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사람들' 스티븐연 "송강호는 나의 영웅, 의미는 감사하지만 비교 반박" [인터뷰M]

2일 오전 한국인 최초로 에미상 작품상과 이정재에 이은 두 번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BEEF)'의 주역 이성진 감독과 스티븐 연의 화상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지난 1월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성난 사람들'은 75회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이성진), 작가상(이성진),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주연상(앨리 웡), 캐스팅상, 의상상, 편집상의 8개 부문에서 수상을 했다.

글로벌 신드롬의 주인공이 된 소감으로 스티븐연은 "너무 감사하다. 이런 이야기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는 자체가 감사하고 이 주제를 표현하는 일부로 쓰일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인류의 유대감을 느낄 수 있다는 부분이 기분이 좋다."라고 밝혔다.

에미상 8관왕 석권이라는 놀라운 기록에 대해 스티븐연은 "이런 걸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그저 이뤄지기를 희망했을 뿐"이라고 말하며 "이 작품에 참여한 모두는 서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깊이 관여했고 모두가 어떤 생각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작품이 처음 공개 됐을 때도 이걸 보고 당신이 어떤 반응을 할지가 아니라 당신이 어떤 사람일지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가 되길 바랐다. 그런 지점에 있어서는 이 작품에 참여한 모두가 엄청난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우리의 이야기에 반응을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이런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게 봐주고 공감해 주고 반응해 준 시청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에미상 시상식에서 매끄러운 수상 소감을 발표했던 스티븐연은 "혹시라도 올 수 있는 영광의 순간을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고 머릿속의 생각을 뒤져 가장 의미 있고 가장 감사하게 여기는 순간을 기억하려고 했다. 그런데 정말 운이 좋게도 내 삶에서 훌륭하고 좋은 사람이 너무 많더라. 내 아내도 그렇고 감독님도 그렇고. 그런데 순간적으로 위에 올라가니 생각이 엉켰다. 그래서 나에게 그 순간이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라며 단상에 오르기 전 어떤 수상소감을 준비했는지, 결국은 어떤 심정으로 수상 소감을 밝혔는지를 고백했다.

작품 속에서 스티븐연은 돈도 없고 미래도 안 보이는 재미교포 수리공 대니를 연기했다. 친척에게 사기를 당해 부모님은 한국으로 귀국해 일을 하고 하나밖에 없는 동생 폴은 게임이나 코인을 하며 인생을 허비하고 있고 부모님을 모셔오기 위해 땅을 사려 하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 때문에 모든 게 쉽지 않은 대니였다.

스티븐연은 "대니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모습의 수치심을 집약한 인물이라 생각했다. 대니는 몹시 무력한 인물로 그 어떤 것에도 통제력을 갖고 있지 않다. 보통 연기를 할 때 나와 캐릭터를 분리해서 연기할 수도 있지만 이번에 연기한 대니는 그렇게 접근하면 안 되는 인물이었다. 제가 대니라는 인물에 녹아들어서 배우인 나 조차도 통제력을 잃어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하는 캐릭터였다. 그래서 이 인물이 너무 이상해 보이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결국 그런 두려움조차도 내려놔야 하는 인물이었다."며 연기하기에 꽤 어려운 캐릭터였음을 설명했다.


그는 "어떤 분이 저에게 '절대로 대니를 포기하지 마'라는 말을 해주더라. 아마도 대니라는 인물을 포기한다는 건 우리 스스로가 자신을 포기하는 것처럼 느껴서 해준 말 같다. 그만큼 진심으로 이 인물을 응원해 주고 지켜봐 주시는 시청자가 계셔서 너무 감사했다. 우리는 궁극적으로 우리의 있는 모습 그대로 이해받고 사랑받고 수용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며 시청자들이 이 작품과 주인공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석했다. 그의 이런 분석과 연기가 있었기에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또한 대니를 통해 이민자로서의 정체성도 생생하게 표현해 낸 스티븐연은 "제가 직접 겪었기 때문에 이민자의 현실은 너무 잘 알고 있다. 이걸 표현하는 데는 이성진 감독, 엘리왕과의 협력이 컸다. 그 외에도 실제로 참고할만한 인물이 주변에 너무 많았다. 그런데 재미있었던 건 각자 경험담을 토로하다 보면 다들 비슷한 경험과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라며 실제 경험했던 에피소드와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작품 속에 많이 녹여냈음을 알렸다.

하지만 단순하게 에피소드만 수집한 것이 아니었다고. 그는 "우리는 개인들의 경험을 최대한 충실하게 담아내되 거기에 인간성을 부여해서 우리의 이야기로 만들어내자는 것이 목표였다. 그래서 자료수집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성난 사람들'의 상황에 맞게 소화를 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였지만 영화 '미나리'에서 편집을 함께 했던 혜리윤의 시각과 이성진 감독의 시각이 합쳐져서 '성난 사람들'만의 이야기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며 제작진의 노력으로 함께 공감 가는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말을 했다.

스티븐연은 2020년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며 한국계 미국인 최초이자 동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또한 2024년 1월 7일(현지시간), 한국계 최초로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로 미국 영화상 골든글로브 TV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어 에미상 남우주연상까지 수상하며 젊은 배우이자 이민 2세대 배우로서 눈부신 성과를 이뤄냈다. 우리나라 송강호 배우가 평생을 배우로 일하며 쌓아 올린 성과에 버금간다 할 수 있을 정도.


이런 칭찬에 스티븐연은 "이성진 감독과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영웅 같은 존재가 바로 송강호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비교라 생각해서 그 말에는 반박하겠다."라고 말하며 "의도는 너무 감사하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제가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동안 내가 해온 일을 되돌아보니 내가 참 멀리 긴 길을 지나왔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이제야 내가 누구인지 조금은 더 알게 된 것 같다. 그 과정을 통해 나 스스로에게 더 친절한 사람이 되어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것 같다. 제 안에 아직도 있는 강렬한 감정에 그저 감사할 따름. 제가 지나온 이 모든 과정과 제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결국에는 말이 되는구나 싶어 감사하다."라며 자신을 돌아봤다.

스티븐연은 "이 작품을 통해 전 세계 많은 국가, 그중에 한국과 이렇게 깊이 연결될 수 있어서 너무 기쁘고 멋진 일 같다. 그게 이 작품을 한 보람이기도 하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성난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도급업자와 삶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업가 두 사람 사이에서 난폭 운전 사건이 벌어지면서 내면의 어두운 분노를 자극하는 갈등이 촉발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지금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