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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M] 마치 '추노' 시즌2…제대로 탁하게 말아준 '탁류'★★★☆

화려함과 말끔함 따위는 없다. 그 시절 옛 사극의 퀘퀘했던 향수가 아른거린다. 천성일 작가의 전작 '추노'의 향기가 끈적하고 녹진하게 배인 '탁류'다.


오는 26일 공개를 앞둔 디즈니+의 첫 오리지널 사극 시리즈 '탁류'가 베일을 벗었다. '탁류'는 조선의 모든 돈과 물자가 모여드는 경강을 배경으로 혼탁한 세상을 뒤집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다른 꿈을 꾸는 인물들의 운명을 그린 액션 드라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추창민 감독이 연출을 맡고, '추노' 이후 14년 만에 사극으로 돌아온 천성일 작가가 집필했다.

언론을 통해 2회까지 공개된 '탁류'는 시작부터 '추노'의 향기를 물씬 풍긴다. 치열한 궁중 암투, 양반들의 사랑 놀음, 상상력 가득한 판타지 설정 따위는 '탁류'에 없다. 새하얀 분칠 대신, 그 시대 고증에 맞는 까무잡잡한 민초들의 얼굴이 '탁류'를 가득 채운다.

'탁류'는 의상과 분장, 미술 그리고 음악까지 '세련된 사극'들과는 크게 거리를 둔다. 이를 소화하는 대표적 인물인 로운과 박지환은 '추노'의 장혁과 성동일의 모습을 '2025년 디즈니+ 리마스터' 버전으로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스토리는 민초들의 거친 생활상과 부당한 시대에 저항하는 발버둥을 조명한다. 이 역시 '추노'와 퍽 닮아있다. '추노'에서 드러낸 신분제의 비극은 또 한 번 인물들의 저항을 추동한다. 노비와 다를 바 없는 마포 나루터 노역꾼들의 일상을 가감없이 보여주는가 하면, 이들의 응어리에 응축된 분노에 조금씩 불을 붙이는 식으로 몰입감을 높인다.


때 빼고 광낸 요즘 사극에 입맛이 단단히 물려있다면, 때가 잔뜩 묻은 '탁류'를 강하게 권하는 바다. 그런 점에서 로운의 이미지는 '탁류'가 지향하는 바를 가장 잘 수행하게끔 탈바꿈된다. '연모', '혼례대첩' 등 사극에서 곱상한 이미지로 팬들을 끌어모았던 로운은 정반대의 이미지로 사극에 귀환했다. 생존하기 위해 거침이 없는 이단아적 면모는 자연스레 '추노'에서 장혁이 연기한 이대길을 떠올리게 만든다.

한없이 무겁게 깔린 분위기를 환기하는 '코믹' 담당은 박지환이 맡았다. 넉살과 찌질함을 오가는 코미디 연기는 '탁류'에서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물론 이 역시 '추노'에서의 성동일의 실루엣이 겹쳐 보인다.

이들과 가장 겉모습이 다른 인물은 신예은이 연기한 최은이다. 극 중 최고의 상단 막내딸 설정인 최은은 남성 왈패들의 거친 판에 무작정 뛰어드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들에 지지 않는 강인함을 획득한다. 눈으로 보이는 색채는 다르지만, 남성 주인공들이 내뿜는 에너지에 뒤쳐지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추노' 감성을 그리워했던 사극 매니아들에겐 '탁류'가 그 만족감을 채워주는 작품이겠으나, 일부 시청자들에겐 호불호의 영역으로 남을 만하다. 민초들의 딱한 사연과 탁한 분위기, 묵직하고 녹진한 시대 분위기는 경쾌하고 템포가 빠른 요즘 사극의 지향점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기 때문. 과연 취향의 반대 영역 시청자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을 지 기대를 모은다.

'탁류'는 오는 26일 1~3회 공개를 시작으로 매주 2개의 에피소드를 공개, 총 9개의 에피소드로 공개된다.


iMBC연예 백승훈 | 사진출처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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