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과'로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웰메이드 액션 드라마를 완성했다는 호평을 받은 민규동 감독을 만났다. 구병모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강렬한 액션과 감성이 조화를 이루며, 동시에 나이 듦이 지닌 외로움과 생의 통찰을 그려낸 작품이다.
"영화가 나올 때마다 과정을 알기에 늘 기적처럼 느껴진다.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초조하고 무섭다. 요즘 관객들 눈높이가 워낙 높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민규동 감독은 개봉을 앞둔 심경을 전했다.
'파과'는 원작 소설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영화화를 기다려온 작품이다. 하지만 일부 영화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민 감독은 이처럼 영화화가 쉽지 않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많은 분들이 비슷한 의견이었던 것 같고, 원작 소설 작가 스스로도 영화화가 어렵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저는 이 작품이 베스트셀러인지도 모른 채 절판 위기 속에서 마치 나만 본 보물을 건진 것 같은 발견의 재미가 있었다. 초고는 현재에만 충실한 구성이었고 과거 서사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영화는 인과관계와 과거가 있어야 전개가 되기 때문에, 원작만으로는 풀어가기 어려웠다. 그래서 새로운 인물, 반전, 동기를 합리적으로 구성하려 노력했고, 장르적으로는 하드보일드 액션으로 접근해야만 관객과 만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민 감독의 '파과' 제작 소식에 주변의 영화인들로 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다고. "제목도 낯설고, 주인공도 너무 새롭다. 그래서 제작자들이 시도를 많이 했지만 실패도 많았다. 제 친구 감독들도 전화를 걸어와 '너무 하고 싶은데 네가 하게 됐구나, 응원한다. 그런데 어렵지 않아?' 같은 얘기들을 많이 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도전은 60대 여성 배우가 하드보일드 액션을 소화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민 감독은 이혜영 배우를 선택하기까지의 고민과정, 그리고 '하드보일드'라는 장르 선택의 배경을 설명했다.
"완전히 도파민과 스펙터클이 가득한 노골적인 액션을 하긴 어려웠다. 원작에 너무 좋은 에센스들이 숨어 있어서 드라마가 있는 액션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소설을 읽었을 땐 근미래 배경,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마을, 틸다 스윈튼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자경단 같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실제로 봉준호 감독에게 '이 시나리오를 틸다 스윈튼에게 전달해줄 수 있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영화로 방향을 잡았을 때, 민 감독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건 평생을 준비해야 하는 영화다. 몇 달 트레이닝으로 될 수 있는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혜영 배우를 만났을 때, 이 영화가 표현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텍스트보다 훨씬 풍성하게, 새로운 영화로 관객에게 선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혜영 배우의 실존감은 민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몸도 꼿꼿하시고, 일어날 땐 '아고고' 하시지만 눈빛은 20대 못지않다. 내면과 외면이 구조화된 카리스마와 사랑스러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서, 마치 이 영화를 오래 기다려오신 분 같았다."라며 이혜영의 모든 면이 '조각'에 부합했음을 이야기했다.
민 감독은 이혜영 배우와의 작업 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공개되지 않으면 영원히 저주인형으로 이혜영에게 저주받겠구나 싶었다. 이혜영 배우도 여러 번 '못 하겠다'고 포기하려 하셨고, 혼자 끌고 가는 작업을 해본 적도 없어서 캐릭터의 중추적인 맥락들을 내가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특히 액션 장면에 대해서도 본인이 '가짜 액션'을 보면 만족을 못 하시기 때문에 관객 눈높이에 미치지 못할까 봐 무서워하셨다."라고.
많은 긴장과 부담 때문에 리딩 중 주저앉은 적도 있었던 이혜영 배우는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콤플렉스를 가졌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지적을 많이 받아서, 목소리를 고치고 싶다고 하셨다. 스스로 가진 매력을 싫어하는 부분이 많으시더라. 그런데 나는 그 목소리가 너무 좋았고, 이 판타지 세계와 너무 잘 어울렸다. 지금까지 다른 영화에선 어울리지 않았을 수 있지만, 이 영화에선 너무 잘 맞았다."라며 이혜영 스스로 가진 콤플렉스를 영화를 통해 매력으로 돋보이게 만들 자신도 있었음을 어필했다.
