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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2' 류승완 감독 "3편의 중요한 스토리 이미 구상중" [인터뷰M]

9년 만에 '베테랑'의 속편인 '베테랑' 2로 돌아온 류승완 감독을 만났다. 영화 '베테랑2'는 나쁜 놈은 끝까지 잡는 베테랑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액션범죄수사극.


1편과 달리 2편에서는 서도철 형사의 성장이 너무나 중요했다는 류승완 감독은 "1편에서 서도철의 아들이 초등학생이었다. 그때 아들이 학교에서 아이들을 때렸다면서 서도철이 아무렇지 않게 '애들 깽값 물어주는 건 참아도 쥐어터지는 건 못 참 난다'라고 했을 때 관객들이 웃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게 잘못된 태도와 생각이라는 걸 안다. 9년의 세월 동안 그런 게 변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서도철의 성장이 되게 중요했다."라며 거의 10년 만에 달라진 국민 정서에 부응하는 작품을 위해 캐릭터의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중요했음을 강조했다.

감독은 "서도철이 구현해야 하는 정의는 세계평화가 아니라 피곤하고 비루하고 짜증 나는 자신의 일상을 지키는 것이었다.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기혼의 가정을 꾸린다는 건 매일이 전투라 할 수 있다"라며 개인의 경험이 묻어나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며 "서도철이라는 형사는 가정사의 희로애락이 일에 영향을 주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사람이다. 영화를 만드는 내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대사는 '아빠가 생각이 짧았다'였다. 그 장면이 이 영화를 특정지워줄 수 있는 가장 핵심 장면이라 생각했다. 사과하고 반성할 줄 아는 어른은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가. 일상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어른에 대한 이야기"라며 영화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이야기했다.

'베테랑'에 출연했던 주연뿐 아니라 조연배우들까지 모두 2편에 출연했다는 것도 이 영화의 재미 중 하나다. 감독은 "서도철의 팀원이 변함없이 등장하고 그 세계 안에 등장했던 주연들이 어떤 식으로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해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뉴스 토론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남녀 패널들은 '베테랑'에서 신진물산 조태오 측의 변호사와 경제자문을 하는 인물들이었다. 이 사람들이 세월이 흘러 이제는 방송 패널로 활동하게 되는 것. 신승환도 1편에선 언론사 기자였다가 뇌물 받아 잘린 뒤 자기의 채널을 꾸리며 뉴스 공급자로 활동하고 있고 정만식도 더 진화한 나쁜 놈으로 등장시킴으로써 이 세계관은 1편과 같은 세계에서 발전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 했다."며 1편의 인물들을 어떻게 활용해 2편에 녹여냈는지를 설명했다.

감독은 "새로움과 시리즈적 친숙함의 조화가 숙제였다. 저 조차 반복, 재생산을 위험하다 생각해서 안 좋아하는 시리즈가 있는데 심지어 9년의 시간을 두고 만들어지는 시리즈는 보폭을 더 넓게 디뎌야 하지 않을까 생각되더라. 새로움과 친숙함의 균형 맞추기가 큰 숙제였다."며 시리즈물을 만드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를 이야기했다.


앞서 1편의 인물들이 2편까지 이어지는 게 친숙함의 요소였다면 2편 만의 새로움의 요소는 '박선우'의 존재일 것. 감독은 "박선우의 조건을 정하지는 않았는데 서도철보다는 젊어야 했다. '시동' 영화 때 정해인을 처음 봤는데 다산 정약용의 자손을 다르구나 싶게 너무 바른 태도를 가진 사람이더라. 어느 한순간도 짝다리를 짚지 않고 두 손을 모으고 해맑게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유지하더라. 너무 깍듯한데 모든 사람들에게 그렇더라. 저 인간 속에 분명 뭔가 있을 거라는, 일명 '맑은 눈의 광인' 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는 말로 정해인을 박선우 역할에 캐스팅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정해인의 흐트러짐이 궁금했다. 영화 준비하면서 만나 술을 마시는데 전혀 흐트러짐이 없더라. 인간인데 화가 날 때가 있지 않냐, 스트레스받으면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 운동한다고 말하며 웃더라. 그 순간 섬뜩하고 무서웠다. 저 속을 알 수 없는 깨끗함과 맑은 상태가 악한 표정을 짓지 않고 눈동자만 움직여도 위기를 느끼게 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런 측면에서 정해인이 큰 역할을 해줬다."며 정해인의 맑은 이미지를 역으로 이용해 빌런으로 내세워 큰 효과를 봤음을 이야기했다.

