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여기서 신시아는 노력하는 자이자 그 누구보다 연기를 즐기고 사랑하는 자였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슴 깊이 품은 채 앞으로 10년, 20년 굳건히 나아가고 싶단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이 최근 막을 내렸다. 첫 방송을 앞두고 전공의 파업 이슈가 불거지며 1년 가량 연기됐던 '언슬전'은 다행히 첫 방송 이후 여론 반전에 성공, 시청률과 화제성 면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이 성과를 인정받아 드라마의 주역들은 포상 휴가를 약속받기도.
신시아는 이런 반응에 대해 "기다림의 끝이 행복하고 기쁘게 마무리될 수 있어 영광이다. 사실 첫 드라마라 걱정이 많았는데, 많은 응원을 받고 또 좋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어 기뻤다. 참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 뿐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거듭 '언슬전'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선물이 '사람'이라 강조하며, "너무 좋은 배우들과 제작진을 '언슬전'을 통해 만날 수 있었다. 정말 따뜻했고, 진심을 다하려는 열정이 보였다. 처음이라 몰랐는데 주변에서 이런 사람들을 만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 하더라. 첫 드라마를 따뜻하고 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마칠 수 있어 축복이라 생각하고, 배우 인생 뿐 아니라 개인의 인생에서도 선물 같다는 기분이 든다"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또 '언슬전' 출연이 마치 꿈을 이룬 것과 같다 표현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봐왔던 제작진의 작품에 출연한다는 게 처음엔 실감조차 나지 않았다고. 그는 "난 어렸을 때부터 신원호 PD님의 작품을 보며 자라왔던 세대다. '응답하라' 시리즈를 너무 재밌게 봤는데, 그런 감독님과 함께한다는 점이 처음엔 실감이 안 났다. 물론 메인 연출은 아니셨지만 현장에 오실 때마다 아버지처럼, 또 든든한 버팀목처럼 우리들을 응원해주셨다"라고 협업 소감을 들려줬다.
부담감은 없었냐 물으니 "'슬기로운 의사생활' 자체가 워낙 내가 좋아하고 애정하던 시리즈였기에 걱정보단 책임감이 컸다. 워낙 많은 사랑을 받은 시리즈의 스핀오프이기에 '누가 되지 말자' '내가 할 몫을 못해서 피해를 끼치지 말자'는 생각만 했다. 부담은 느낄 새도 없었고, 그저 각오를 남다르게 다져갔던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런 신시아가 처음으로 '슬기로운 의사생활' 세계관 합류를 실감했던 건 바로 원년 멤버들이 촬영장에 등장한 순간. 신시아는 "선배 배우들이 카메오로 등장했을 때 율제에 있는 게 확 실감이 났다. 실제 호흡을 맞췄던 건 김대명 선배였는데, 등장과 동시에 그냥 양석형 교수처럼 보였다. 장갑을 끼는 거나 의학 용어가 들어간 대사를 너무 능숙하게 소화하셔서 감탄했다. 프로페셔널하면서도 편안하게 촬영을 이끌어 가 주셔서 감사했다"라고 비하인드를 들려주며, "조정석 선배의 연기는 최대한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 (고)윤정 언니와 구석에 숨어 입을 틀어막고 봤다. 정말 많은 걸 배운 순간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극 중 신시아가 연기한 표남경은 야무지고 싶지만 어딘가 빈틈이 있는, 네 명의 OBGY(산부인과) 크루 중에선 가장 현실적이라 말할 수 있는 캐릭터. 신시아는 그런 면에서 남경이와의 공통점을 찾기가 어렵지 않았다고 들려주며 "나 역시 똑 부러지고 싶지만 알고 보면 허당이고, 눈물도 많다. 또 겉만 보면 깍쟁이 같은데 알면 알수록 털털하다. 그런 점이 남경이와 비슷하다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남경이가 왜 계속 남의 얘기를 모두가 듣는 곳에서 얘기를 하는지, 왜 그래서 들켜버리는지 이해가 안 되긴 헀다"는 그는 "그럴 땐 남경이가 정말 투명한 친구구나 생각하며 납득하려 했다. 좋을 땐 좋고 싫을 땐 싫고 화가 날 땐 화가 나는, 자신의 감정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친구라 판단했다. 자칫하면 비호감처럼 보일 수도 있기에 최대한 악의 없이 표현하려 노력했다. 어떤 의도가 있기보단, 느끼는 걸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처럼 보이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누구보다 솔직한 속내를 지닌 표남경은 '언슬전'에서 가장 많은 눈물을 쏟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그가 흘렸던 많은 눈물 만큼 그의 오열 연기 역시 온라인상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나 TV 속 모습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온 얼굴을 꾸깃하며 눈물을 쏟는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기도 했다.
