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의 영화 '얼굴'에서 시각장애를 가졌지만 가장 아름다운 도장을 파는 전각 장인 임영규를 연기한 권해효를 만났다.
임영규는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나서 아무것도 본 적이 없음에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장을 만드는 전각 장인으로 한국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불리며 인터뷰, 다큐멘터리까지 쇄도하지만 늘 겸손한 인물이다. 자신과 똑 닮은 아들 '임동환'과 전각 공방을 운영하던 중 40년 전,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채 갑자기 사라진 아내가 시신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권해효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부터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35년 넘게 연기를 해왔지만, 글을 읽을 때 그게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될지 쉽게 떠올려지지 않는다. 이 작품은 특히 시각장애인이 시각예술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관객에게 설득돼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은 그걸 믿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살아 있는 기적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인물이라 우화처럼 다가왔다. 관객이 그 기적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게 제 역할이라고 느꼈다."라며 이 작품이 왜 고민스러웠는지를 이야기 했다.
그의 연기 고민이 무색하게 권해효는 첫 장면부터 시각장애인이면서 전각장인의 포스를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 '임영규'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 박정민이 따로 전각을 배우며 캐릭터를 준비할때 연상호 감독이 "아무리 그렇게 노력해 본들 권해효의 첫 장면 같은 분위기는 안 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는 일화가 그의 연기가 얼마나 좋았는지를 대변해준다. 일화를 듣고 웃음을 터트린 권해효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온전히 손끝에 집중하는 마음뿐이었다. 실제로 전각을 파는 건 엉망이었지만, 그 미완성은 후반부 아들과의 대화 장면에서 풀어내고 싶었다"며 해당 장면의 비결을 말했다.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인의 모습은 단순한 기교가 아닌 진심으로 만들어 진 것임을 알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는 그 장면이 "살아온 삶에 대한 설명"이라고 정의했다. "이 영화가 우화 같다고 느낀 건, 옛날에는 이랬다고 말해주는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세대 간의 대화가 오가게 만들었고, 실제로 중장년층 관객들이 많이 본다는 이야기가 참 기쁘고 흡족했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준비된 계획을 따라가는 대신 현장에서의 순간을 믿는 배우다. "저는 카메라 앞에서 계획된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순간에 벌어지는 느낌이 좋다.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을 연기한다고 해서 '이럴 거야, 저럴 거야' 하는 건 위험하다. 그런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 했다. 저도 그렇고 박정민도 그렇고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었던 경험이 있다. 흉내를 내는 게 아니라 표현을 해야 한다. 제가 경험한 시각장애인들은 말을 빨리 하지 않더라. 그런 것들이 저에게 은근한 도움을 줬다."라며 오랜 시간 지켜본 시각장애인 장인의 평소 모습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가족 역시 이 영화를 특별하게 받아들였다. 권해효는 "아내가 시사회 현장에서 제 등장 순간부터 끝까지 울었다고 하더라. 돌아가신 장인어른이 떠올라서였다고 한다. 딸이 엄마와 함께 봤는데 시작부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본인은 어떻게 봤냐는 질문에 그는 "편집이 끝났을 때 연상호 감독이 와서 보라고 했지만, 끝까지 안 보고 토론토에서 관객과 함께 처음 봤다.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었고 마지막 사진도 작업 과정에서 봤지만, 막상 영화관에서 느낀 감정은 복잡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을 보면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괴물'을 떠올렸다고. "결말에서 '괴물'은 직접적으로 '너희가 괴물 아니냐'라고 묻지만, '얼굴'은 한 번 더 섞여서 안에서 열 가지의 진동이 함께 울린다. 그 차이가 있었고, 그래서 더 오래 울림이 남았다."라며 영화에 대한 감정을 표현했다.
영화 후반부 비밀이 드러나는 임영규의 독백 장면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연기로 연상호 감독과 박정민까지 놀라게 했다. 대본에 없던 대사인데 인물들의 과거 시간을 몇 마디로 정리하는 그의 대사에 다들 홀린듯 바라보게 되었다고. 권해효는 임영규라는 인물이 단순한 희생자나 감정적 폭발을 하는 인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배역은 과거에 억울했던 열등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라, 묵묵히 견뎌내는 사람이다. 변명하지 않고 설명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불필요한 대사를 준비하기보다 순간을 선택했다. 카메라 앞에서 그 순간이 만들어지고, 끝났을 때 제 연기를 가장 먼저 본 카메라맨과 배우, 감독이 기뻐해줬다. 그 표정을 보는 게 저에게도 큰 기쁨이었다."라며 해당 장면을 회상했다.
앞을 못 보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와 살아가던 아들 '임동환'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얼굴'은 지금 극장에서 상영중이다.