민규동 감독은 액션 장면에서 이혜영 배우가 보여준 순발력과 적응력을 특히 높이 평가했다. "우리가 준비한 액션은 남성적인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외워서 할 수 있는 장면이 많지 않았다. 현장에서 공간에 따라 순발력 있게 대응해야 했는데, 이혜영 배우는 연습량에 비해 타고난 감각이 있었다. 얼굴뿐 아니라 몸 자체에서 대체 불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장의 스태프들도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배우 본인 역시 그런 시선을 감지했고,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한 번은 촬영 중 손에 실제로 불이 붙는 사고도 있었다. 특수효과 담당자들도 처음 겪는 사고였지만, 이혜영은 괜찮다며 불을 끄고 다시 촬영에 임했다. 민 감독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두려움이 어느 순간 좋은 에너지로 전환되어 달려가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영화 속 마지막 액션 신을 마무리하며 이혜영 배우를 껴안는 순간, 민 감독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제가 올해로 딱 데뷔 30년째인데, '파과'에서 이혜영 배우와의 마지막 액션 장면을 '컷' 하고 껴안는 순간 눈물이 터져 나왔다. 창피해서 도망갔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이 영화는 끝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프로젝트다. 매일같이 '이건 불가능하구나'를 확인하며 작업했는데, 그 순간 마치 내가 다시 태어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5층에서 촬영을 끝내고 혼자 울면서 1층까지 내려왔는데, 결국 스태프들이 다시 나를 잡아 올라가서 퉁퉁 부은 눈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혜영 배우에 대한 애정은 감독의 표현대로 "초월적 사랑"에 가까웠다. "저는 초월적 사랑을 했어요.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없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중간에 포기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포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민 감독은 이혜영이 최근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즉흥적인 방식에 익숙해진 상태였기에, '파과'처럼 철저한 시스템 아래에서의 촬영은 큰 도전이었을 거라 짐작했다. "요즘은 표준계약을 지켜야 하고, 주 52시간 근로 조건도 맞춰야 하고, 하루에 몇 컷밖에 찍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타이트하게 액션을 완성해야 했어요. 이혜영 배우는 그 프러덕션 구조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던 거죠. 그런 상황에서 제가 책임지고 끌고 가다 보니, 제 입장에서는 ‘함께 가는 작업’이었는데, 배우 입장에서는 마치 감독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었겠다 싶더라고요."
그렇기에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영화가 처음 상영되고, 1,300여 명의 현지 관객 앞에서 큰 반응을 받은 이후, 이혜영 배우가 처음으로 이 작품의 의미를 깊이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을 때, 민 감독은 감격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아마 이혜영 배우는 그때 비로소 '이게 이런 영화였구나, 내가 이 고된 오디세이 끝에 이렇게 구원을 받는구나'라고 느끼셨던 것 같다."
영화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전설적인 킬러 '조각'과, 평생 그를 추적해온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의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다. 오는 4월 30일 개봉한다.
"영화가 나올 때마다 과정을 알기에 늘 기적처럼 느껴진다.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초조하고 무섭다. 요즘 관객들 눈높이가 워낙 높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민규동 감독은 개봉을 앞둔 심경을 전했다.
'파과'는 원작 소설 팬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영화화를 기다려온 작품이다. 하지만 일부 영화 제작자들 사이에서는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민 감독은 이처럼 영화화가 쉽지 않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많은 분들이 비슷한 의견이었던 것 같고, 원작 소설 작가 스스로도 영화화가 어렵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저는 이 작품이 베스트셀러인지도 모른 채 절판 위기 속에서 마치 나만 본 보물을 건진 것 같은 발견의 재미가 있었다. 초고는 현재에만 충실한 구성이었고 과거 서사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영화는 인과관계와 과거가 있어야 전개가 되기 때문에, 원작만으로는 풀어가기 어려웠다. 그래서 새로운 인물, 반전, 동기를 합리적으로 구성하려 노력했고, 장르적으로는 하드보일드 액션으로 접근해야만 관객과 만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민 감독의 '파과' 제작 소식에 주변의 영화인들로 부터 많은 연락을 받았다고. "제목도 낯설고, 주인공도 너무 새롭다. 그래서 제작자들이 시도를 많이 했지만 실패도 많았다. 제 친구 감독들도 전화를 걸어와 '너무 하고 싶은데 네가 하게 됐구나, 응원한다. 그런데 어렵지 않아?' 같은 얘기들을 많이 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도전은 60대 여성 배우가 하드보일드 액션을 소화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민 감독은 이혜영 배우를 선택하기까지의 고민과정, 그리고 '하드보일드'라는 장르 선택의 배경을 설명했다.
"완전히 도파민과 스펙터클이 가득한 노골적인 액션을 하긴 어려웠다. 원작에 너무 좋은 에센스들이 숨어 있어서 드라마가 있는 액션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소설을 읽었을 땐 근미래 배경,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마을, 틸다 스윈튼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자경단 같은 이야기를 떠올렸다. 실제로 봉준호 감독에게 '이 시나리오를 틸다 스윈튼에게 전달해줄 수 있냐'고 묻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영화로 방향을 잡았을 때, 민 감독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이건 평생을 준비해야 하는 영화다. 몇 달 트레이닝으로 될 수 있는 이미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혜영 배우를 만났을 때, 이 영화가 표현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텍스트보다 훨씬 풍성하게, 새로운 영화로 관객에게 선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혜영 배우의 실존감은 민 감독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몸도 꼿꼿하시고, 일어날 땐 '아고고' 하시지만 눈빛은 20대 못지않다. 내면과 외면이 구조화된 카리스마와 사랑스러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서, 마치 이 영화를 오래 기다려오신 분 같았다."라며 이혜영의 모든 면이 '조각'에 부합했음을 이야기했다.