신시아는 "내가 그렇게 안 예쁘게 우는 줄 몰랐다"라고 웃음을 터트리며 "표정은 생각도 못 했다. 보통 눈물을 터트릴 때 표정은 생각 안 하지 않냐. 그래서 남경이의 감정에만 집중한 채 마냥 울었는데 그렇게 담겼다. 그런데 주변에 물어보니 내가 슬플 때 진짜 그렇게 운다고 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가장 큰 화제를 모았던 이별신에 대해서도 "언제까지 눈물을 참고, 어디서 오열할 건지 따로 계산하진 않았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다 돌아봤을 때 기동이가 없으니까 실제로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더라. 남경이가 돌아봤을 때 기동이가 없었던 순간은 이번이 처음이었을 텐데, 단순한 이별이라기보단 '진짜 끝이구나' 생각되며 가슴에 깊은 구멍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울음이 터졌다"라고 설명했다.
신시아는 앞선 여러 인터뷰에서 매 작품마다 들고 다니는 연기 노트가 따로 있다 밝힌 바 있다. 이에 이번 '언슬전' 땐 어떤 생각들을 노트 안에 적어 내려갔냐 묻자 "'널 믿지 말고 남경이를 믿어라'라고 적었다. 비슷한 부분도 많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지 않겠냐. 그럴 때마다 머리로 이해하려 하기보단 그저 남경이를 믿고 가자는 생각만 했다. 감독님과 작가님이 이미 남경이를 잘 그려내주셨던 덕에 이런 믿음이 시청자분들께도 잘 닿지 않았나 싶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작품이 진행되는 12회 동안, 그리고 작품 속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전공의 생활을 하며 조금씩 '슬기로운 의사'의 모습에 닿아갔던 OBGY 4인방. 그런 남경을 연기하며 신시아 역시 배우로서, 또 인간으로서 많은 성장을 했다고 들려줬다. 그는 "이전에 인터뷰를 했을 땐 너무 떨려서 잠도 못 자고 설렐 여유도 없었는데, 이번엔 조금의 설렘을 느끼고 있다. 또 작품을 공개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있지 않았냐. 그동안 기다림의 시간을 채워나가는 방법도 배우고 스스로 단단해지려 노력하는 시간도 가졌다. 배우 인생으로 보면 가장 필요했던 시간이 아닐까 싶다. 촬영이 끝나자마자 작품을 공개하고 쉼 없이 일했으면 지금의 마음가짐은 없을 수도 있겠다 싶으며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시아는 앞으로도 이런 '처음'의 마음가짐을 품은 채 앞으로의 10년, 20년을 채워나가고 싶다 밝혔다. 그는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 '난 연기를 너무 사랑하는 것 같다'다. 세상엔 아무리 재능 있는 사람도 결국 일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은 이기지 못한다는 말도 있지 않냐. 그런 면에서 난 타고난 재능은 없어도 이 일을 사랑하고 즐기는 건 자신이 있다.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앞으로 10년, 20년 열정을 갖고 계속 활동하다 보면 시청자분들께도 내 진심이 닿지 않을까 싶다. 그때까지 물 흐르듯 유영하며 즐기고, 연기를 계속 사랑하면서 오래오래 활동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