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개막해 11일까지 열리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가 굵직한 행사들을 치워내며 어느덧 중반을 향해가고 있다. 총 278편의 영화를 총 5개 극장, 26개 상영관에서 만날 수 있는 이번 부국제는 코로나 이후 완전히 정상화된 오프라인 행사와 연휴로 인한 내국인 영화팬들의 관심, 부쩍 늘어난 외국인 관광객으로 축제의 현장이라는 게 체감되는 현장이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국제영화행사여서인지 군데군데 아쉬운 지점도 보였다. 아직도 영화제는 6일이나 남았지만 지금까지의 일정을 복기하며 부국제의 아쉬움을 꼽아봤다.
#개막작과 OTT
올해의 개막작은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이었다. 영화 자체는 너무 좋았다.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오리지널 영화 중 최고라고 칭찬할 만큼 만듦새부터 흥미요소까지, 오락영화이면서도 메시지를 담은 꽤 좋은 영화였다. 그러나 '전, 란'은 OTT영화이면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며, 너무나 대중적인 영화다.
개막작 기자간담회 때부터 '전, 란'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유를 설명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조직위는 "재미있어서. 대중적이어서"라는 이유를 답으로 내놓았다. 재미있고 대중적인 영화여서 '전, 란'이 문제 되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부국제에서 채택한 개막작 중 한국 영화들은 '한국이 싫어서' '행복의 나라로' '뷰티풀 데이즈' '유리정원' '춘몽' 등이 있었다.
부국제는 한국 영화의 발상지인 부산을, 영상문화의 중앙 집중에서 벗어나 지방 자치시대에 걸맞은 문화예술의 고장으로 발전시키고자 기획된 영화제이다. 올해의 '전, 란' 선정이 이 취지에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된다. 조직위의 영화 선정 기준까지 듣고 나면 영화제의 취지와 방향성이 바뀌게 된 것이 아닌지 의심까지 들게 하는 것.
OTT영화가 영화제에서 거론되거나 상영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수년 전부터 있어왔다. OTT영화도 영화이니 장르적 구분에서 무엇이 문제냐 할 수 있다. 게다가 평소 작은 화면으로 볼 수밖에 없는 OTT영화를 영화제를 통해 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것도 영화팬들에게는 영화제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청룡영화상이나 대종상 영화제가 아닌 부국제이기에 '전, 란'의 선정이 이슈가 된 것이다.
#공로상
올해 부국제는 故이선균을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며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을 개최, 고 이선균의 대표작 6편을 상영하고, 스페셜 토크도 진행한다. 이번에 상영되는 이선균의 영화는 2009년작 '파주', 2013년작 '우리 선희', 2014년작 '끝까지 간다' 2019년작 '기생충' 올해 개봉한 영화 '행복의 나라'의 5편과 드라마 '나의 아저씨'까지 6편이었다. 이 6편의 영화 중 몇몇 영화들은 영화 상영 이후 감독, 배우들과 함께 GV를 개최했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발언들이 나와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선균을 추모하기 위한 지인이면서 관계자인 이들의 애정 어린 발언이었지만 "범죄를 저질렀어도 기회를 줄 수 있지 않나. 범죄도 아니고 범죄에 대한 증거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중에게 거슬리는 상황이어서." "그런 기사를 낸, 말도 안 되는 허위 수사 내용을 유출한 사람들을 응징해야 하지 않냐" "쪽팔릴 거 없다"는 발언들은 현장에서 휘발되지 않고 네티즌에게 전달되며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국제 측은 한국영화를 널리 소개하는 데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이라며 '한국영화공로상'을 소개했다. 지난해에는 윤정희 배우를 선정했으나 지금까지 부국제가 공로상을 전달했던 인물들은 파리한국영화제 창설자 겸 집행위원을 했단 배용재, 파리한국영화제의 페스티벌 디렉터 유동석, 한국영화재료연구위원장이었던 故홍영철 등이었다.
