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넘버원'이 설 연휴 극장가 '넘버원'을 노린다.
'넘버원'(감독 김태용·제작 세미콜론스튜디오)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김태용 감독을 비롯, 배우 최우식, 장혜진, 공승연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넘버원'은 어느 날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을 때마다 하나씩 줄어드는 숫자가 보이기 시작한 하민(최우식)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숫자가 0이 되면 엄마 은실(장혜진)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하민은 엄마를 지키기 위한 자신만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넘버원'은 '거인' '여교사' 등을 연출한 김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이자 첫 상업영화. 본 기자간담회에 앞서 김 감독은 아들 같을 '넘버원'의 장점을 묻는 질문에 "요즘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흐르지 않냐. 그러다 보니 죽음이나 살인에 대해 관대해질 때가 많은데, 우리 작품은 한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소중한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눈으로 스쳐가는 이야기가 아닌, 마음에 머물 수 있는 이야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감독은 "요즘 한국 영화가 어렵지 않냐. 왜 젊은 세대에게 호불호가 갈릴까 생각해 봤는데, 슬픔을 전달하는 방식에 많은 반감을 느끼는 것 같더라. 그런 면에서 우리 영화는 관객이 울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주는 영화다. 따뜻한 밥 한 상을 차리는 마음으로 만들어봤는데,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밥 한 끼 든든하게 먹고 나왔다' '다음 밥은 엄마랑 먹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주길 바란다. 엄마에게 전화 한 통 할 수 있는 소중한 영화가 되길 바란다"라고 진심을 덧붙였다.
최우식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글을 읽었을 때 나도 성장을 많이 했던 것 같고, 관객들 역시 같이 성장할 수 있는 힐링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영화를 보면서, 또 메시지를 느끼면서 질문을 던질 부분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자랑했다.
장혜진은 "설 즈음에 개봉하는데,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 유쾌하고 감동도 있다. 함께 즐겨주시길 바란다"라고 강조했으며, 공승연은 "감동과 힐링이 있다. 마음속에 남길 바란다"라고 희망했다.
'넘버원'은 일본 작가 우와노 소라의 소설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를 원작으로 한다.
김 감독은 제목을 '넘버원'으로 변경한 이유에 대해 "우선 원작의 제목이 너무 길어 그대로 쓸 수 없었다. 그러다 문뜩 '넘버원'이라는 제목이 떠올랐고, 다른 후보는 생각나지 않았다. 또 마지막에 남는 숫자가 '1'이고 엄마라는 존재가 우리에겐 넘버원인 만큼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 '넘버원'으로 짓게 됐다. 한편으로는 제목을 따라서 '넘버원'이 되고 싶은 마음에 이 같은 제목을 짓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변경된 제목만큼이나 '넘버원'은 원작과는 다른 설정을 다수 갖고 있다. 우선 주인공이 숫자를 보게 되는 나이가 변경됐고, 이후 전개가 달라졌으며, 려은이라는 존재도 새롭게 추가됐다.
김 감독은 "원작이 짧은 단편 소설인 만큼, 영화의 3분의 1 지점까지만 담고 있다. 운명의 순간이 올 때까지의 이야기만을 담고 있는데, 개인적으론 하민과 은실이 이 운명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보고 싶었다. 이들 사이에 다리 역할을 려은이 하길 바랐는데, 어떻게 말하면 내 자아가 개입된 캐릭터라 할 수도 있다. 3자 입장에서 이 상황을 해결해 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출적인 부분에 있어선 "원작에선 음식이 두드러지지 않은데, 영화에선 강조해 보려 했다. 엄마가 보고 싶을 때마다 음식을 따라 해보곤 했는데, 레시피 그대로 해도 그 맛이 안 나더라. 내 고향이 부산이기도 하고, 엄마가 떠오르기도 해서 음식에 초점을 맞춰봤다. 또 부산하면 거칠고 마초적인 면만 떠오르지 않냐. 개인적으론 그런 부분만 부각되는 게 아쉬웠다. 말만 거칠 뿐 속은 여리고 섬세한데, 그런 부산 사람의 다양한 면을 담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넘버원'의 또 특별한 지점이 있다면 '기생충'에서 모자 호흡을 맞춘 장혜진과 최우식이 다시 어머니와 아들로 재회했다는 점. 최우식은 6년 만에 재회한 장혜진에 대해 "'기생충' 때는 앙상블이 주라 일대일로 감정을 교류할 일은 별로 없었는데, 이번엔 일대일로 교감도 해보고, 원했던 티키타카도 할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다. 이미 친한 사이에서 작품을 시작했기 때문에 어색한 과정이 없어서 연기하기가 너무 수월했다"라고 전했다.
장혜진은 "'기생충' 때 날 많이 챙겨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다. 다만 각자 연기하기 바빠서 현장에선 잘 보듬어주지 못했는데, '넘버원'을 하면서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았다. 또 밥 먹고 있는 모습이 내 아들과 닮았더라. 언젠가 우식 배우에게 우리 아들이 너처럼 컸으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 정도로 얼굴과 성격이 닮았다. 그래서 연기에 어려움은 없었다"라고 밝히며, "그 사이에 최우식 배우가 감정이 깊어지고 넓어졌더라. 심지어 표현까지 유려해져서 감탄하며 봤다"라고 화답해 훈훈함을 더했다.
이런 혜진·우식 모자와 함께 호흡을 맞춘 공승연은 "'기생충'으로 유명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모자 사이이지 않냐. 그래서 처음엔 내가 과연 이 두 분 사이에 잘 스며들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 '내가 여기서 부족하면 어떡하지?' 고민이 됐는데, 현장에서 너무 편안하게 안아주시고 다 받아주시고 이끌어주셔서 감사했다. 지금까지 했던 작품 중 가장 편하게 촬영한 작품이지 않을까 싶다. 부산에 함께 머물며 가족 같아진 순간도 있는데, 실제로도 엄마, 오빠라 부르며 행복하게 촬영했다"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넘버원'은 2월 1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