턴이 있었다는데, 지인의 얼굴인 줄 알고 가까이 갔더니 아니었다는 식의 이야기들이었다. 귀신이 아닌 척, 사람인 척, 지인인 척 나타나서 물로 데려간다는 물귀신의 속성이 거기서 나왔다. 단순히 무섭기만 한 존재가 아니라 홀리고 유혹하는 존재, 그것이 이상민 감독이 물귀신에서 발견한 매력이었다.
소재를 파고드는 과정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영화 속 돌탑의 모티브를 찾다가 발견한 것이 '호식총'이었다. 조선시대에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시신은 온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호랑이가 남긴 유해를 거두어 그 자리에 돌을 쌓은 걸 호식총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호랑이에게 당한 영혼은 호랑이의 부하인 '창귀'가 되어 지인의 목소리와 얼굴을 빌려 사람을 홀린 뒤 또 다른 희생자를 만든다는 속설이 있었는데, 이 성격이 물귀신과 판박이었단다. 심지어 창귀를 뜻하는 한자 중 하나가 물귀신으로도 해석된다는 사실까지 확인했을 때 이상민 감독은 "세계관이 맞떨어진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자리에 돌을 쌓아 무덤을 만들고 시루를 놓고 칼을 꽂는 호식총의 풍습이 영화 속 살목지 돌탑의 기원이 된 것이다.
그렇게 쌓아온 세계관을 더 단단하게 만든 것이 무속인 자문이었다. 이상민 감독은 크레딧에도 이름이 오른 무속인 고춘자 선생님께 영화 전반에 걸친 자문을 받았다. 그 결과 영화 속 돌탑에 공양을 드리는 방식, 쌀을 담은 사발에 칼을 꽂는 의미, 새끼줄을 꼬는 방향과 설치 위치, 물에 빠진 영혼을 구제하기 위한 '넋걸이'에 넣어야 하는 것들까지 미술 디테일 하나하나에 무속적 근거가 담겼다.
뿐만 아니라 귀신의 힘이 가장 강한 시간인 축시, 귀문이 열리는 그 시간대를 배경으로 해 영화 속 '새벽 한 시 반'이라는 시간이 강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물가에 돌탑을 쌓으면 귀신을 부르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무속인에게 직접 들었을 때 이상민 감독은 "계속 세계관이 맞떨어진다"며 신이 나서 시나리오를 달렸다고 했다.
장비 선택에서도 이 감독의 치밀함은 이어졌다. 영화 속 '고스트 박스'와 '모션 디텍터'는 실제로 고스트 헌터들이 사용하는 장비다. 이상민 감독은 해외에서 시작해 국내에서도 늘어나고 있는 고스트 헌터 유튜버들의 영상을 즐겨 봤고, 그들이 실제로 쓰는 장비를 영화에 그대로 가져왔다. 촬영 현장에서 실제 고스트 박스를 작동시켰을 때 라디오 주파수가 스와이프되는 소리 사이로 단어처럼 들리는 것들이 수음됐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현장 미술팀이 흰옷을 입은 아이가 지나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이야기와 숙소 현관 불이 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다 "하지 마라" 한마디에 딱 멈췄다는 동영상도 있다는 등 이상민 감독은 현장에서 겪었던 살목지의 이상 현상도 공개했다.
점프스케어에만 의존하거나 불쾌한 사운드로 관객을 압박하는 공포 영화들과 이상민 감독의 '살목지'가 다른 지점이 여기에 있다. 그는 한국의 전통 풍습과 무속 정서를 파고들어 이 땅에서만 나올 수 있는 공포의 문법을 만들었다. 첫 장편임에도 장면 하나, 소품 하나에 이유를 심어두는 방식은 단순히 무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이 장르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처럼 보였다. 첫 장편치고는 꽤 단단한 세계관이었다.
로드뷰에 정체불명의 형체가 찍히고, 재촬영을 위해 저수지로 향한 촬영팀이 검고 깊은 물속의 무언가를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공포 영화 '살목지'는 4월 8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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