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BC 연예

'코미디 로얄' 권해봄 PD "이경규, 긴장하게 하는 출연자이자 발전하게 하는 선배" [인터뷰M]

지난 11월 28일 넷플릭스를 통해 ‘코미디 로얄’이 공개된 이후 SNS를 통한 시청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12월 초 대한민국 TOP 시리즈 1위에 등극하며 현재까지도 TOP10안에 인기를 끌고 있다. 동 시기에 공개되었지만 지상파의 코미디는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해 놀라운 반응이다. 과연 ‘코미디 로얄’은 뭐가 달랐던 걸까?


'코미디 로얄'을 웃기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이, 업의 자존심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이라고 정의한 권해봄 PD는 "코미디를 사랑하는 코미디언들의 리얼한 모습과, 코미디와 더불어 각자의 코미디에 대한 평가 같은 것을 낱낱이 담고자 했다. 때문에 재미가 없었던 코미디는 재미가 없는 그대로 내고 그에 대한 코미디언들의 감정과 평가까지 고스란히 담았다."라며 '선수들'이 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만들고 편집하며 어떤 기준을 가지려 했는지를 밝혔다.

그는 "기본적으로 소재나 수위, 표현 방식 등은 방송보다는 조금 더 높게 잡았다. 넷플릭스에서 일반 방송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코미디를 좀 더 시도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한 자극과 경쟁 구도에 집중하기보다는 코미디를 사랑하는 코미디언들의 리얼한 모습을 담고자 했다."며 글로벌 OTT이기에 편집이나 보이는 코미디의 수위를 어떻게 조정했는지를 설명했다.

그러며 "선수들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고, 웃기기에 실패할 때도 있다. 마치 메시도 때로 헛발질하는 것처럼 이들이 웃기는 사람들이기 우스운 사람이 아니며 더 웃긴 결과물을 내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창작자라는 점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제작하며 신경 쓴 부분을 이야기했다.

코미디는 그 시대, 사회, 문화를 가장 예민하게 반영하는 장르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코미디를 글로벌 OTT에 공개하는 것에 대해, 특히나 언어적 특성이 있는 우리나라의 코미디를 소개하는 것에 대해 걱정이 많았을 것 같았다. 권해봄 PD는 "자막을 최소화하는데 주안점을 뒀다. 번역이나 자막은 전적으로 넷플릭스를 믿었다."며 언어의 차이에 대한 우려에 답을 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을 꼼꼼히 살펴보았다는 그는 "해외 반응들도 IMDB 같은 해외 평점 사이트들을 통해서 살펴보았는데, 우리나라의 평가와 비슷한 지점이 흥미롭더라. 코미디언들의 에너지가 역동적이었다는 평과, 실패한 코미디에 대해 낱낱이 보여주고 평가하는 것이 신선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영어로 ‘Dr.Hong’나 ‘King Smith’등 캐릭터를 언급해 가며 리뷰하는 것이 아주 신기했다."라며 해외 시청자들의 반응 중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언급했다.

권해봄 PD는 MBC에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라는 실험적인 포맷의 프로그램을 만들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카카오TV에서 이경규와 함께 '찐경규'라는 프로그램도 만들며 TV용 프로그램과 디지털 프로그램의 제작을 두루 경험했다. "디지털용 콘텐츠는 TV용 프로그램에 비해 더 호흡이 빨라야 하고 몰입이 강해야 한다. 디지털에서는 재미없다고 느껴지면 그 콘텐츠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성향이 있다. 디지털용 코미디는 보통 명확한 타깃이 있어서 좋아하면 구독하고 그렇지 않으면 시청하지 않는다. 하지만 TV용은 더 넓은 시청자층을 가지기에 제작하는 입장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덜 불편하도록 코미디를 구성해야 한다. 그게 때로는 코미디에 독이 되기도 한다."라며 디지털용 코미디와 TV용 코미디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이번에 '코미디 로얄'에도 '찐경규'를 함께 했던 이경규를 캐스팅한 것에 대해 권해봄 PD는 "인간적으로도 너무 사랑하는 연기자. 하지만 페르소나라고 부르기엔 버겁다"라고 밝히며 "'찐경규'를 하면서도 항상 같이 아이템을 내고 회의하고 토론을 하시는 분이다. 어떤 아이템 하나도 시원하게 가지 않고 끝까지 토론하며 만드는 분이시라 만들면서 괴로운 지점도 있지만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출연자의 몰입도가 더해지고 프로그램이나 코너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간다. 그런 점에서 이경규는 저를 항상 긴장하게 하는 출연자이자 발전하게 하는 선배"라며 이경규를 이야기했다.


'코미디 로얄'에서 이경규가 정영준 팀의 무대를 보며 언성을 올리며 호통치는 모습이 보인다. "이런 건 안돼"라고 후배들의 개그를 나무라는 모습이었다. 이경규의 호통 이후 넋 놓고 보고 있던 시청자들도 각성을 해 '우리가 코미디를 보며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허용하는 코미디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만큼 이경규의 호통 내용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 장면에 대해 권해봄 PD는 "이경규가 가지는 소신과 통찰이 있다. 가끔 이것이 연출자와 부딪치는 지점도 있다."라며 이경규의 성향을 먼저 이야기하며 "현장에서는 정말 아찔했다. 하지만 그의 통찰은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이번에도 결국 코미디 무대 외에도 굵직한 서사를 만들어냈고, 그것이 단순한 코미디를 넘어서 '코미디 로얄'만이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의 새로운 색깔이 되었다"며 정리를 했다.

'재미있네 없네'로만 '코미디 로얄'을 평가할 순 없을 것 같다. 코미디만 담아낸 프로그램이 아니기 때문. 코미디의 현실을 놓고 코미디계에 발 담그고 있는 선후배들이 모두 모여 냉철한 자기 평가를 했던 '코미디 로얄' 이기에 오히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앞으로의 코미디를 기대하게 한다. 반성할 수 있는 공개적인 기회를 얻었으니 되려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앞서간 행보라 할 수 있겠다.

대한민국의 판도를 뒤엎을 K-코미디 대표 20인이 자신의 이름을 건 단독 쇼 론칭을 위해 펼치는 치열한 대결을 담으며 공개 이후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웃음 배틀 예능 '코미디 로얄'은 오직 넷플릭스에서 절찬 스트리밍 중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 이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를 받는바, 무단 전재 복제, 배포 및 이용(AI학습 포함)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