#한국영화의미래
코로나와 내홍을 이겨낸 영화제는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한국영화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OTT영화, OTT시리즈가 영화제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행사가 열리는 영화의 전당 주변에는 영화 광고가 아닌 OTT콘텐츠 홍보물이 건물의 전면을 커버하며 초대형 홍보를 하고 있다. 해운대의 해안도로나 눈에 띄는 건물 외벽에도 OTT들의 콘텐츠로 도배가 되어 있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티빙까지 3파전으로 보였으나 올해에는 넷플릭스의 독주다. 영화제인데 협찬사의 홍보물이 더 눈에 부각된다. 보이는 게 이러하니 더욱더 영화계는 뭘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올해 CJ ENM을 비롯해 플러스엠 XSLL, 넷플릭스는 한국영화의 미래뿐 아니라 내년도 라인업에 대한 포럼과 행사를 개최했다. 플러스엠은 11월 이후부터 내년까지의 라인업을 줄 세울 10개의 작품을 알렸고 넷플릭스도 7개의 작품을 내년에 선보일 것을 알렸다. CJ ENM는 2시간 동안 포럼으로 산업 전체를 두루 살피며 미래 모색을 하겠다고는 했으나 내년에 2개의 작품만 준비되어 있어 실망감을 안겼다. 롯데엔터테인먼트나 NEW, 쇼박스 등의 배급사들은 마땅한 라인업이 없다며 부국제에서 따로 행사를 하지도 않았다.
업체들은 입을 모아 현재 제작 시스템의 문제, 극장의 실태에 대한 현실 파악뿐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고민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한국영화의 위기로만 치부될 게 아니라 영화계 전반의 위기라는 데에는 중론이 모아졌다. 한국영화의 콘텐츠 내용이나 퀄리티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산업 시스템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이다. 숏폼 강세, 플랫폼 다변화 등에 맞게 콘텐츠도 변화하고 산업 시스템도 변화해야 하는데 그 변화의 시점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한계로 느껴진다는 것.
다른 말로 하면 지금부터가 한국영화계의 기회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제작비를 증가시키는 높은 출연료에 대한 개선, 너무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VFX를 대체할 기술 도입, 글로벌하게 경쟁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창작자의 발굴 등 지금 시작되고 있는 업계의 노력들이 빠른 시간 안에 효과가 나오길 바랄 뿐이다.
영화계가 큰 변화를 앞두고 있지만 부국제 만은 기본과 소신을 지켜가며 변화 속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그러나 오랜만에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국제영화행사여서인지 군데군데 아쉬운 지점도 보였다. 아직도 영화제는 6일이나 남았지만 지금까지의 일정을 복기하며 부국제의 아쉬움을 꼽아봤다.
#개막작과 OTT
올해의 개막작은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이었다. 영화 자체는 너무 좋았다. 넷플릭스가 지금까지 만들었던 오리지널 영화 중 최고라고 칭찬할 만큼 만듦새부터 흥미요소까지, 오락영화이면서도 메시지를 담은 꽤 좋은 영화였다. 그러나 '전, 란'은 OTT영화이면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며, 너무나 대중적인 영화다.
개막작 기자간담회 때부터 '전, 란'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유를 설명해 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조직위는 "재미있어서. 대중적이어서"라는 이유를 답으로 내놓았다. 재미있고 대중적인 영화여서 '전, 란'이 문제 되는 건 아니다.
지금까지 부국제에서 채택한 개막작 중 한국 영화들은 '한국이 싫어서' '행복의 나라로' '뷰티풀 데이즈' '유리정원' '춘몽' 등이 있었다.
부국제는 한국 영화의 발상지인 부산을, 영상문화의 중앙 집중에서 벗어나 지방 자치시대에 걸맞은 문화예술의 고장으로 발전시키고자 기획된 영화제이다. 올해의 '전, 란' 선정이 이 취지에 맞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계속된다. 조직위의 영화 선정 기준까지 듣고 나면 영화제의 취지와 방향성이 바뀌게 된 것이 아닌지 의심까지 들게 하는 것.
OTT영화가 영화제에서 거론되거나 상영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는 수년 전부터 있어왔다. OTT영화도 영화이니 장르적 구분에서 무엇이 문제냐 할 수 있다. 게다가 평소 작은 화면으로 볼 수밖에 없는 OTT영화를 영화제를 통해 대형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것도 영화팬들에게는 영화제에서만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청룡영화상이나 대종상 영화제가 아닌 부국제이기에 '전, 란'의 선정이 이슈가 된 것이다.
