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를 준비하던 소년이 배우 권화운이 됐고, 다시 러너가 됐다. 그의 선택은 늘 끝까지 가보는 쪽이었다.
배우 권화운은 지금의 자신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하나를 끝까지 파고드는 성향"을 꼽았다. 이 성향은 연기 이전, 전혀 다른 꿈을 꾸던 시절부터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중학생 시절 프로게이머를 목표로 본격적인 준비를 했던 경험을 꺼내며 "중학교 2학년 때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가 청소년들의 선망 직업이던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권화운은 "그냥 게임을 좋아해서 시작한 건 아니었다. 울산 지역에서는 준프로 수준으로 꽤 잘했고, 실제로 프로게이머를 준비할 정도의 실력이었다"고 말했다.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전략을 세우고, 집중해서 끝을 보려는 자신의 성향에 잘 맞는 분야였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올라갈 즈음 그는 빠른 결단을 내렸다. "내가 여기서 더 가망이 있는지, 오래 갈 수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하는 편이다. 잘하긴 했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할 정도는 아니라고 느꼈고, 이 직업이 오래 지속될 것 같지도 않았다"고 털어놨다.
진로를 바꾼 결정은 즉흥이 아니었다. 그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이대로 가면 대학 진학도 애매해질 것 같았다"며 "실패자가 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과정에서 연극영화과 진학이라는 선택지가 떠올랐다. "연기를 잘해서라기보다는 방송이라는 공간, 보여지는 직업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남들의 관심을 받는 걸 싫어하지 않는 성격이기도 했다"고 솔직하게 덧붙였다.
연기에 입문한 이후에도 그의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나를 시작하면 끝을 보고 싶어 하는 성향은 연기에서도 같았다"고 말한 그는 "집중력이 필요한 직업이라는 점에서 연기와 프로게이머 준비 시절, 그리고 지금의 러닝까지 다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러닝 역시 우연에서 시작됐다. 이사 후 거주지가 산속에 가까워 헬스장까지 왕복 5km 이상을 걸어야 했고, 드라마 촬영을 앞두고 체중 관리가 필요했던 시점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집 앞에서 뛰기 시작했는데, 그게 이렇게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처음 출전한 하프 마라톤에서 2시간 기록을 냈던 그는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느린 기록이지만, 그때는 그냥 도전해 보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달리기의 매력은 기록보다 과정에 있었다. 그는 "뛰면서 서울 도심을 누비고,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응원해 주는 경험이 너무 좋았다"며 "완주 이후에 채워지는 자존감이 삶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이후 풀코스 마라톤까지 이어진 도전은 자연스럽게 습관이 됐고, 어느새 러닝은 그의 일상이자 사고 정리의 시간이 됐다.
권화운은 "러닝을 하면서 부정적인 생각이 건강한 방향으로 바뀌는 걸 느낀다"며 "연기든, 삶이든 결국 마라톤처럼 꾸준히 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던 소년에서 배우, 그리고 러너로 이어진 그의 궤적은 서로 다른 선택처럼 보이지만, 끝까지 파고들고 스스로 판단하며 도전해 온 태도만큼은 한결같았다.
이 흐름에 결정적인 자극이 된 존재는 기안84였다. 권화운은 러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기안84 형이 ‘나 혼자 산다’에서 마라톤에 도전하는 모습을 보고 굉장히 큰 자극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때만 해도 러닝은 나랑 상관없는 세계라고 생각했는데, 방송을 보면서 ‘저 형도 하는데 나도 한번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단순한 동경을 넘어 행동으로 옮긴 그는, 결국 ‘극한84’를 통해 자신의 우상이었던 기안84와 같은 크루로 달리게 됐다. 권화운은 "기안84 형과 함께 뛰는 것만으로도 이미 목표를 이룬 느낌이었다"며 "제가 마라톤을 시작하게 된 계기 자체가 형이었기 때문에, 같은 프로그램에서 같은 코스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록이나 결과를 떠나서, 함께 땀 흘리며 달렸던 그 시간 자체가 의미 있었다"며 "우상이었던 사람과 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 인생에서는 굉장히 큰 장면으로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러닝을 통해 시작된 변화는 결국 권화운을 ‘극한84’의 한 축으로, 그리고 새로운 서사의 주인공으로 이끌고 있었다.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을 담은 MBC '극한84'는 매주 일요일 밤 9시 10분에 방송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 고대현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