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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우민호 감독 "독립운동가의 마음을 신파로 풀고 싶지 않았다" [인터뷰M]

영화 '하얼빈'으로 돌아온 우민호 감독을 만났다. 안중근 장군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3년 전 우연히 안중근의 자서전과 책을 읽었다는 우민호 감독은 "몰랐던 지점이 꽤 있더라. 당시 그의 나이가 30세였는데 너무 젊어서 놀랬다. 그리고 영웅으로만 알았는데 지탄을 많이 받았던 패장이었다. 그런 분이 어떻게 엄청난 거사를 치렀는지 호기심이 생겼다."며 안중근에 대하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감독은 "그전에 제작사 대표가 '하얼빈'의 대본을 갖고 이었고 저한테도 연출 제안을 했는데 워낙 영웅이고 그동안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같은 부정적인 사람들을 다루며 비판을 많이 했는데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을 다룰 용기가 없어서 거절했었다"라며 동일 제목의 다른 시나리오의 연출 제안도 받았음을 알렸다.

우민호 감독은 "안중근의 책을 읽으면서 그분의 말씀이 개인적으로 와닿았다. 영화의 엔드 부분에 나오는 내레이션인데, 실제 안중근이 하신 말씀이다. '우리 앞에 어떠한 역경이 닥치더라도 절대 멈춰서는 아니 된다. 금년에 못 이루면 다시 내년에 도모하고, 내년, 내후년, 10년, 100년까지 가서라도 반드시 대한국의 독립권을 회복한 다음에라야 그만둘 것이다'라는 대사다. 이 말이 너무 와닿았다. 우리가 살다 보면 많은 역경이 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는데 이 말이 먼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고 개인적으로 다가오더라. 이런 게 관객에게도 느껴진다면, 안중근의 말씀이 지금의 우리에게 어떤 울림과 힘, 위로를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꼭 영화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시나리오를 쓰게 된 이유를 밝혔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에서 갖고 있던 '하얼빈'과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그는 "그 시나리오를 읽고 깜짝 놀랐다. 순수 오락영화더라. 가공의 인물이나 가상의 사건으로 오락 영화를 만들 수는 있는데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안중근인데 오락영화로 썼더라. 그래서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데 이렇게는 못한다. 나는 묵직하게 찍고 싶다. 거기 동의하면 하겠다고 해서 시작하게 된 작품"이라며 지금의 '하얼빈'은 묵직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우민호 감독은 "저도 오락영화는 좋아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찍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열심히, 진심을 다해 찍으면 관객들도 알아줄 거라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하며 "신아산 전투의 경우 무술 감독이 액션을 쾌감이 오게 짜왔더라. 제가 모든 걸 바꿨다. 광주에서 그 장면을 찍었는데 50년 만의 대폭설이 내려서 영화 찍는 내내 눈이 왔다. 이건 하늘이 주는 선물 같더라. 눈이 오니 너무 아름다웠는데 우리의 아름다운 국토가 일제에 유린되는 걸 통쾌한 액션으로 찍을 수는 없었다. 이건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되었다. 자연도 훼손되고 자연 속에 살고 있는 식물, 동물들도 훼손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전쟁은 절대 일어나면 안 된다"라며 여러 가지 이유에서 오락영화여서는 안 되었음을 강조했다.

오락성을 쏙 빼고 클래식한 예술성을 담은 '하얼빈'에 대해 우민호 감독은 "이 영화가 요즘 영화 같지는 않다. 젊은 사람들은 숏폼 많이 보고 빠르게 진행되는데 익숙하다. 이런 추세가 잘못되었다는 건 아닌데 고민이 되는 지점이더라. 이런 시대에 영화의 본질이 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커트도 많이 없고 클로즈업도 없고 신파도 없는 클래식한 영화로 찍고 싶었다."며 영화를 만들며 중점 둔 부분을 이야기했다.

또한 '신파'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저는 신파를 별로 안 좋아하고 독립운동가의 마음을 신파로 풀고 싶지 않았다. 신파는 쉽게 휘발되는 것 같다. 정말 마음이 깊으면 눈물이 안 나지 않나? 나는 배우들에게도 들리지 않지만 보이는 통곡으로 연기해 달라는 말을 했다. 힘 있고 숭고하게 풀리길 바랐다"며 영화 속 감정 연기 장면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화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으로 12월 24일 개봉한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 iMBC연예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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