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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톡] '천국보다 아름다운' 김혜자, 순식간에 스며든다

김석윤 감독이 왜 "김혜자를 위한 맞춤 드라마"라 했는지 이해가 된다. 장르적으로나 캐릭터적으로 설득력을 부여하기 어려운 역할이었음에도 불구, 단숨에 보는 이들을 사로잡으며 '천국보다 아름다운'에 스며들게 한다.


19일 밤 첫 방송된 JTBC 새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극본 이남규·연출 김석윤)은 80세 모습으로 천국에 도착한 이해숙(김혜자)이 30대 모습으로 젊어진 남편 고낙준(손석구)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현생 초월 로맨스. 1회에선 현생에서 고낙준과 이별했다 천국에서 재회한 이해숙의 모습이 그려졌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눈이 부시게' 김석윤 감독과 이남규·김수진 작가의 재회로 일찍이 기대를 받던 작품이었다. 심지어 자타공인 국민 배우 김혜자를 중심으로 손석구와 한지민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까지 총출동하며 관심을 모았다.


기대치가 높았음에도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1회부터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감동과 코믹을 오가며 극의 텐션을 탄탄히 유지하고, 이스터에그 같은 재치 있는 대사들이 소소한 웃음을 유발하는 것.

속히 '일수'라 불리는, 해숙이 생계를 위해 하고 있는 대부업도 슬기롭게 녹여냈다. 그저 주인공이 하고 있는 일이라는 이유로 대부업을 단순 미화하기보단, 일수가 지닌 어두운 면을 불편하지 않는 선에서 부드럽게 조명하며 계속해 해숙의 양심을 건드는, 해숙이 '내가 천국에 있어도 되는 사람인가?'라고 스스로에게 되묻는 고민의 소재로 녹아들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이 모든 걸 가능케 한 건 김혜자의 존재감. 캐릭터적으로나 장르적으로 설득력을 부여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임에도 불구, 독보적인 눈빛 연기와 감성 가득한 전달력으로 1회 만에 해숙의 이야기에 푹 빠지게 해 그가 들려주는 서사에 웃고 울게 만든다. 남편 낙준밖에 모르는 순애보적 면모부터 빌려준 돈을 돌려받기 위해 감정을 싹 지운 채 독기만을 품고 있는 해숙의 모습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연기도 어디 하나 튀는 부분 없이 완벽히 소화해 내며 64년 내공을 증명해낸다.

왜 김석윤 감독이 제작발표회 당시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김혜자 프로젝트'라 명명했는지 이해가 되는 순간이다. 그는 "기획 단계부터 김혜자 선생님의 출연을 정해놓고 만든 작품이다. 어떻게 하면 김혜자라는 배우가 모든 걸 쏟아낼 수 있을까를 우선적으로 고민하며 만들었다"라고 언급한 바 있는데, 김혜자는 자신을 위해 마련된 무대 위에서 마음껏 뛰놀며 또 다른 인생 캐릭터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1회부터 5.8%(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의 안정적인 시청률로 첫삽을 떴다. 이는 전작 '협상의 기술'이 기록한 첫방 시청률 3.3%보다 높은 수치로, '협상의 기술'은 2회 만에 6.1% 시청률을, 최종회는 두 자릿수를 달성하며 종영한 만큼 '천국보다 아름다운'이 세울 기술에 기대가 높아진다.




iMBC연예 김종은 | 사진출처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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