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M] 과식한 '탄금'…이재욱·조보아 멜로까지 삼키기엔★★★

이재욱의 한복이 빛을 바랬다. 미스터리, 멜로, 액션, 그리고 사극까지. 한 입에 넣고 삼키려니 탈이 난 '탄금'이다.


16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탄금'(극본 김진아·연출 김홍선)이 공개됐다. '탄금'은 실종되었던 조선 최대 상단의 아들 홍랑(이재욱)이 기억을 잃은 채 12년 만에 돌아오고, 이복누이 재이(조보아)만이 그의 실체를 의심하는 가운데 둘 사이 싹트는 알 수 없는 감정을 그린 미스터리 멜로 사극.

베스트셀러에 오른 장다혜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탄금'. 여기에 드라마 '보이스', '손 더 게스트' 등 장르물에서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았던 연출자 김홍선 감독이 합류해 실사화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커졌다.

김홍선 감독은 제작발표회 당시 "작품을 보며 느꼈던 주제의식은 그리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이 너무 그리움이 사무치다 보면 원망이 되기도 하고, 원한이 되기도 하고, 사랑이 되기도 한다"며 "우리 작품에는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이 많이 나온다. 이 감정선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마스터리와 액션을 적절히 배치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탄금' 1~2화를 지배하는 감정은 재이의 '그리움'이다. 어릴 적 끔찍이 아끼던 이복동생 홍랑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며 12년간 시름을 앓는다. 홍랑이 기억을 잃은 채 돌아왔음에도, 그의 실체에 대한 의심 탓에 그리움의 감정은 채 꺾이지 않는다. 홍랑 역시 재이에 우호적이지 않아, 현대물로 표현하면 '혐관'에 가까운 사이다.

멜로물이 으레 그러하듯 '혐관'은 사랑의 초석이다. '탄금'에는 '멜로 사극'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홍랑과 재이의 관계는 그리움이 동질감으로, 간질간질한 사랑으로 변모할 것을 예고한다. 변수라면 두 사람의 관계가 이복남매라는 점이다. 남매로서의 단순한 우애인 건지 연인으로서의 사랑인 건지, 시청자들로 하여금 모호하게 만드는 장치로 기능한다.


다만 난잡하게 늘어진 이야기들이 존재만으로 매력적인 두 사람의 관계성을 흐리게 만든 점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홍랑과 민상단의 비밀이 주 배경이 되는 미스터리와, 남녀 주인공의 멜로 두 가지를 잡으려니 어느 하나에 집중할 수 없는 한계로 다가온다. 아이들 연쇄 실종 사건이라는 커다란 줄기의 스토리 아래 재이가 밤마다 남장을 한 채 산속을 헤메고, 홍랑 역시 밤마다 액션을 벌이는 등 여러 인물들의 이중적인 면모가 한데 뒤섞이니 혼란스러움을 야기한다.

여기에 액션까지 더한 '탄금'은, 홍랑이 벌이는 액션 시퀀스 하나하나만 놓고 본다면 손색없으나 나머지 장면들과 조화를 이루기엔 부족하다. 때문에 극 초반 집중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는 홍랑과 재이의 밀고 당기는 '혐관'을 보는 맛인데, 곁반찬들의 부진 탓에 메인 디쉬까지 싱거워지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여기에 더해 재이 등 일부 인물들의 사극과 어울리지 않는 대사와 말투 등이 빈번하게 몰입을 저해한다.

그럼에도 미장센에 힘을 준 덕에 미술과 의상에서 보는 맛이 살아난다. 등장인물들의 의복과 소품, 이들이 지내는 공간 하나하나에 디테일이 녹아들었다. 김홍선 감독은 "전 세계에 공개되는 넷플릭스 작품이니만큼, 한복 고증에 더욱 신경을 썼다"며 "패셔너블하게 한복을 보여주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하게 더 신경을 쓰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욱 역시 "다시 한복을 입으니 전에 입었던 의상과는 확실히 디테일이 다르더라. 한복이 이렇게나 아름다운 옷이었나 다시 알게 됐다"고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