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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왕' 연상호 감독 "폭력에 관한 근원적 질문 던지는 작품" [인터뷰M]

연쇄 살인사건 현장에 남겨진 20년 전 친구의 메시지로부터 폭력의 기억을 꺼내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돼지의 왕'. 이 드라마의 원작인 동명의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만든 연상호 감독을 만났다.


2011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은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으로는 최초로 2012년 칸 국제영화제에 초대되며 해외에서도 호평받은 바 있으며 학교 폭력을 다루는 내용으로 인해 당시에도 상당히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연상호 감독은 "제 작품을 제작한 적 있는 제작사이기에 자연스럽게 '돼지의 왕' 이야기가 나왔다. 탁재영 작가와 원래 잘 알던 사이였고 그래서 한번 써보자해서 1,2회차 대본을 써봤고, 그 대본을 보고 제작사에서 드라마화 하고 싶다는 결정을 했다"며 이 작품이 드라마로 제작되어 OTT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 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했다.

탁재영 작가와 1,2부 대본을 함께 썼다고 했지만 연상호 감독은 "방송으로 보여진 2부는 그때의 대본과 똑같지 않다. 제작사에 초고를 전달한 이후에 전혀 대본에 관여하지 않았고, 거의 최근에서야 10화까지의 대본을 봤다."라며 드라마 '돼지의 왕'은 거의 전적으로 탁재영 작가의 창작으로 만들어졌음을 밝혔다.

연상호 감독은 "제 원작은 단편 영화였기 때문에 드라마로 가기엔 내용이 많이 부족했다. 탁재영 작가와 스릴러적인 구성으로 가자는 이야기를 같이 했었고, 그렇게 되면 충분히 드라마적인 분량이 나올거라 생각했다."며 드라마로 탄생한 '돼지의 왕' 대본에 스릴러의 방향성만 제시했음을 이야기 했다.

그러며 "원작의 메시지와 크게 다르지 않더라. 원작이 갖고 있는 계급사회 속에서의 감정이나 현장을 잘 담으셨더라. 탁재영 작가가 스릴러 구성을 재미있게 만들었더라. 원작에서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이 중심이라면 드라마는 연쇄살인, 수사극이라는 장르가 결합된 형태다. 그래서 원작과 다른 색다른 재미를 느낄수 있다. 애니메이션이었을 때와 달리 생생한 배우들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원작과 다른 차별성이고 관전 포인트"라며 드라마화 된 '돼지의 왕'의 매력을 꼽았다.

공개된 에피소드를 봤는지, 실사화된 작품을 소감은 어떠냐고 물으니 그는 "김동욱의 연기가 너무 좋더라. 처단자로 카타르시스를 전달하는 것 외에도 행동이 가지는 죄의식까지 느낄수 있게 사려깊은 연기를 하더라. 김성규는 연기만으로도 영화를 보는 느낌이 늘었다. 시네마적인 표현을 해 내는 배우였다. 두 배우가 캐스팅 됐을때부터 좋은 캐스팅이라 생각했고 아주 기뻤는데 연기가 대단했다"며 배우들의 연기를 칭찬했다.

원작에는 없었던 강진아(채정안 분) 캐릭터에 대해서는 "여자 형사가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탁재영 작가에게 여자 형사의 등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했었다"라며 드라마 기획 당시에 함께 아이디어를 내 만들어 낸 것임을 밝혔다.

원작과 드라마 모두 학교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연상호 감독은 "원작을 극장에서 상영할 당시에도 학교 폭력을 했던 가해자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많이 들었다. 드라마를 구상할때 탁재영 작가에게 그때 들었던 질문들을 많이 이야기 해줬다. 원작이 나온 10년이 지나기도 했고, 그때 들었던 관객들의 질문을 많이 녹여내여 답하려 했다"라며 원작이 던진 궁금증에 살을 보태어 만든 드라마임을 알렸다.

얼핏 보면 학교 폭력을 재탕한거 아니냐고 생각할수 있지만 연상호 감독은 "단순히 학폭만 다루는 게 아니다. 폭력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라며 작품이 이야기하는 화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왜 세상이 강자와 약자로 나눠지고, 폭력으로 다스리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다."라며 학교 폭력은 그 주제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탁재영 작가는 드라마 '돼지의 왕'이 후반부로 갈수록 복수의 딜레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고 예고했다. 연상호 감독은 "처음에 주인공이 겨눈 칼날은 가해자를 향했지만 뒤로 갈수록 이들의 칼날은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피해자와 가해자라는게 실타래 처럼 영켜 있어서 뭐가 진짜인지 알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는다. 정당성이라는 것과 전혀 다른 결말과 진행이 이어질 것"이라며 드라마의 향후 방향성을 알렸다.

이 작품을 통해 연상호 감독은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었을까? 그는 "대부분 가해자들이 스스로를 가해자라고 생각 못하더라. 다들 '장난이었다. 어릴때 다 그러지 않나'라는 식이다. 혹시나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이 작품을 보신다면 나의 장난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는다는 걸 느끼시길 바란다. 한번쯤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라며 작품에 담은 의도를 밝혔다.

얼마 전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을 선보였고, 지금은 '돼지의 왕'을 하고 있고 곧 '괴이'라는 드라마까지 선보일 연상호 감독이다.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고정 관념을 갖지 말자, 창작 노동자로 삶을 살자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래서 맡은 바 성실하게 작업하고 있다"며 열심히 감독과 작가를 병행하며 활동하고 있는 이유를 밝혔다. 요즘은 혐오라는 이데올로기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혐오로서 모이게되는 이데올로기의 형성 과정에 관심이 있고, 이게 작품으로 반영이 될 거다. 시간이 될때마다 뭘 쓰고 있다"며 차기작도 기대하게 했다.

연상호 감독은 넷플릭스 영화 '정이'의 촬영을 끝내고 후반작업 중이라며 근황을 밝혔다.

'돼지의 왕'은 연쇄 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진 20 년 전 친구의 메시지를 통해 베일에 가려진 과거의 기억을 조명하며 작품을 관통하는 학교에서 형성되는 계급과 갈등, 이로 인해 변모하는 인물들의 삶을 통해 우리 사회에 강렬한 울림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현재 티빙에서 매주 2회차씩 공개 중이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제공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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