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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극장 단짝' 일생 바꾼 교통사고…목표는 '행복한 목동'

'동물극장 단짝'에 말 삼촌이 출격한다.


"부모-자식 간에는 애증이 있잖아요.
저는 한 발짝 떨어져서 같이 성장하는 수평적 관계가 좋거든요.
그래서 '말 삼촌'입니다"

새벽안개가 자욱한 경기도 포천시의 한 농장. 하루를 일찍 시작한 '말 삼촌' 송대근(45) 씨가 바삐 움직인다. 넓은 운동장에 잘 발효된 건초로 아침밥을 차리고 나면 30여 마리의 말들을 부를 차례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대근 씨와 함께 위풍당당 마구간으로 향하는 녀석들이 있으니... 바로 조력견(犬) 말똥(웰시코기․7살)이와 개똥(웰시코기 믹스․6살) 모녀. 마방의 문이 열리자마자 우르르 나오는 말들을 식당으로 무사히 안내하는 게 임무다.

그런데 식당으로 입장하는 말들이 하나같이 앙증맞다? 알고 보니 일반 말보다 크기가 5분의 1정도로 작은 '아메리칸 미니어처 호스'라고. 사회성이 높아 친한 말들끼리 모여 밥을 먹는다는 녀석들. 평화로운 풍경을 지켜보던 개똥이의 날카로운 레이더망에 몰래 사료를 훔쳐먹는 말이 포착됐다!

"말과 반려견을 돌보며 살다 보니 어느 순간 제가 돌봄을 받고 있더라고요. 저의 결핍을 채워주는 존재죠"

대근 씨가 처음부터 동물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10년 전 폭우가 내리던 날, 차가 폐차될 정도의 큰 교통사고를 겪었던 대근 씨는 진짜로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길로 떠난 세계여행 도중 노르웨이의 한 마을에서 '아메리칸 미니어처 호스'를 처음 봤고, 말과 함께 보내는 시간 동안 해묵은 결핍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단다. 사실 대근 씨의 유년 시절은 순탄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부모의 이혼을 겪었고, 고등학생 때까지 청소년기를 절에서 지내며 가족의 평범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마음속에 굳게 박혀 있던 결핍을 우연히 만난 작은 말이 어루만져 줄 줄이야...

이러한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대근 씨는 우여곡절 끝에 미국에서 작은 말들을 들여와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다. 어린이들이 작은 말을 만나 교감을 나누며 정서적으로 안정되는 경험을 하길 바라서다. 그렇게 데려온 첫 말이 올해로 30살이 된 '미시' 할머니다. 미시를 국내 최장수 마로 키우기 위해 독방 제공은 물론, 매일 저녁 원적외선 치료기까지 틀어준다고.

미시 말고도 대근 씨네 말들은 대부분 사연이 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버림받거나 학대를 받은 녀석들이다. 가장 마음이 쓰이는 녀석은 5년 전, 폐업한 농장에서 데려온 봄이. 선천적인 장애로 굽어진 뒷다리 때문에 스스로 걷지도 못했던 녀석을 어미인 신디와 함께 입양했단다. 대근 씨의 정성과 신디의 보살핌 덕분에 지금은 달리기도 가능할 정도로 건강해졌다.

하루 일과를 마친 후, 말똥․개똥이와 집으로 향하는 대근 씨. 편한 옷으로 갈아입자마자 대근 씨의 눈이 장난기로 가득하다. 잽싸게 2층 화장실로 숨는 대근 씨와 오로지 후각으로 대근 씨를 찾아야 하는 말똥 모녀. 숨 막히는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말들과 자급자족하며 소박하게 사는 목동이 되고 싶어요.
말똥아, 개똥아! 삼촌 목동 되면 따라다닐 거지?"


말들이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을 맞아 대근 씨가 제주도로 휴가를 떠난다. 미시 할머니와 신디, 봄이 모녀, 그리고 우울증을 겪고 있는 하양이와 젠틀맨 고셔와 함께다. 물론 말똥, 개똥이도 빠지면 섭하다. 이동시간만 무려 13시간이 넘는 장거리 여행이지만 반려동물들에게 안성맞춤인 안식처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데...

도착하자마자 쉴 새 없이 풀을 베고, 돌담을 쌓아야 하는 고된 일정. 하지만 말과 반려견들을 자연에서 무해하게 키우고 싶다는 소망 하나로 무려 4년 동안 땅을 가꾸는 중이란다. 아무리 힘들어도 말들이 풀 뜯는 소리만 들으면 에너지가 충전된다는 대근 씨. 그의 꿈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목동이 되는 것이다.

말들과 함께 한가로이 살고 싶은 대근 씨와 든든한 말똥 모녀의 가을 이야기는 10월 14일 토요일 저녁 8시 5분 '동물극장 단짝'에서 만나볼 수 있다.

iMBC연예 유정민 |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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