정해인은 '베테랑 2'에서 반전 캐릭터를 잘 표현할 뿐 아니라 온몸의 관절이 쑤시는 듯한 대리 관절통을 느낄 격한 액션도 소화해 냈다. 매 영화마다 비주얼적으로 멋진 액션신을 만들어 낸 류승완 감독은 "영화 보는 내내 박력을 느끼게 하는 건 장르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중요했다. 영화적 체험을 많이 하게 하고 싶었다. 지금도 1편에서 서도철이 소화전에 찍힐 때의 반응을 잊지 못한다. 당시 극장에서 '우!'하고 단체로 걱정하는 반응이 나왔고 다른 영화제에서는 그 장면에서 박수가 나왔다. 서도철이 아플수록 관객 반응이 좋더라. 이걸 시그니처로 해서 관절 건강에 안 좋을 수 있지만 한번 제대로 보여드리려 했다."며 오프닝 시퀀스에서의 슬랩스틱 액션은 애피타이저처럼, 남산에서의 추격전은 경쾌하고 시원하게, 빗속의 액션은 푹 삭힌 홍어처럼 보여주려 했다며 다채로운 표현으로 설명을 했다.

나름의 치밀한 계산과 전략이었다며 류 감독은 "점점 강도를 높여 액션을 보여줬고 단짠단짠으로 시퀀스를 배치했다. 그리고 수중격투씬은 팀원 개개인이 하나씩 뭔가를 휘두른다. 히어로 영화에서 거대한 악과 싸우기 위해 팀원들이 한 명씩 오는 동선이다."며 서도철의 팀원들이 그저 병풍처럼 배경을 채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제각각 인상적인 액션신을 만들어서 입체적으로 팀워크를 그리려 했음을 알렸다.


류 감독은 "액션 영화 만드는 사람으로서 어려운 점은 관객들이 온라인에서 격투도 많이 보고 실제 싸움도 너무 많이 본다는 것이다. 영화는 현실을 묘사하려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데 정작 진짜를 보게 되면 거부감이 생긴다. 진짜 같은 건 좋은데 진짜는 끔찍하다. 진짜 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적인 만들기가 숙제"라며 2~3분 보이는 액션 장면을 위해 영화 만드는 내내 골머리를 썩는다며 고민을 토로했다.

그러며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뼈가 부서지는 고통을 체험하는 형태가 됐건 쾌감이 있건 내가 모르는 몇 백명의 사람과 함께 숨죽여 응원하고 같이 한숨 돌리고 해소하는 경험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다는 게 저의 목표다. 어떻게 하면 기대치를 충족시키면서 이전에 내가 만들었던 걸 넘어설 수 있을까? 그래서 매번 새로운 길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다."며 액션 영화감독으로 매 작품 고민하는 이유를 밝혔다.

박선우 서사의 아쉬움에 대해 류 감독은 "구체적인 단서가 있는 버전도 있었는데 그걸 없앴다. 1편에 등장했던 아주 중요한 인물과 해치가 연결되는 설정이 있었는데 이건 배우나 관객에게 또렷하게 잡히기보다 혼란스럽길 원해서 뺐다. 실체가 없이 발생하는 공포가 더 두렵지 않은가. 빌런의 정체를 밝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건이 이뤄지고 어떤 형태로 영향받는가가 중요했다. 1편의 조태오는 스스로 저지르는 행동이 악행이라는 생각이 없는 사람이었다. 조태오는 오히려 피해자의 아들에게 어른들의 세상이 이런 거라는 걸 배려해 준 거다. 자기는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딜레마가 없는 인물이 조태오였다면 애치는 딜레마가 있는 인물이다. 그는 혼란을 야기하고 싶은 사람이었다. 우리 영화의 주인공은 해치가 아니라 서도철이기 때문에 빌런이 너무 강력하면 서도철의 의도가 전달되지 않을 것 같더라. 해치가 어떤 짓을 하려고 했던지 서도철이 잡아서 법을 집행하는데 더 집중하길 바랐다."라고 이야기하며 영화를 보고 난 뒤 한줄평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같이 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각자의 해치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며 의도를 설명했다.

칸 영화제에서 상영했던 버전과 달리 영화 후반부에 쿠키 영상을 추가한 이유에 대해 류 감도은 "칸에서의 버전은 독립된 영화로서 보여주고 싶었고 그래서 영화의 제목도 '베테랑 2'가 아닌 별도의 영어 제목으로 소개를 했었다. 그런데 국내 개봉판에서는 이미 관객들이 1편을 보셨고 그 연결성이 있어서 넣게 되었다. 3편의 중요한 스토리 버전은 이미 머릿속에 있다."며 시리즈의 연속성에 대한 가능성을 드러냈다.

류승완 감독이 깊은 고민 끝에 만들어 낸 '베테랑2'는 현재 흥행 꽃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출처 CJ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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