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은 다 가졌는데 영화 실력만 없다는 농담이 있잖아요. 이번엔 그 농담을 좀 후련하게 잠재우고 싶었습니다."
충무로의 '입담꾼' 장항준 감독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생애 첫 사극 연출에 나섰다. 사실 장 감독에게 사극은 선뜻 내키지 않는 옷이었다. 그는 "사극은 제안이 왔을 때 처음엔 꺼려졌다. 준비해야 할 것도 너무 많고, 요즘은 고증 논란이나 역사 논란 때문에 많은 감독이 겁내 하는 분야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도전을 선택한 건 그의 '청개구리 심보' 때문이었다. 장 감독은 "남들이 안 할 때 하는 게 기회라고 생각한다. 다들 사극을 피하길래 그럼 내가 한번 해봐야겠다 싶었다"며 남다른 배포를 드러냈다.
이번 도전의 뒤에는 아내이자 최고의 파트너인 김은희 작가의 결정적인 한마디가 있었다. 장 감독은 "작품을 결정하기 직전 서로 논의를 하는데, 할지 말지 고민이 51대 49로 팽팽할 때 물어봤다"며 "김은희 작가가 '오빠, 이건 오빠가 잘할 수 있는 이야기야. 무조건 해야 해'라고 확신을 주더라.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52%로 기울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비화를 밝혔다.
제작 과정에서의 가장 큰 숙제는 '고증'과 '극적 허용' 사이의 줄타기였다. 장 감독은 특히 단종의 최후를 그리는 데 있어 역사의 불명확성을 영리하게 파고들었다. 그는 "정사인 조선왕조실록조차 현종, 숙종, 영조 등 왕 때마다 기록이 다 다르다. 일간지 같은 일간지인데 매년 말이 다른 꼴"이라며 "정사조차 밝혀진 게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야사인 '연려실기술'의 기록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그는 "'밖에서 줄을 잡아당겨 노산군(왕)을 죽였다'는 기록을 엔딩의 근거로 삼았고 실제 '고을의 아전 어몽도가 곡하면서 시신을 수습하고 매장했다'라는 기록이 있는데 그 기록에 나오는 '통인(하인)'과 시신을 수습했다는 '어몽도'가 만약 한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에서 우리 영화가 출발했다"며 역사적 틈새를 공략한 기획 의도를 상세히 설명했다.
극적 재미를 위한 과감한 '허용'도 잊지 않았다. 장 감독은 "어느 지방사에는 어몽도에게 아들이 3명 있었다고 하지만, 2시간의 러닝타임 안에 그 셋을 다 보여주면 시간이 모자란다"며 "영화적 집중력을 위해 아들을 1명으로 줄이는 등 캐릭터를 몰아줬다"고 밝혔다. 또한 "화창한 대낮에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 역시 개연성 우려가 있었지만, 비주얼적으로 아주 화창한 봄날의 느낌을 주고 싶어 선택한 연출적 변주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며 장항준 감독은 갑자기 "햇빛 눈이 부신 날에 이별 해봤니 비오는 날 보다 더 심해"라며 R.ef의 '이별 공식'을 혼자 불러 폭소를 안겼다. "전 그런 걸 좋아해요.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하고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해야 할까"라고 덧붙이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충무로의 눈물자국 없는 말티즈였다.
의상 고증에 대해서 장 감독은 "우리가 흔히 쓰는 비치는 갓은 조선 후기의 '대원 갓'이다. 조선 초기 갓은 훨씬 작고 투명하지 않다"며 "고증대로 하면 카메라 각도상 배우의 눈이 가려져 연출적으로는 손해지만, '우리부터라도 착실히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미술팀과 상의해 철저히 고증을 지켰다"고 전했다.
이러한 고뇌의 결과물은 사극의 대가 이준익 감독에게도 인정받았다. 장 감독은 "이준익 감독님이 영화를 보시고 '항준아 너 진짜 대단하다, 이거 되겠다'라고 극찬해주셨다. 빈말 못 하는 분의 칭찬이라 너무 기뻤고, 우리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장 감독은 연출가로서 마주한 숙명적인 소회를 전하며 인터뷰를 맺었다. "딸에게도 '아빠 직업은 언제 이게 유작이 될지 모르고 하는 거다'라고 말한다. 데뷔작이 유작이 되는 사람도 있고, 한 작품을 찍고 30년 동안 못 찍으면 그게 유작이 되지 않나"라고 덤덤히 입을 뗀 그는 이번 작품에 임한 절박함을 드러냈다.
이날 인터뷰 중 "장항준이었기에 좋은 사람들이 모였고, 감독 장항준으로 실력을 발휘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오자 그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오늘 얘기 중에 가장 와닿네요"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언제가 은퇴인지 알 수 없기에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배우 캐스팅부터 스태프 인선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장항준은 영화 실력만 없다'는 농담을 이번 작품을 통해 연출가로서의 진면목으로 기분 좋게 뒤집어보고 싶다"며 뜨거운 진심을 내비쳤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로 2월 4일 개봉한다.
