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BC 연예

[리뷰M] '달까지 가자', 지구에서 살아남기 어려우니까★★★

오죽하면 코인까지 손 댔을까 싶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연엔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겠다. '달까지 가자'가 엔진에 불을 붙이고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MBC 새 금토드라마 '달까지 가자'(극본 나윤채·연출 오다영)가 최근 첫 방송을 마쳤다. '달까지 가자'는 월급 만으론 생존할 수 없는 흙수저 세 여자가 코인 투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하이퍼리얼리즘 생존기다. 장류진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주인공들은 '달까지' 가기는 커녕 일단 날아보는 것조차 버거운 흙수저에 비공채 출신 직장인이다. 이선빈, 라미란, 조아람이 워맨스 3인방으로 나서, 짠내나는 회사 생활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직장인들의 과몰입을 돕는 배우들의 차진 연기는 덤이다.

연출도 작품의 '웃픈 분위기'를 강조했다. 정규직 전환 면접장에서 난처한 상황, 만년 '무난'만 받는 불합리한 사내 평가, 환승 이별로 인한 심적인 좌절 등 평범한 직장인들의 보편적 슬픔을 극적이고 코믹한 연출로 풀어낸 것. 3인방 중 가장 중심에 있는 이선빈은 얼굴이든 댄스든 망가짐을 불사하고 가장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자신의 일상을 그려냈다.

그러던 이들에게 어느날 번뜩 나타난 '코인'은, 망했다고 생각한 인생을 J커브로 반등시킬 수 있다던 커다란 믿음이었다. 코인 광풍이 불었던 2018년 무렵의 실제 작품 배경은 세 주인공의 간절함에 설득력을 준다. 너도나도 코인 투자에 뛰어들고, 수십억 원을 벌고 퇴사를 했다는 평범한 직장인의 영웅담이 전설처럼 들려오던 때였다. 코인을 하지 않으면 '벼락거지'라는 조롱까지 들불처럼 번지던 시기였다. 나날이 오르는 물가, 집값에 비해 오르지 않는 월급만 부여잡고 사는 직장인들에게 코인은 그 자체로 호재인 셈이었다.


다만 '달까지 가자'는 그 당시 팽배했던 한탕주의를 지향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천시받던 주인공이 한탕으로 대박나 잘먹고 잘사는 뻔한 이야기를 답습하지도 않는다. 코인 투자라는 극적인 기회를 선택지로 쥐어주되, 왜 그들이 그런 선택에 내몰릴 수밖에 없었는지를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서 설명한다. 원작 소설이 '코인 광풍 시대'의 청춘들에 전달했던 메시지를 훼손하지 않으려 애쓴 흔적들이 엿보인다.

그렇기에 '코인으로 대박 나서 승승장구하는' 식의 양산형 스토리와 사이다 전개를 기대한 시청자들에겐 아쉬울 수밖에. 소설과는 다른 스타일로 승부를 봐야하는 드라마는 그 재미의 공백을 유쾌한 코미디와 이선빈, 김영대의 달달한 로맨스로 채웠다.

갈길이 먼 '달까지 가자'가 풀어야 할 숙제는 균형감이다. 상대적으로 암울한 주인공들의 현실 세계를 설득력있게 조명하면서도, 가상화폐 투자에서 얻는 도파민을 적절히 섞어내야 하는 것. 이에 더해 "한탕주의와 사행성을 조장하지 않았다"는 감독의 의도 역시 보여져야 한다. 주인공들이 결말에 이르러 어느 정도의 규모로 '엑시트'해야 시청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지는 남은 회차에 달려있다.

'달까지 가자'는 매주 금, 토요일 밤 9시 50분 MBC에서 방송된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출처 MBC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