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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 이병헌 "AI가 꼽은 남우주연상 후보에 포함, 기분 좋더라" [영화人]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에서 구직을 위한 자신만의 전쟁을 시작한 구직자 '유만수'를 연기한 이병헌을 만났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제지회사에 취업하고, 공장 다니면서 치열하게 공부해 방통대 학사학위를 딴 만수는 한때 알콜 문제를 겪은 시간도 있었지만, 지금은 특수제지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두 자녀, 두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부족함 없이 살아가고 있는 이 평범한 가장이 25년간 헌신한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된다. ‘실직은 내 잘못이 아니다’, ‘나는 반드시 재취업에 성공한다’고 거듭 자신을 다독여보지만, 번번이 면접에서 떨어지며 어렵게 장만한 집까지 내놓아야 할 처지에 몰린다.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벼랑 끝, ‘만수’는 이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게 된다.

오늘 드디어 영화 '어쩔 수가 없다'가 개봉을 했다. 이병헌은 감회를 전하며 그간의 기다림을 돌아봤다. 그는 "시간이 빨리 갔다고 말해야 할지, 너무 오랫동안 기다렸다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린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촬영을 1년 전부터 시작했지만 촬영 현장에서부터 "영화를 빨리 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했다. 그는 "내용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박찬욱 감독이 후반 작업에서 어떤 놀라움을 줄지 궁금했다. 음악을 어떻게 쓰고 색감을 어떻게 변주할지, 편집은 어떻게 할지가 기대돼서 촬영하는 내내 감독님께 빨리 영화 보고 싶다고 했었다"고 덧붙였다.

'어쩔 수가 없다'는 개봉 전 이미 세계 각국 영화제를 돌며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다. 베니스 영화제, 토론토 영화제를 들러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개막작으로 선보이며 오늘 개봉을 맞이하게 된 것에 대해 이병헌은 "시사도 많이 하고 기자간담회도 많이 하고, 다 한 것 같은데 또 여기서 저기서 행사를 했다. 그럼에도 기다림이 즐겁기도 했다. 이제 개봉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는 즐거운 기다림과 기대가 대부분이었는데 드디어 오늘이 오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촬영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관객들도 고스란히 찾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작품을 여러 차례 본 경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다섯 번 봤지만 여전히 안 보이던 것들이 계속 보였다. 박 감독님 영화라 그런지 볼 때마다 새로운 감정이 드러났다"고 했다. 그는 특히 아이맥스(IMAX) 상영 때 경험을 떠올리며 "아이맥스 용 영화가 아닌데도 배우들의 미세한 감정까지 다 보였다. 또 다른 재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촬영때부터 기다린 영화인데, 완성된 영화를 보며 기대했던 만족감이 충족되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잘 모르겠더라. 기대 이상이냐 미치지 못했냐의 문제가 아니라 느껴지는 감정이 뭔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함께 참여했던 입장에서 객관성을 잃고 내 것만 보게 되니 전체를 보는 눈이 없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반복해 보면서 비로소 전체가 보이기 시작했고 감동이 점점 커졌다. 아마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다 비슷할 것이다. 처음에는 자기 것만 보다가 반복을 통해 전체를 보는 여유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박찬욱 감독이 베니스영화제에서 이병헌이 연기상을 받기를 바랐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감독님이 계속 그 얘기를 하셨다. 저는 꿈도 꾸지 않았는데 본인 상 받고 싶은 걸 괜히 제 핑계로 돌리며 얘기하시는 것 같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는 감독님이 진심이신가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남우주연상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분위기도 있었다. 이병헌은 "솔직히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언론과 평론가들의 평가가 올라오는 사이트에서 늘 '어쩔수가없다'가 1위를 기록했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고, 분위기가 좋아서 '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고 전했다.


그는 영화제에 동행했던 일행이 AI에게 남우주연상 수상 가능성을 물어봤던 일화를 소개하며 "AI가 3사람의 남우주연상 후보를 뽑아줬는데 그 안에 제 이름이 있었다. 상을 받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 세 명 안에 제 이름이 있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는 예측이 모두 틀렸다. 기자들도, 평론가들도, AI도 다 수상 결과와는 빗나갔다"고 농담을 덧붙였다.

기대감이 높았던 베니스 영화제에서 수상이 불발되며 앞서 박찬욱 감독은 "앞으로 베니스는 안가고 토론토만 가겠다"는 농담을 했었는데 이병헌은 이미 그 기사를 봤는지 "저는 감독님보다 마음이 조금 큰 사람이다. 베니스건 어디건 갈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무조건 갈 것. 앞으로 어떤 영화를 찍고 또 그런데 갈 일이 있다면 진짜 좋은 것 아니겠나. 행복한 일일 것"이라며 대응해 웃음을 안겼다.

오스카 출품작으로 선정된 데 대한 소감도 밝혔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어쩔수가없다’를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대표 출품작으로 선정했던 바, 그는 "우리나라에서 출품했지만 후보작으로 선정될지는 기다려봐야 한다. 수십 개의 나라에서 출품하니 거기서 후보를 고르는 과정이 남아 있다. 만약 오스카 측에서도 우리 영화를 선정해준다면 그 자체만으로 엄청난 영광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도 인생에서 그런 순간을 맞을 수 있다면 좋겠다. 후보가 된다면 홍보를 위해 정말 열심히 뛰어야 한다. 쌍코피가 터질 정도로 열심히 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K컬처와 한국 영화의 세계적 주목에 대한 소감도 전했다. 그는 "제가 배우로서 좋은 평가를 받는 건 제 개인이 판단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을 줄, K팝이 세계 기록을 세울 줄,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글로벌하게 흥행하는 애니메이션이 될 줄, 타이밍 좋게 박찬욱 감독의 '어쩔 수가 없다'가 그 뒤를 이을 줄은 아무도 계획하지 못했다. 다만 순간순간의 선택이 운과 맞아떨어진 결과라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제가 이 일을 하지 못했다면, 이 영화의 만수나 범모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어쩔수없다'는 9월 24일, 오늘 개봉했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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