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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1위의 역설, 방탄소년단 ‘아리랑’ 광화문 공연이 남긴 반면교사 [이슈in]

방탄소년단의 컴백 라이브 ‘아리랑(ARIRANG)’이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 정상을 석권하며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플릭스패트롤 집계에 따르면 이번 공연은 공개 직후 80여 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미국 시장까지 점령하는 기염을 토했다. 넷플릭스 최초의 음악 공연 생중계이자 한국에서 전 세계로 송출된 첫 라이브 이벤트라는 수식어는 그 자체로 거대한 성벽 같았다.

이번 방탄소년단 컴백 공연의 연출을 맡은 세계적 거장 해미쉬 해밀턴은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을 ‘제8의 멤버’로 명명하며 14미터 높이의 거대 LED 구조물로 궁궐을 감싸 안는 파격적인 미장센을 예고했다. 수묵화의 붓 터치를 형상화한 미디어 파사드와 국악단의 월대 연주가 어우러진 도입부를 예고했을때 분명 한국적 미학의 정수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이 들렸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화려한 기록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거장의 명성과 아이돌의 시너지는 불협화음에 가까웠다.

광화문을 배경으로 세운 명분은 국립국악원과 함께한 초반 무대에서만 짧은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을 뿐 본 공연이 시작되자마자 구조물과 그래픽은 인물에 가려 그 존재 가치를 상실했다. 시청자를 광장 한복판으로 초대하겠다던 연출진의 호언장담은 난해한 카메라 워킹 속에 길을 잃었다. 라이브의 첫 장면, 광화문에서부터 광장까지 훑어오는 부감은 웅장했지만 이후 LED로 만들어진 무대가 등장하자마자 광화문은 잊혀졌다. 특히 광장을 조망하는 부감 샷은 현장의 열기를 돋우기는커녕 관객 규모를 실제보다 위축돼 보이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았다.

여기에 부적절한 조명 설계까지 더해지면서 정궁의 위엄을 드러내야 할 광화문은 어둠 속에 침전됐고 그 자리가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 광장인지 아니면 그저 서울 도심의 8~9차선 도로인지를 구분하기조차 모호하게 만들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중계의 가장 선명한 수혜자는 엉뚱한 곳에 있었다. 잦은 도로 부감 샷을 타고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수십 번 노출된 서울신문사의 전광판 간판만이 이 기괴한 미장센 속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가장 뼈아픈 실책은 아티스트의 본질을 놓쳤다는 점에 있다. 방탄소년단의 핵심 자산인 정교한 안무 포인트와 역동적인 군무는 거장의 실험적인 앵글 속에 파편화되어 제 매력을 잃었다. 팬들도 영상의 편집과 앵글에 불만을 토로했다.

며칠간 도심을 삼엄하게 통제하며 인근 시민과 상인들에게 극심한 불편을 안긴 대가치고는 그 결과물이 지나치게 형식적이고 공허하다. 넷플릭스 글로벌 1위라는 성적이 이 모든 전략적 실패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내실을 따져보면 이번 공연은 아티스트의 예술적 스펙트럼도 지역적 가치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 채 '라이브 중계'라는 형식적 성취에만 집착한 속 빈 강정에 불과했다.

거창한 플랫폼과 자본을 동원하고도 정작 무엇을 보여줘야 할지 몰랐던 이번 사태는 대형 이벤트가 경계해야 할 가장 화려하고도 뼈아픈 반면교사로 남게 됐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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