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男 유선호, 미움받을 용기 낸 '열녀박씨' [인터뷰M]

'프로듀스101' 부터 '열녀박씨 계약결혼뎐'까지. 유선호가 지나온 길엔 굴곡이 적지 않았다. 이제는 당당히 배우로 안착한 그에게 연기는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다.


최근 유선호는 iMBC연예와 서울 성동구 큐브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MBC 금토드라마 '열녀박씨 계약결혼뎐'(극본 고남정·연출 박상훈·기획 장재훈, 김성욱, 이하 '열녀박씨')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열녀박씨'는 죽음을 뛰어넘어 2023년 대한민국에 당도한 19세기 욕망 유교걸 박연우(이세영)와 21세기 무감정끝판왕 강태하(배인혁)의 금쪽같은 계약결혼 스토리를 그린 드라마다. 동명의 웹소설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작가 김너울)'을 원작으로 한 작품.

유선호는 강태하(배인혁)의 이복 동생이자 세상에서 노는 게 제일 좋은, 한량 재벌 3세 강태민 역을 맡았다. 극 초반 전형적인 '재벌 망나니' 같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미움을 사기도 했지만, 안타까운 가정사가 공개되며 연민을 불렀던 인물.

"처음 시작했을 때 목표는, 시청자들에게 미움을 받으면 성공하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웃었다. 유선호는 "굳이 정리하자면 미움을 받는 도전이라고 할까. 미움받고 싶었다. 성장도 하지만, 그 누구보다 질타를 받을 거라 생각했었다"며 "어떤 미움이 와도, 미움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초반에는 좀 미움을 받은 것 같다. 나중엔 아껴주시고 좋아해 주셔서 너무 다행이었지만. 사랑이 있었다면 누구보다 따뜻한 아이였을 거라 생각한다"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뽐냈다.


최종회 시청률은 9.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던 만큼, 10%가 아쉽지 않았냐는 물음에 "요즘 같은 시기에 너무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기대했던 것 이상이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대중들에게 두 얼굴로 기억되는 유선호. '프로듀스 101' 시즌2로 이름을 알린 아이돌과 떠오르는 신예 배우 두 가지다. 이제는 어엿한 배우로서의 길을 차근차근 밟아나가고 있는 그다. 지난 2017년 웹드라마 '악동탐정스'를 시작으로 첫 지상파 드라마 '복수가 돌아왔다'와 '거북이 채널', '언더커버', '우수무당 가두심', '슈룹'과 '열녀박씨'까지 두루 출연했다. 지난해엔 영화 '사채소년'으로 스크린에도 모습을 비췄다.

'슈룹'으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유선호가 '열녀박씨'에서 보여준 모습은 정반대. 재벌다운 화려한 헤어와 패션을 소화해야 했다. 인터뷰 내내 수수함을 강조하며 "난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유선호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연기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이 길을 가고 있어요. 물론 너무 어렵고 고통스럽기도 하죠. 그래도 재밌는 게 더 커요. 캐릭터의 마음을 최대한 이해하고, 그 캐릭터가 되서 표현하는 걸 어떻게 하면 잘할까 고민해요."


자신과는 정반대의 싱크로율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재벌3세 클리셰 드라마로 잘 알려진 '상속자들'까지 참고했단다. 쉽지 않은 역할이었고, 연기였다.

"'열녀박씨'는 제가 하고 싶다고 어필했었던 작품이예요. 그간 도전적인 작품을 많이 했었는데, 정체성에 혼란이 오는 캐릭터(슈룹)도 했었고, 장애를 가진 캐릭터(거북이 채널)도 했었고, 악령에 씌인 역할(우수무당 가두심)도 했었어요. 태민이도 제겐 도전이었고요."

도전과 스릴을 좋아한다는 유선호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누구보다 강함을 강조했다. "요즘은 '이런 열정적인 모습이 나한테도 있네?'라고 생각이 들곤 한다. 내 성격을 점점 알게 되고, 나는 열정이 이만큼 있고 꾸준한 사람이구나 느낀다. 또 남들보다 감수성이 풍부해 표현도 잘한다. 어떤 일이 닥쳤을 때 눈물은 잘 안 나는데, 드라마를 보고 노래를 들을 때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며 웃었다.


고민의 순간으로 빚어진 결과. 유선호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다. 언제 어디서 우울이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현재까진 너무 다행히 크게 힘들다고 느낀 건 없다"면서도 "2020년에 고민이 많았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건 뭘까 싶었다. '언더커버'와 '거북이 채널'을 하고 나니 내 고민들이 확실히 해결되더라. 그게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때 '연기를 더 하고 싶다' 느낀 것"이라고 회상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로는 '전쟁 장르'의 작품을 꼽았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너무 재밌게 봤다. 운동이 취미라 스포츠물도 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배우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도 있을까. 유선호는 아직도 길을 찾는 중. "그냥 잘하고 싶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그 캐릭터를 잘 받아들여서 대변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유선호의 열정 넘치는 연기가 빛났던 '열녀박씨'는 지난 6일 12회를 끝으로 종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