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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남 탓? 아뇨, 걸려 넘어진 제 탓입니다" [인터뷰M]

배우 박민영이 대중의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였다.


박민영의 최근 인생사를 비유하자면, 아슬아슬한 롤러코스터 위에 올라탄 모양새와도 같다. 급등과 급락, 짜릿한 호재와 끔찍한 악재를 동시에 경험한 것. 전 남자 친구와의 복잡한 개인사가 공개되어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았지만, 출연 작품의 흥행으로 인기를 얻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논란은 2022년 9월로 거슬로 올라간다. 재력가 강종현과의 열애가 보도됐고, 박민영은 인정과 동시에 "이미 결별한 사이"라고 밝혔다. 이후 강종현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관계자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았고, 그가 박민영의 계좌도 차명으로 이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강종현은 배임·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며 현재 보석 석방되어 재판을 받고 있다.

박민영은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바를 인정하면서도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거나 이익을 얻은 사실이 없다는 점을 밝혔다. 무지에서 비롯된 계좌 도용이지라지만, 강종현 꼬리표는 지워지지 않았다. 선망하는 연예인에게 완전무결을 요구하는 대중의 잣대에 빗대어 보았을 때 연예인 박민영이 요주의 인물과 깊은 관계였다는 사실은 변치 않기 때문.

그의 행보에 세상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고, 박민영은 주특기로 논란을 타파하고자 결심했다.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 혼신의 힘을 쏟은 것. 제작발표회 등 홍보 일정도 마다하지 않은 그다. 심지어 종영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종영 인터뷰라 하면 으레 흥행 영광의 마침표로 여겨지는 행사다. 작품의 비화, 흥행 소감, 차기 행보와 함께 자화자찬을 늘어놓을 장이 마련되는 자리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어 위험 부담이 동반될 때에는 배우 본인 혹은 소속사 측에서 진행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박민영은 강행했다. 그간 언론의 채찍질에 대한 항변, 개인사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볼멘소리 등을 늘어놓을 수 있는 노릇이었기에 취재진의 눈과 귀는 그의 입에 쏠렸다. 예상과 다르게 박민영은 제 탓을 먼저 하고 사과했다. 그는 "나의 불미스러운 일로 많은 이슈가 됐다. 이렇게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하고,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이 자리를 마련했다. 죄송하고 감사하다. 최대한 즐거운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드라마가 잘 되지 않았다면, 대면으로 기자님들과 만나 인사 나눌 수 없었을 거다. 나에게는 정말 선물과도 같은 기회"라고 말한 박민영. 마냥 화기애애할 수 없는 것을 분명 예상했을 텐데 왜 굳이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느냐는 물음에 그는 "많은 우려에도 강행했던 거 같다. 이런 자리가 난 필요했다. 이게 맞다고 생각했다. 언제까지 뒤에 숨을 수 없는 것 아닌가. 가장 솔직하고 나다운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바닥도 쳐봤지만, 원래 내 모습은 이렇다"고 담담하게 할 말을 했다.


박민영은 "기자들을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하고, 쓴소리도 들으며 좋은 에너지를 많이 얻고 있다. 잘못된 지점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배우 인생을 돌아보면 언론은 나에게 호의적일 때가 많았다. 그게 난 당연하다고 생각을 했었다"며 "이번에 모든 비난과 뾰족한 화살을 맞아보니 '당연한 건 없구나' 싶었다"고 반성했다.

그는 "말이라는 게 정말 무섭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나하나 해명하다 보면 무언가는 또 왜곡되고 잘못 전달된다"며 "내가 뱉은 말은 이게 아닌데,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더라. 정말 딱 사실관계만 답하는 게 '베스트'라고 생각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번번이 건건마다 억울함에 '이건 아니다!'라고 따지는 것보다는 '내 실수는 맞다, 하지만 정말로 나는 한 차례 참고인 조사를 받았고 그 이후에는 없었다'는 것을 솔직하게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다"며 "내가 조금이라도 (법적으로)더 잘못한 게 있었다면, 무언가 조사가 추가적으로 이뤄졌을 거다. 내가 만약 죄책감이 들만한 행동을 했다면 스스로 이 작품을 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간의 따가운 눈총과 살인적인 촬영 부담을 동시에 짊어진 그는 당시의 심경도 털어놨다. 박민영은 "내가 불미스러운 일에 얽혔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랐다. 하지만 원인을 심각하게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정신을 붙들어 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든 밸런스가 깨져 우울증이 왔다"며 "술도 마시고 약도 먹다 보니까 내가 아닌 모습이 많이 나오더라. 마음의 감기라고 하더라. 차라리 걸리면 약을 먹고 해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다. 시청자 여러분들 역시 건강해지시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털어놨다.

이어 "다행히 20년을 성실하게 잘 살려고 노력한 사람이다. 어찌하면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늘 고민하던 사람이었다. 인간 박민영에게는 큰 스크래치가 났지만, 배우 박민영은 많은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라는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냉정하게 박민영이라는 연예인의 상황을 두고 판단하면, 스스로 지은 죄가 아니기에 그저 남 탓을 하며 죽는 시늉 하는 것이 조금 더 유리한 언론 플레이 전술 중 하나였을 수 있다. 연예계 사건사고 중심에 선 인물들 중 억울함만을 토로하고 피력해 연민을 챙겨 이미지를 회복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 하지만 박민영은 자책이 우선이었고, 정면 돌파의 모양새를 택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그게 나인 거 같다. 사실 의사 선생님이 내려주신 솔루션은 '탓을 남에게 돌려 생각할 줄도 알아야 스스로 정신건강에 좋다'더라. 그렇게도 해봤다. 하지만 어찌 바뀌겠나. 그냥 길을 걷다 넘어진 건 온전히 내 탓"이라며 "애써 내 탓으로 돌리는 것도 아니다. 진짜 내 잘못이고 실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인간은 성숙하고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또 다음 한걸음 내딛을 수 있겠더라"고 전했다.

끝으로 박민영은 "이제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조금 더 날 아껴주고 싶다. 일은 충분히 많이 했으니까, 건강이나 행복에 대해 연구를 해보고 싶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일 말이다"라며 "난 어릴 때 데뷔를 해서 그런지 이 사랑이 엄청난 축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배우들이 일반적인, 보통의 행복을 포기하고 산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그런 행복도 추구해보고 싶다"고 염원했다.

한편 박민영은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회귀로 인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있는 주체적인 인물 강지원 역을 맡아, 캐릭터의 변화무쌍한 감정과 상황들을 드라마틱하게 표현해 내며 호평 받았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출처 후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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