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나랑 엄마는 못 가겠네요. 천국에” 기이한 행동을 하는 7살 딸 소현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싱글맘 영은. 소현의 위태로운 행동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영은의 평범한 삶은 망가져 가고, 소현은 점점 더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는다. “어릴 적 기억이 없어. 그래서 사람을 잘 못 믿어” 20년 후, 어린 시절의 기억을 잃고 특수 청소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민. 어느 날 그의 앞에 해맑은 얼굴의 침입자 해영이 나타난다. 자신이 쌓아온 일상의 틈을 아무렇지 않게 비집고 들어오는 해영에게 민은 묘한 불안감을 느끼는데..... 네가 선을 넘은 순간, 균열은 시작되었다.



▶ 비포스크리닝
이 영화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 공동 연출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영화 '경주'의 연출 부였던 김여정 감독과 영화 '황해'의 연출 부였던 이정찬 감독이 각자 개발하던 시나리오 간의 연결점을 찾아 공동 작업을 하기로 한 게 바로 '침범'이다. 두 감독은 11년 지기 친구이기도 하다. 이들이 쓴 시나리오를 토대로 웹툰이 만들어진 것이지 웹툰을 원작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모성과 인간성을 다루는 스릴러인 이 영화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 하와이국제영화제, 피렌체 한국영화제, 홍해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여기에 곽선영, 권유리, 이설, 기소유가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내고 연기 변신을 예고했다.
▶ 애프터스크리닝
'미키 17' 말고는 볼 영화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더라. 작지만 괜찮은 영화들이 이렇게 꾸준히 있다니! '침범'이 바로 그런 예다. 곽선영, 권유리, 이설에 '나의 완벽한 비서'에 출연한 아역배우 기소유가 출연하는 영화라 사실 기대감이 높지는 않았다.
하지만 첫 장면부터 의외의 장소에서 시작하여 시선을 끌더니 점점 숨통을 조여 오는 긴장감과 '설마''에이 설마'를 반복하게 하는 놀라움과 절망감을 안기며 1막을 마무리 짓는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뒤인 2막이 시작된다. 2막은 온통 의심의 연속이다. 이미 1막을 통해 악마의 존재를 확인했기에 권유리가? 이설이? 누가 악마일까를 쉼 없이 의심하며 감독, 배우들과 두뇌싸움을 하게 된다.
이 정도의 스릴러일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래서인지 더 쫄깃하고 더 충격적이다.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자체가 스포이기 때문에 자세한 이야기를 할 수 없지만 2명의 감독이 한데 머리를 맞대 공동각본, 연출을 한 만큼 한 장면도 대사 하나도 흘려보낼 수 없다.
1막에서는 곽선영의 에너지가 너무 무겁고 어두워서 관객의 마음조차 젖은 수건으로 덮는 듯했으나 2막에서는 이설의 에너지가 미친 듯 폭발한다. 작은 물방울이 알루미늄 쟁반 위를 통통 튀듯 경쾌하고 슬몃 올라가는 입꼬리의 미소에 1부의 어둠이 살짝 가시는 듯했으나 이건 대반전을 위한 예열에 불과했다. 권유리가 배우로서 이번 영화에서는 몸을 아끼지 않고 액션을 펼쳐내는데 이설과 맞부딪혀 소름 끼치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 엔딩 장면을 놓고도 할 말이 많아지는 영화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가 더 무서운 '침범'은 악마를 이해하게 만듦으로써 메시지조차도 스릴러로서 최선을 다 했다.
남성의 역할이나 기능이 거의 없이 여자, 어린아이로 이런 스릴러를 만들어 내다니! N차로 보며 소현은 왜 그런 말을 하며, 곽선영이 어떻게 했어야 재앙을 막았을 수 있었을지, 방지할 수 있었던 재앙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봐야 할 것 같다.
기이한 행동을 하는 딸 소현으로 인해 일상이 붕괴되고 있는 영은(곽선영)과 그로부터 20년 뒤 과거의 기억을 잃은 민(권유리)이 해영(이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균열을 그린 심리 파괴 스릴러 '침범'은 3월 12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