충무로의 '입담꾼' 장항준 감독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생애 첫 사극 연출에 나섰다. 사실 장 감독에게 사극은 선뜻 내키지 않는 옷이었다. 그는 "사극은 제안이 왔을 때 처음엔 꺼려졌다. 준비해야 할 것도 너무 많고, 요즘은 고증 논란이나 역사 논란 때문에 많은 감독이 겁내 하는 분야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도전을 선택한 건 그의 '청개구리 심보' 때문이었다. 장 감독은 "남들이 안 할 때 하는 게 기회라고 생각한다. 다들 사극을 피하길래 그럼 내가 한번 해봐야겠다 싶었다"며 남다른 배포를 드러냈다.
이번 도전의 뒤에는 아내이자 최고의 파트너인 김은희 작가의 결정적인 한마디가 있었다. 장 감독은 "작품을 결정하기 직전 서로 논의를 하는데, 할지 말지 고민이 51대 49로 팽팽할 때 물어봤다"며 "김은희 작가가 '오빠, 이건 오빠가 잘할 수 있는 이야기야. 무조건 해야 해'라고 확신을 주더라.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52%로 기울어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비화를 밝혔다.
제작 과정에서의 가장 큰 숙제는 '고증'과 '극적 허용' 사이의 줄타기였다. 장 감독은 특히 단종의 최후를 그리는 데 있어 역사의 불명확성을 영리하게 파고들었다. 그는 "정사인 조선왕조실록조차 현종, 숙종, 영조 등 왕 때마다 기록이 다 다르다. 일간지 같은 일간지인데 매년 말이 다른 꼴"이라며 "정사조차 밝혀진 게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야사인 '연려실기술'의 기록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그는 "'밖에서 줄을 잡아당겨 노산군(왕)을 죽였다'는 기록을 엔딩의 근거로 삼았고 실제 '고을의 아전 어몽도가 곡하면서 시신을 수습하고 매장했다'라는 기록이 있는데 그 기록에 나오는 '통인(하인)'과 시신을 수습했다는 '어몽도'가 만약 한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에서 우리 영화가 출발했다"며 역사적 틈새를 공략한 기획 의도를 상세히 설명했다.
극적 재미를 위한 과감한 '허용'도 잊지 않았다. 장 감독은 "어느 지방사에는 어몽도에게 아들이 3명 있었다고 하지만, 2시간의 러닝타임 안에 그 셋을 다 보여주면 시간이 모자란다"며 "영화적 집중력을 위해 아들을 1명으로 줄이는 등 캐릭터를 몰아줬다"고 밝혔다. 또한 "화창한 대낮에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 역시 개연성 우려가 있었지만, 비주얼적으로 아주 화창한 봄날의 느낌을 주고 싶어 선택한 연출적 변주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며 장항준 감독은 갑자기 "햇빛 눈이 부신 날에 이별 해봤니 비오는 날 보다 더 심해"라며 R.ef의 '이별 공식'을 혼자 불러 폭소를 안겼다. "전 그런 걸 좋아해요.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하고 조금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해야 할까"라고 덧붙이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충무로의 눈물자국 없는 말티즈였다.
의상 고증에 대해서 장 감독은 "우리가 흔히 쓰는 비치는 갓은 조선 후기의 '대원 갓'이다. 조선 초기 갓은 훨씬 작고 투명하지 않다"며 "고증대로 하면 카메라 각도상 배우의 눈이 가려져 연출적으로는 손해지만, '우리부터라도 착실히 지켜보자'는 마음으로 미술팀과 상의해 철저히 고증을 지켰다"고 전했다.
이러한 고뇌의 결과물은 사극의 대가 이준익 감독에게도 인정받았다. 장 감독은 "이준익 감독님이 영화를 보시고 '항준아 너 진짜 대단하다, 이거 되겠다'라고 극찬해주셨다. 빈말 못 하는 분의 칭찬이라 너무 기뻤고, 우리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며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장 감독은 연출가로서 마주한 숙명적인 소회를 전하며 인터뷰를 맺었다. "딸에게도 '아빠 직업은 언제 이게 유작이 될지 모르고 하는 거다'라고 말한다. 데뷔작이 유작이 되는 사람도 있고, 한 작품을 찍고 30년 동안 못 찍으면 그게 유작이 되지 않나"라고 덤덤히 입을 뗀 그는 이번 작품에 임한 절박함을 드러냈다.
이날 인터뷰 중 "장항준이었기에 좋은 사람들이 모였고, 감독 장항준으로 실력을 발휘한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오자 그는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오늘 얘기 중에 가장 와닿네요"라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언제가 은퇴인지 알 수 없기에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배우 캐스팅부터 스태프 인선까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장항준은 영화 실력만 없다'는 농담을 이번 작품을 통해 연출가로서의 진면목으로 기분 좋게 뒤집어보고 싶다"며 뜨거운 진심을 내비쳤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로 2월 4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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