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현이 무려 13년 8개월의 공백을 깨고 팬들에게로 돌아왔다. 오랜만의 컴백인 만큼 새로운 도전도 고민했지만 결국 본질에 집중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매 순간 '나다움'에 집중하는 것, 이것이 이현이 18년간 흔들리지 않고 음악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이현은 최근 서울 용산구 모처의 한 카페에서 iMBC연예와 만나 미니 3집 'A(E)ND' 발매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앨범명 'A(E)ND'는 철자와 발음은 유사하지만 의미는 상반되는 'AND'와 'END'를 결합한 표현이다. 관계의 양면성과 감정의 복합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신보에는 사랑과 이별 같은 누구나 겪는 보편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6곡이 수록됐다.
가정 먼저 컴백에 왜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소요됐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A(E)ND'는 이현이 지난 2021년 7월 발매한 싱글 '바닷속 달' 이후 4년 만에 공개하는 신곡이자 2012년 1월 발매한 정규 1집 'The Healing Echo' 이후 약 13년 8개월 만에 선보이는 신보이기 때문.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훌쩍 지나서야 새 앨범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현은 "평소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보니까 이렇게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컴백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기다렸을 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사실 오랜 기다림이 있던 만큼 정규를 내고 싶었지만, 더 오랜 시간이 걸릴까 미니부터 내게 됐다. 다음 컴백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거라고 약속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10년여 만의 컴백은 이현에게도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다. 더욱이 현재 발라드는 과거와 달리 주류 장르로 구분되지 않는 만큼, 이현 역시 어떤 장르의 곡들로 앨범을 채워야 할지 고민이 많았단다.
이현은 "지난해 말 즈음부터 소위 밴드 음악들이 많은 사랑을 받지 않았냐. 아무래도 앨범을 준비 중인 시기였다 보니,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밴드 스타일의 음악을 도전해 봐야 하나 싶더라. 그러나 곧 '이 순간 나까지 이걸 해야 하나?' 싶었다. 오랜만에 나온 앨범인 만큼 정체성을 확실히 잡아두고 싶었고, 결국 내가 잘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유행을 따라가기보단 내가 잘하는 걸 하되, 그동안 해보지 않은 것들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이어 이현은 "개인적으로 발라드가 비인기 장르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사람들이 새로운 발라드가 아닌 예전 발라드만 들어서 문제가 되는 것인데, 저마다의 삶이 퍽퍽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이미 하루하루가 힘든데 언제 새로운 음악을 디깅하고 자신의 취향을 찾아보겠냐. 그 정도의 여유는 없기에 예전 곡만 다시 듣는 게 아닐까, 그래서 요즘의 발라드가 주목받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이렇듯 자신의 본질을 앞세운 앨범을 준비한 이현. 그렇다고 요즘 세대의 취향에 맞추기 위한 노력을 전혀 안한 건 아니었다. 창법부터 메시지까지 요즘의 시선에 맞춰 변화를 꾀했다고.
이현은 "예전처럼 울부짖는 스타일의 창법은 요즘의 트렌드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다. 그래서 오히려 불안정하게 부르려 노력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놓아주는 과정엔 여러 감정이 들 수밖에 없지 않냐. 미련, 짜증, 안타까움 등 복잡한 감정들로 가득 찰 텐데, 일부러 음을 흔들고 음이탈 같은 효과를 자연스럽게 넣으며 그런 속내를 표현해 봤다. 틀에 갇히지 않고 여러 감성을 표출하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메시지 면에서도 "옛날 같았으면 '내가 끝까지 책임질게' '떠나지 마'와 같은 스타일의 음악을 했을 텐데, 요즘은 또 잘 놓아주는 것 역시 사랑이라 하지 않냐. 나중에 다시 만나더라도 지금은 널 위해 놓아주겠다는 내용을 담고 싶었다. 이게 '끝'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A(E)ND'는 사랑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에요. 오히려 제 스스로의 이야기에서 시작됐죠. 오랜 공백 탓에 새로운 앨범은 없을 것 같고 이게 '끝'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난 다시 시작할 거야'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본질을 지키면서도 그 상황에 맞춰 유연한 대처를 접목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이현이 18년간 흔들림 없이 음악인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비결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마음가짐을 지니고 있던 건 아니었다. 에이트, 옴므, 그리고 또 다른 자아 미드낫으로 살아가며 자연스레 터득한 것이라고.
이현은 "여러 변화가 있던 만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없던 건 아니지만, 이 과정을 통해 잃은 것보단 얻은 게 더 많다 생각한다. 매 순간 주어진 기회 속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 경험 덕분에 어디에 놓이건 나의 쓸모를 다 할 수 있게 됐고, 가야 할 목표를 놓치지 않게 됐다. 그저 내가 할 일에만 집중하고 나아가려 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이런 마음가짐으로 20주년, 30주년을 채워나갈 것이라는 이현이다. 그는 "늘 고민하지만 고민을 오래 한다고 답이 생기진 않는 것 같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에만 집중해 보려 한다. 물이 들어올 때를 기다리기보단, 계속 노를 젓다 보면 물이 들어오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버티고 버틸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현의 신보 'A(E)ND'는 16일 오후 6시 발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