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에이트 쇼' 문정희 "5층으로 6개월간 살아 오지랖 넓어져…스스로 돌아보게 돼"[인터뷰M]

배우 문정희가 6개월간 '더 에이트 쇼'를 촬영하며 얻은 것들을 들려줬다.


문정희는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iMBC연예와 만나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The 8 Show, 극본·연출 한재림)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더 에이트 쇼'는 8명의 인물이 8층으로 나뉜 비밀스런 공간에 갇혀 '시간이 쌓이면 돈을 버는' 달콤하지만 위험한 쇼에 참가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머니게임', '파이게임'으로 글로벌 누적 조회수 3억 뷰를 기록한 배진수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문정희는 극 중 쇼의 피스메이커 '5층'으로 등장한다. 모두가 갈등 없이 잘 지내기를 바라고 참가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화를 중재하며 주변을 항상 챙기지만, 한편으로는 다소 답답한 면모가 있는 인물이다.

이날 문정희는 "5층 캐릭터는 내가 했던 역할 중에 가장 어려웠다. 한재림 감독님이 공을 가장 많이 들인 캐릭터가 5층이라고 하던데 내가 봤을 때 5층은 그렇게 사랑스럽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재림 감독님과 꼭 작업을 해보고 싶었는데 역할 자체가 사랑스럽지가 않은 거다. 나는 그런 사람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겉으로는 착하지만 언제나 발을 뺄 준비를 하고 있지 않나. 그런 모습은 진짜 평화주의자는 아닌데 손쉽게 평화주의자라고 부르고 있다. 그게 내 개인적으로는 비겁했다"고 덧붙였다.


한재림 감독이 구체적으로 어떤 디렉션을 줬냐는 물음에 문정희는 "'현실에 이런 사람이 진짜 있어야 된다'고 강조를 하시더라. 내가 이런 역할은 처음인데 '현실적이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고민이 들었다. 이 부분이 제일 어려웠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비겁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한재림 감독님은 5층 캐릭터를 제일 사랑했던 것 같다. 5층 같은 사람을 주변에서 분명히 볼 수 있다. 겉으로는 친절하고 착한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움직이지 않는다. 나서야 할 때 나서지 않는 거다. 사실 이런 부분들이 내 마음속에 있었는데 이번 5층을 연기하면서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고백했다.

또한 "내용적으로 중심을 잘잡아야하는 아주 현실적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연기적으로 치우치거나 튀면 안 된다고 감독님이 말씀하시더라. 이런 사람한테 동정심이 가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런 사람이 있어야지 작품이 납득된다고 하셨다. 감독님이 부담감을 많이 주시긴 하셨다"라며 "현장에서 내가 조금 강하게 표현하면 감독님이 '덜어주세요', '더 많은 오지랖을 부려주세요'라는 디렉션을 주셨다. 이런 디렉션들이 5층이 갖고 있는 특색이라고 생각했다. 5층은 오지랖이 많지만 조금이라도 피해가 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1층이 죽음으로 갈 때도 감정적으로 동요는 하는데 줄을 풀고 도와주지 않는 인물이다. 이런 부분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문정희는 "이 캐릭터가 힘들었던 만큼 애착이 생겼다. 위층과 아래층이 분리가 되지 않나. 그 중간에서 처음에는 대단히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임하지만 움직이질 않는다. 계단을 뛰어야 했는데도 결국에는 뛰질 않는다. 배변 봉투도 받아야 하는데 5층은 끝까지 안 받는다. 이런 걸 보고 '5층은 정말 현실적인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6개월간 '더 에이트 쇼'를 촬영하며 얻은 건 오지랖이라고. 문정희는 "대전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6개월간 생활을 하며 촬영을 했다. 그러다 보니까 어느덧 5층에 자연스러운 사람이 됐다. 난 원래 목소리가 큰 편인데 5층처럼 목소리가 작아지고 느려지고 나긋나긋해졌다. 동기화가 되더라. 또 자연스럽게 오지랖이 넓어졌다. 원래 오지랖이 넓은 편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고 웃었다.


한편, 총 8부작으로 제작된 '더 에이트 쇼'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전편 시청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