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화 69세로 별세…한때 '사망 오보' 혼선 속 끝내 세상 떠났다

배우 윤석화가 19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69세.


이날 오전, 윤석화의 사망 소식이 일찍 전해졌다가 한국연극배우협회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바로잡는 혼선이 빚어지며 대중의 혼란이 컸다. 그러나 결국 같은 날 오전 9시 50분경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끝내 세상을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그는 한국 공연예술계에서 50년 가까이 가장 선두에서 무대를 이끌어온 상징적 인물이었다. 생전 방송에서 뇌종양 수술 이후 자연치유를 병행 중이라고 밝히며 "암 외에는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싶다"고 말하던 그는, 끝까지 예술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은 채 삶을 마무리했다.

1956년생인 윤석화는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하며 20대 초반부터 대학로의 중심에 섰다. 이후 '에쿠우스', '신의 아그네스', '마스터클래스' 등 굵직한 작품에서 폭발적인 연기와 에너지, 그리고 대체불가한 존재감을 선보이며 무대의 개념 자체를 바꾼 배우라는 평가를 받았다. 강렬한 발성과 호흡, 극을 이끌어가는 집중력은 당시 여성 연기자에게는 드물었던 개척자적 면모로, 그는 연출·기획까지 넘나들며 스스로 무대를 만들어내는 보기 드문 예술가로 자리 잡았다. 공연예술계에서는 "한국 연극사의 한 축을 세운 배우"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압도적이었다.

그의 활동은 무대에만 머물지 않았다. 영화 '레테의 연가', '돌아온 영웅 홍길동', '봄, 눈' 등에 출연하며 스크린에서도 개성 있는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드라마 '고향', '행복한 여자', '사임당 빛의 일기', '멜팅 미 소프틀리' 등으로 브라운관에서도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연극에서 단단하게 다져진 표현력은 카메라 앞에서도 흔들림이 없었고, 화면 너머로도 무대의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화의 대중적 이미지는 단순하지 않았다. 화려하고 당당한 배우, 예술적 기준이 분명한 사람이라는 존중과 동시에 지나치게 강한 태도와 직설적 성격 때문에 차갑다는 인상도 공존했다. 이화여대 학력 관련 논란, 사생활 이슈 등으로 구설에 오르며 평단과 대중의 엇갈린 시선에 놓인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예술적 업적이 지닌 무게는 쉽게 희석되지 않았고, 많은 후배 연기자들에게는 여전히 "무대는 이렇게 서는 것"을 보여준 살아 있는 교본과도 같은 인물이기도 했다.

투병 기간에서도 그의 중심에는 항상 무대가 있었다. 병세가 깊어진 이후에도 새로운 연극을 준비하거나 예술적 고민을 정리하는 데 시간을 쏟았고, 가까운 동료들에게는 "아직 하고 싶은 무대가 있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마지막까지도 그에게 예술은 생존의 이유이자 삶의 언어였다.

윤석화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공연예술계는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한국 연극의 한 시대를 열고 이끌었던 배우가 떠난 자리에는 수많은 무대의 기억과, 그가 남긴 강렬한 발자국만이 남았다. 그의 연기, 그의 목소리, 그의 시간들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후배 배우와 관객들 사이에서 살아 숨 쉬며 한국 공연예술사를 지탱할 한 축으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