민 감독은 이혜영 배우와의 작업 과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 영화가 관객에게 공개되지 않으면 영원히 저주인형으로 이혜영에게 저주받겠구나 싶었다. 이혜영 배우도 여러 번 '못 하겠다'고 포기하려 하셨고, 혼자 끌고 가는 작업을 해본 적도 없어서 캐릭터의 중추적인 맥락들을 내가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특히 액션 장면에 대해서도 본인이 '가짜 액션'을 보면 만족을 못 하시기 때문에 관객 눈높이에 미치지 못할까 봐 무서워하셨다."라고.
많은 긴장과 부담 때문에 리딩 중 주저앉은 적도 있었던 이혜영 배우는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서도 콤플렉스를 가졌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지적을 많이 받아서, 목소리를 고치고 싶다고 하셨다. 스스로 가진 매력을 싫어하는 부분이 많으시더라. 그런데 나는 그 목소리가 너무 좋았고, 이 판타지 세계와 너무 잘 어울렸다. 지금까지 다른 영화에선 어울리지 않았을 수 있지만, 이 영화에선 너무 잘 맞았다."라며 이혜영 스스로 가진 콤플렉스를 영화를 통해 매력으로 돋보이게 만들 자신도 있었음을 어필했다.
민규동 감독은 액션 장면에서 이혜영 배우가 보여준 순발력과 적응력을 특히 높이 평가했다. "우리가 준비한 액션은 남성적인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외워서 할 수 있는 장면이 많지 않았다. 현장에서 공간에 따라 순발력 있게 대응해야 했는데, 이혜영 배우는 연습량에 비해 타고난 감각이 있었다. 얼굴뿐 아니라 몸 자체에서 대체 불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장의 스태프들도 처음에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배우 본인 역시 그런 시선을 감지했고,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한 번은 촬영 중 손에 실제로 불이 붙는 사고도 있었다. 특수효과 담당자들도 처음 겪는 사고였지만, 이혜영은 괜찮다며 불을 끄고 다시 촬영에 임했다. 민 감독은 "그런 모습을 보면서 두려움이 어느 순간 좋은 에너지로 전환되어 달려가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영화 속 마지막 액션 신을 마무리하며 이혜영 배우를 껴안는 순간, 민 감독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제가 올해로 딱 데뷔 30년째인데, '파과'에서 이혜영 배우와의 마지막 액션 장면을 '컷' 하고 껴안는 순간 눈물이 터져 나왔다. 창피해서 도망갔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이 영화는 끝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프로젝트다. 매일같이 '이건 불가능하구나'를 확인하며 작업했는데, 그 순간 마치 내가 다시 태어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5층에서 촬영을 끝내고 혼자 울면서 1층까지 내려왔는데, 결국 스태프들이 다시 나를 잡아 올라가서 퉁퉁 부은 눈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혜영 배우에 대한 애정은 감독의 표현대로 "초월적 사랑"에 가까웠다. "저는 초월적 사랑을 했어요.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이 없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중간에 포기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포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민 감독은 이혜영이 최근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서 즉흥적인 방식에 익숙해진 상태였기에, '파과'처럼 철저한 시스템 아래에서의 촬영은 큰 도전이었을 거라 짐작했다. "요즘은 표준계약을 지켜야 하고, 주 52시간 근로 조건도 맞춰야 하고, 하루에 몇 컷밖에 찍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타이트하게 액션을 완성해야 했어요. 이혜영 배우는 그 프러덕션 구조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던 거죠. 그런 상황에서 제가 책임지고 끌고 가다 보니, 제 입장에서는 ‘함께 가는 작업’이었는데, 배우 입장에서는 마치 감독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었겠다 싶더라고요."
그렇기에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영화가 처음 상영되고, 1,300여 명의 현지 관객 앞에서 큰 반응을 받은 이후, 이혜영 배우가 처음으로 이 작품의 의미를 깊이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을 보였을 때, 민 감독은 감격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아마 이혜영 배우는 그때 비로소 '이게 이런 영화였구나, 내가 이 고된 오디세이 끝에 이렇게 구원을 받는구나'라고 느끼셨던 것 같다."
영화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전설적인 킬러 '조각'과, 평생 그를 추적해온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의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다. 오는 4월 30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NEW, 수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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