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연기로 수천만 관객을 웃고 울게 만든 배우 장혜진에게도 슬픔은 극복하기 어려운 감정 중 하나였다.
장혜진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의 한 카페에서 iMBC연예와 만나 개봉을 앞둔 '넘버원'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넘버원'은 어느 날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드는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 하민(최우식)이, 그 숫자가 0이 되면 엄마 은실(장혜진)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엄마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소중함과 시간의 유한함을 전달하며 가족과 시간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 일본 유명 단편 소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를 원작으로 한다.
'넘버원'에서 장혜진이 연기한 은실은 기구한 운명을 지닌 여성이다. 남편은 수술 후유증으로 둘째 아들을 보지도 못한 채 세상을 떠났고, 첫째 아들은 수능을 앞두고 큰 사고를 당해 어머니에게 큰 상처를 남겼다. 그럼에도 은실은 남은 둘째 하민을 지키기 위해, 또 자신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간다.
첫째를 떠나보내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밥 한술을 드는 신은 은실의 강력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은실은 둘째로부터 "엄마는 지금 그게 넘어가냐"는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은실은 아무 말 없이 억지로 밥을 넘길 뿐이다.
장혜진은 이런 은실을 떠올리며 "멋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장혜진은 "은실은 남편도 큰 아들도 일찍 떠나보낸 탓에 눈물이 메마른 인물이다.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인물인데, 남아있는 아들을 위해 열심히 살아간다. 슬픔에 매몰되어 있지 않고 씩씩한 은실의 모습이 멋져 보였다. 개인적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힘듦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은실이 부러웠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인간 장혜진은 어떻게 슬픔을 대하냐고 되묻자 "난 허우적거리는 편이었다. 다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슬픔을 이겨내는 속도는 빨라지는 것 같다. 어렸을 땐 10년 동안 슬픈 일도 있었는데, 이젠 어느 정도 지나면 이겨낼 수 있게 되더라"라고 답했다.
이어 그는 "삶이 순탄치 않았기 때문에 변화한 것 같다"라며 "가끔 농담으로 '삶이 나를 배우로 만든다'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나의 삶이 평탄했다면 연기도 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지나온 삶이 지금 연기의 결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다행히도 내가 연기해 온 캐릭터들이 대부분 힘듦에도 단단히 서 있는 느낌이 있더라. 스스로의 결과도 맞는 편인데, 다른 사람도 나의 연기를 보며 '보고 있으면 든든하다' '저 사람은 변하지 않고 연기하겠구나'라는 느낌을 받길 바란다. 돌아보면 어디선가 단단히 서있을 것 같은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