#공로상
올해 부국제는 故이선균을 공로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며 특별기획 프로그램 '고운 사람, 이선균'을 개최, 고 이선균의 대표작 6편을 상영하고, 스페셜 토크도 진행한다. 이번에 상영되는 이선균의 영화는 2009년작 '파주', 2013년작 '우리 선희', 2014년작 '끝까지 간다' 2019년작 '기생충' 올해 개봉한 영화 '행복의 나라'의 5편과 드라마 '나의 아저씨'까지 6편이었다. 이 6편의 영화 중 몇몇 영화들은 영화 상영 이후 감독, 배우들과 함께 GV를 개최했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되는 발언들이 나와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선균을 추모하기 위한 지인이면서 관계자인 이들의 애정 어린 발언이었지만 "범죄를 저질렀어도 기회를 줄 수 있지 않나. 범죄도 아니고 범죄에 대한 증거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중에게 거슬리는 상황이어서." "그런 기사를 낸, 말도 안 되는 허위 수사 내용을 유출한 사람들을 응징해야 하지 않냐" "쪽팔릴 거 없다"는 발언들은 현장에서 휘발되지 않고 네티즌에게 전달되며 오히려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국제 측은 한국영화를 널리 소개하는 데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상이라며 '한국영화공로상'을 소개했다. 지난해에는 윤정희 배우를 선정했으나 지금까지 부국제가 공로상을 전달했던 인물들은 파리한국영화제 창설자 겸 집행위원을 했단 배용재, 파리한국영화제의 페스티벌 디렉터 유동석, 한국영화재료연구위원장이었던 故홍영철 등이었다.
#한국영화의미래
코로나와 내홍을 이겨낸 영화제는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한국영화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OTT영화, OTT시리즈가 영화제 대표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행사가 열리는 영화의 전당 주변에는 영화 광고가 아닌 OTT콘텐츠 홍보물이 건물의 전면을 커버하며 초대형 홍보를 하고 있다. 해운대의 해안도로나 눈에 띄는 건물 외벽에도 OTT들의 콘텐츠로 도배가 되어 있다. 그나마 지난해에는 넷플릭스와 디즈니, 티빙까지 3파전으로 보였으나 올해에는 넷플릭스의 독주다. 영화제인데 협찬사의 홍보물이 더 눈에 부각된다. 보이는 게 이러하니 더욱더 영화계는 뭘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올해 CJ ENM을 비롯해 플러스엠 XSLL, 넷플릭스는 한국영화의 미래뿐 아니라 내년도 라인업에 대한 포럼과 행사를 개최했다. 플러스엠은 11월 이후부터 내년까지의 라인업을 줄 세울 10개의 작품을 알렸고 넷플릭스도 7개의 작품을 내년에 선보일 것을 알렸다. CJ ENM는 2시간 동안 포럼으로 산업 전체를 두루 살피며 미래 모색을 하겠다고는 했으나 내년에 2개의 작품만 준비되어 있어 실망감을 안겼다. 롯데엔터테인먼트나 NEW, 쇼박스 등의 배급사들은 마땅한 라인업이 없다며 부국제에서 따로 행사를 하지도 않았다.
업체들은 입을 모아 현재 제작 시스템의 문제, 극장의 실태에 대한 현실 파악뿐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고민을 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이 한국영화의 위기로만 치부될 게 아니라 영화계 전반의 위기라는 데에는 중론이 모아졌다. 한국영화의 콘텐츠 내용이나 퀄리티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산업 시스템에 최적화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는 의견이다. 숏폼 강세, 플랫폼 다변화 등에 맞게 콘텐츠도 변화하고 산업 시스템도 변화해야 하는데 그 변화의 시점에 도달해 있기 때문에 한계로 느껴진다는 것.
다른 말로 하면 지금부터가 한국영화계의 기회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제작비를 증가시키는 높은 출연료에 대한 개선, 너무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VFX를 대체할 기술 도입, 글로벌하게 경쟁력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창작자의 발굴 등 지금 시작되고 있는 업계의 노력들이 빠른 시간 안에 효과가 나오길 바랄 뿐이다.
영화계가 큰 변화를 앞두고 있지만 부국제 만은 기본과 소신을 지켜가며 변화 속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도 생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부산국제영화제,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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