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BC 연예

정인이 얼굴 공개 '그알' 이동원 PD "5년 만에 무죄" 심경 밝혀 [소셜in]

입양모의 학대로 숨진 아동 '정인이'의 얼굴을 방송에 공개해 논란이 됐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 대한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이 헌법재판소에서 취소된 가운데, 해당 방송을 연출한 이동원 PD가 5년간의 법적 다툼을 마무리한 심경을 직접 밝혔다.


이동원 PD는 지난 23일 자신의 SNS를 통해 "5년 만에 무죄를 받았다"고 밝히며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는 "아침부터 네이버 메인에 제 이름이 실린 기사가 떠서 축하 카톡을 받고서야 보도된 걸 알았다"며 "지난주 일이지만 몇 줄 남긴다"고 적었다.

이 PD는 "2021년 1월 2일 '정인이 사건'을 주제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연출했다"며 "그로부터 9개월 뒤 한 시민단체의 고발로 피의자 조사를 받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 조사에서는 무혐의 판단을 받았지만, 해당 단체가 검찰에 이의신청을 제기하면서 사건은 이어졌다. 이후 2023년 봄, 검찰은 이 PD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으로, 이 PD는 해당 결정에 대해 "동의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의 판단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2년 반 뒤인 지난주, 헌재에서 인용 결정을 받았고 검찰의 기소유예는 취소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지난 18일, 아동학대범죄처벌법상 보도금지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이 PD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을 재판관 9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했다. 헌재는 피해 아동의 얼굴과 인적사항 보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는 점과 범죄 구성요건 충족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당시 방송의 경위와 목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위법성이 조각되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해당 방송은 공익적 목적으로 제작됐으며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의 행사로서 의미를 가진다"며 "사회 통념에 비춰 용인될 수 있는 행위로서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사건의 진상이 충분히 규명돼 가해자가 책임에 부합하는 처벌을 받는 것이 아동학대로 사망한 피해 아동의 입장에서 가장 큰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원 PD는 SNS를 통해 "5년 동안 수없이 흔들렸지만, 그 방송은 동료들과 치열한 토론 끝에 제작한 결과였다"며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은 메인 PD인 제가 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5년 만에 저는 무죄다. 후련하고 감사하다"고 심경을 정리했다.

앞서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21년 1월 '정인이는 왜 죽었나, 271일간의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 편과 '정인아 미안해, 그리고 우리의 분노가 가야 할 길' 편을 통해 정인이의 얼굴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공개하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방송 이후 입양모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35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공익적 보도를 둘러싼 언론의 책임과 한계를 둘러싼 논쟁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하는 이동원 PD글 전문이다.

5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아침부터 제 이름이 실린 기사들이 네이버 메인에 올라왔습니다.
축하한다는 카톡을 받고서야, 보도가 된 걸 알았습니다.
지난주 일이라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여기에 몇 자 적어봅니다.

2021년 1월 2일, '정인이 사건'을 주제로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을 연출했습니다.
방송 직후 많은 분들이 SNS 계정에 ‘정인아 미안해’라는 메시지를 공유하며 함께 공분해주셨지요.
방송 다음날부터,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공식 사과, 수사 책임자에 대한 징계, 아동학대 처벌에 대한 특례법 개정, 가해자인 양부모에 대한 강력한 처벌 등 사법, 입법, 행정 절차가 빠르게 이어졌습니다.

그로부터 9개월 뒤인 정인이의 첫 기일 무렵, 오늘처럼 네이버 메인에 제 기사가 나왔습니다.
모 시민단체에서 그알 방송의 제작방식을 문제 삼아 수사기관에 저를 고발한 것입니다.
고소장도 수사기관의 소환 통보도 아닌, 한 언론사의 단독기사를 통해 제가 고발당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경찰에서 정식 소환 통보를 받고, '피의자'로 출석하여 조사 받았습니다.
경찰에서는 '무혐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죄가 없다는 뜻이지요.

그러자 모 시민단체에서는 이번에는 검찰에 '이의신청'을 하였습니다.
수사기관에 다시 처벌해달라고 요청한 것입니다.

이 사건이 모두의 기억에서 잊혀질 무렵인 2023년 봄, 검찰에서 회사로 통지서를 보냈습니다.
'기소유예'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불법을 저질렀지만, 재판에는 넘기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저는 한 번도 검찰에서 연락을 받거나, 출석해서 조사를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 통지서 하나가 전부였습니다.
무려 방송 2년 후의 일입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정인이 사건'편 방송이 불법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검찰의 결정에 당연히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SBS 법무팀에서도 법률적 판단을 다시 받아보자고 하였습니다.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할 방법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는 것 뿐입니다.
SBS 법무팀에서 서류를 준비해서 곧바로 헌법 소원을 신청해주셨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2년 반이 흐른 지난 주 목요일, 조지호 경찰청장의 탄핵 선고가 있던 날이지요.
헌법재판소 같은 재판정에서 저도 선고를 기다리며 앉아 있었습니다.

저의 헌법소원 인용되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이 잘못 되었으니 취소한다는 뜻입니다.
방청석에서 재판관의 선고를 듣고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습니다.
헌법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인용'이라니.
그런 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나 듣는 건 줄 알았으니까요.

언론사 보도와 관련된 사건이 헌법재판소까지 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SBS에서도 역사상 처음이랍니다.
게다가 검찰의 '기소유예처분'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취소되는 일은 더욱 드문 경우입니다.

헌법재판관들은 이 건을 주요 결정으로 판단하여, 결정의 요지를 홈페이지에 공개해두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 사건에 따르는 사회적 의미가 있나봅니다.
헌법재판관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주가 되면 '정인이 사건'을 방송한 지 만 5년이 됩니다.
그동안 경찰-검찰-헌법재판소로 이어지는 사법적 절차를 거치며, 수천 번, 수만 번 혼자 고민했습니다.
그때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닐까.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선택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수많은 밤이 혼란스러웠고, 이 직업을 선택한 제 자신을 수없이 원망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결론은 같았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는 제 개인 방송이 아니니까요.
함께 일하는 수많은 피디, 작가들과 매우 치열한 고민 끝에 제작한 방송입니다.
그러니 다시 돌아가도, 훌륭한 동료들과 끝없이 토론하고, 함께 결정을 내렸겠지요.
그렇다면 결론은 같을 겁니다.
다만 저는 지금처럼 메인PD로서 그에 따르는 책임만 지면 되는 겁니다.

제 주변엔 고소, 고발로 스트레스를 받는 피디, 작가, 기자들이 매우 많습니다.
극한 직업이지요.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약자 편에 서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 많은 동료들에게 작은 힘이 되길 바랍니다.

여튼, 5년 만에, 저는 무죄입니다!
후련합니다!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tvN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