임영규는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으로, 태어나서 아무것도 본 적이 없음에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장을 만드는 전각 장인으로 한국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불리며 인터뷰, 다큐멘터리까지 쇄도하지만 늘 겸손한 인물이다. 자신과 똑 닮은 아들 '임동환'과 전각 공방을 운영하던 중 40년 전,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채 갑자기 사라진 아내가 시신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권해효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부터 깊은 고민에 빠졌다고 했다. "35년 넘게 연기를 해왔지만, 글을 읽을 때 그게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될지 쉽게 떠올려지지 않는다. 이 작품은 특히 시각장애인이 시각예술을 한다는 설정 자체가 관객에게 설득돼야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은 그걸 믿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살아 있는 기적 말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 인물이라 우화처럼 다가왔다. 관객이 그 기적을 받아들이게 만드는 게 제 역할이라고 느꼈다."라며 이 작품이 왜 고민스러웠는지를 이야기 했다.
그의 연기 고민이 무색하게 권해효는 첫 장면부터 시각장애인이면서 전각장인의 포스를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 '임영규'의 젊은 시절을 연기한 배우 박정민이 따로 전각을 배우며 캐릭터를 준비할때 연상호 감독이 "아무리 그렇게 노력해 본들 권해효의 첫 장면 같은 분위기는 안 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는 일화가 그의 연기가 얼마나 좋았는지를 대변해준다. 일화를 듣고 웃음을 터트린 권해효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온전히 손끝에 집중하는 마음뿐이었다. 실제로 전각을 파는 건 엉망이었지만, 그 미완성은 후반부 아들과의 대화 장면에서 풀어내고 싶었다"며 해당 장면의 비결을 말했다. 세월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인의 모습은 단순한 기교가 아닌 진심으로 만들어 진 것임을 알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는 그 장면이 "살아온 삶에 대한 설명"이라고 정의했다. "이 영화가 우화 같다고 느낀 건, 옛날에는 이랬다고 말해주는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세대 간의 대화가 오가게 만들었고, 실제로 중장년층 관객들이 많이 본다는 이야기가 참 기쁘고 흡족했다."며 소회를 밝혔다.
그는 준비된 계획을 따라가는 대신 현장에서의 순간을 믿는 배우다. "저는 카메라 앞에서 계획된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순간에 벌어지는 느낌이 좋다.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을 연기한다고 해서 '이럴 거야, 저럴 거야' 하는 건 위험하다. 그런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 했다. 저도 그렇고 박정민도 그렇고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었던 경험이 있다. 흉내를 내는 게 아니라 표현을 해야 한다. 제가 경험한 시각장애인들은 말을 빨리 하지 않더라. 그런 것들이 저에게 은근한 도움을 줬다."라며 오랜 시간 지켜본 시각장애인 장인의 평소 모습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가족 역시 이 영화를 특별하게 받아들였다. 권해효는 "아내가 시사회 현장에서 제 등장 순간부터 끝까지 울었다고 하더라. 돌아가신 장인어른이 떠올라서였다고 한다. 딸이 엄마와 함께 봤는데 시작부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본인은 어떻게 봤냐는 질문에 그는 "편집이 끝났을 때 연상호 감독이 와서 보라고 했지만, 끝까지 안 보고 토론토에서 관객과 함께 처음 봤다.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었고 마지막 사진도 작업 과정에서 봤지만, 막상 영화관에서 느낀 감정은 복잡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을 보면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괴물'을 떠올렸다고. "결말에서 '괴물'은 직접적으로 '너희가 괴물 아니냐'라고 묻지만, '얼굴'은 한 번 더 섞여서 안에서 열 가지의 진동이 함께 울린다. 그 차이가 있었고, 그래서 더 오래 울림이 남았다."라며 영화에 대한 감정을 표현했다.
영화 후반부 비밀이 드러나는 임영규의 독백 장면은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연기로 연상호 감독과 박정민까지 놀라게 했다. 대본에 없던 대사인데 인물들의 과거 시간을 몇 마디로 정리하는 그의 대사에 다들 홀린듯 바라보게 되었다고. 권해효는 임영규라는 인물이 단순한 희생자나 감정적 폭발을 하는 인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배역은 과거에 억울했던 열등감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라, 묵묵히 견뎌내는 사람이다. 변명하지 않고 설명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불필요한 대사를 준비하기보다 순간을 선택했다. 카메라 앞에서 그 순간이 만들어지고, 끝났을 때 제 연기를 가장 먼저 본 카메라맨과 배우, 감독이 기뻐해줬다. 그 표정을 보는 게 저에게도 큰 기쁨이었다."라며 해당 장면을 회상했다.
앞을 못 보지만 전각 분야의 장인으로 거듭난 '임영규'와 살아가던 아들 '임동환'이 40년간 묻혀 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얼굴'은 지금 극장에서 상영중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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