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자극 없이 순한 맛에 고개가 갸우뚱 기울여지지만, 깊숙한 곳에 품고 있는 진득한 맛에 천천히 스며들어간다. 바쁜 삶에 잠시 잊고 지내던 청춘의 추억을 곱씹게 만드는 드라마 '마이 유스'다.
최근 첫 방송을 시작한 JTBC 금요시리즈 '마이 유스'는 남들보다 늦게 평범한 삶을 시작한 선우해(송중기)와 뜻하지 않게 첫사랑의 평온을 깨뜨려야 하는 성제연(천우희)의 이야기를 그린 감성 로맨스. 송중기의 3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유미의 세포들' 이상엽 감독과 '런 온' 박시현 작가의 만남 역시 '마이 유스'의 관심 포인트 중 하나. 우선 박시현 작가 특유의 감성이 이번 '마이 유스'에서도 돋보인다. 앞서 '런 온'에서 외피는 어른이지만 속은 아직 미성숙한 이들의 아픔과 청춘만이 경험할 수 있는 순수한 떨림을 동시에 담아냈던 박 작가는 이번에도 이 감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심지어 이번엔 '마이 유스'(나의 젊은 시절)라는 제목에 맞춰 아예 고교 시절의 이야기를 함께 녹여냈는데, 누구나 10대 시절에 경험해봤을 첫사랑, 방황 등의 키워드를 꺼내들며 우리의 과거를 곱씹게 한다.
이 감독의 활약도 돋보인다. 박 작가 특유의 청춘 감성을 청량감 넘치는 앵글로 담아내며 '마이 유스'가 품고 있는 매력을 더 풍부히 한다. 스토리의 주가 되는 우해와 제연의 30대 시절은 물론, 10대 시절 역시 청춘 드라마를 보듯 감각적으로 담아내며 설렘 지수를 한층 높인다.
디테일한 감정 빌드업도 눈길을 끈다. 이 부분은 작가·감독의 시너지가 제대로 빛을 발했다. '마이 유스'는 스토리 특성상 과거가 오버랩되는 순간이 잦다. 일부 작품은 이 과정에서 몰입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해 시청자가 현재와 과거 이야기 모두를 공감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지기도 하는데, '마이 유스'의 경우 현재와 과거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조율하며 균형을 맞추려 했다. 서로를 처음 만나 이제 막 몽글몽글 피어나는 10대의 감정선과, 오랜만에 재회해 어색하지만 동시에 또 반가운 30대의 감정선을 어디 하나 튀지 않게 선형적으로 그려내며 우해와 제연의 설렘에 자연스레 스며들게 한다.
배우들의 활약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다시 한번 선한 얼굴 뒤 말할 수 없는 아픔을 지니고 있는 청년으로 변신한 송중기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입은 듯 누구보다 훌륭히 선우해를 연기해 내고, 천우희는 자칫 얄밉게 보일 수 있는 성제연을 특유의 러블리한 매력으로 소화해 내며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다만 '마이 유스' 초반부의 MVP는 단연 두 사람의 아역 시절을 연기한 남다름과 전소영. '스타트업'에서 김선호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두각을 나타낸 남다름은 다시 한번 인상 깊은 감정 표현력으로 '아역 전문 배우'다운 수식어를 공고히 한다. 전소영은 또 다른 발견이다. 실제 천우희의 젊은 시절을 보는 듯 러블리한 매력으로 중무장한 채 카메라 앞에 등장한 그는 성제연의 통통 튀는 매력을 200% 이상 소화해 내며 작품을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게 한다.
처음엔 요즘 드라마에 비해 다소 심심하고 더딘 전개 속도에 고개가 기울여지지만 곧 '마이 유스'가 담고 있는 평양냉면 같은 깊고 풍부한 맛에 중독되어 버린다. 추억을 곱씹게 만드는 서사는 덤이다. 도파민만 가득한 현대의 드라마에 지쳐 힐링이 필요하다면 '마이 유스'를 시청해 보길 추천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50분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