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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M] 싸구려 도파민만 남긴 '운명전쟁49'…호들갑 리액션까지★★

샤머니즘 서바이벌이라는 기상천외 소재로 시선을 집중시키려 했겠지만, 결과적으로 남은 건 'AI 슬롭' 못지 않은 값싼 도파민이다. 연신 "소름 돋는다"는 공허한 감탄만 반복되는 '운명전쟁49'다.


최근 공개된 디즈니+ 예능 프로그램 '운명전쟁49'. 무속·타로·사주·관상 등 각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49명의 '운명술사'들 중 '누가 더 용한가'를 겨루는 샤머니즘 서바이벌이다.

낯설고 도발적이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오컬트와 샤머니즘은 어디까지나 허구라는 안전장치 안에서 소비된다. 대중은 그것이 연출된 세계임을 전제로 긴장하고, 두려워한다.

'국내 최초 K-샤머니즘 서바이벌 예능'을 표방한 '운명전쟁49'는 그 금기를 깬다. 허구의 장르 문법을 벗어나 '리얼'이라는 포맷 위에 샤머니즘을 올려놓는 순간, 프로그램은 단순한 예능을 넘어 사회적 논쟁의 대상으로 확장된다. 미신과 신념의 영역을 게임화하고, 적중률에 따라 출연진들을 서열화하는 구조는 샤머니즘을 미신의 영역 그 이상인 공적 검증의 대상으로 끌어올린다.

믿음의 문제를 경쟁 프레임에 가두는 시도는 분명히 흥미롭다. 인간의 개인사 영역에 머물렀던 샤머니즘을 대중 무대로 끌어올려 공개 검증의 장에 세웠다는 점은 신선한 접근이다. OTT이기에 가능한 예능 문법의 확장 역시 반갑다. 그러나 동시에 검증되지 않은 영역을 사실처럼 소비하게 만들 위험 또한 내포한다. '어디까지나 예능은 예능으로 봐야한다'는 전제는 무색하다. 그 책임 역시 허구의 작품들과는 다른 무게로 돌아온다.

프로그램은 첫 회부터 '소름 돋는 적중률', '운명을 꿰뚫었다'는 식의 과장된 연출로 시청자를 현혹한다. 설득력 없는 호소다. 축적된 서사 없이 결과만 강조되다 보니, 시청자는 그 과정이 아니라 '맞췄다' 혹은 '틀렸다'로 나오는 이분법적인 도파민 소비만 충족할 뿐이다. '운명전쟁49'가 따라하고 싶은 '흑백요리사' 시리즈에 비유하자면, 요리 과정과 맥락, 철학, 참가자의 서사는 제거되고 합격과 탈락만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모양새. '운명전쟁49'는 설득 대신 결과의 자극만 택했다.


MC들의 '호들갑 떠는 리액션'은 이 한계를 도드라지게 만든다. 일부 시청자들 사이 "패널들의 과장된 호들갑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의견이 나올 정도. 샤머니즘을 균형 잡힌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전문적으로 설명하는 패널은 없다. 리액션이 예능적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고조시키는 데 일조했겠지만, 샤머니즘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논의를 이끌어내진 못한다. '흑백요리사' 안성재 셰프가 실력과 권위로 참가자들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납득시켰던 것과 달리, '운명전쟁49'에선 "소름 돋아"로 대표되는 뻔한 감정 표현들만 남발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포맷의 한계다. 샤머니즘을 인문학적, 문화적 맥락에서 깊이 사유하지 않고 자극적 예능 코드로 환원하는데만 천착한 결과가 참담한 논란을 만들었다. 2화에선 무속인 등 참가자들이 순직한 소방관과 경찰관 등 망자들의 사인을 추측하고 이를 맞히는 미션을 진행했는데, 대다수 누리꾼들은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엄연한 고인 모독"이라며 지적했다.

그 중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방화 사건으로 순직한 김철홍 소방교의 유족이라 밝힌 A씨는 무속 서바이벌 예능에 고인의 사연이 나온다는 설명은 듣지 못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었다. 고인의 친여동생이라고 밝힌 B씨도 "70이 넘은 저희 언니를 허울 좋은 사탕발림 멘트로 속였다"며 "저희 오빠의 숭고한 희생을 유희로 전락시킨 방송사는 사과 한마디 없이 유족에게 초상권 사용 동의를 받았다는 어이없는 기자회견을 했더라. 핏줄을 사고로 떠나보낸 형제로서 분노할 뿐이다. 이런 방송은 당장 중단 되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운명전쟁49' 제작진은 iMBC연예에 "본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개인의 이야기는 당사자 본인 또는 가족 등 그 대표자와의 사전 협의와 설명을 바탕으로, 이해와 동의 하에 제공되었다"고 밝혔으나,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샤머니즘이라는 논쟁적 소재를 가져와 예능으로 전시한 결과, 결국 순간적 도파민과 불편한 뒷맛만 남았다. 프로그램이 던져야 할 질문에 충분히 도달하지 못한 '운명전쟁49'의 추후 전개에 이목이 쏠린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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