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수) 방송된 SBS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에서는 미술사학자 양정무가 수요일 코너 '무식탈출-미술'에서 만원권 지폐 속 그림을 소개했다.
이날 DJ 김영철이 "돈다발 줍는 꿈을 꿔서 해몽 찾아보니까 길몽이라고 한다. 교수님도 기분 좋은 꿈을 꾼 적 있냐?"라는 한 청취자의 질문을 소개하자 양정무가 "저도 예지몽은 가끔 꾸는데 돼지가 저에게 막 달려오는 그런 꿈을 꾸고 싶다. 돼지꿈을 꾼 적이 없다"라고 답해 웃음이 터졌다.
이어 양정무는 지난주에 이어 '지폐 속 그림'이라는 주제로 만원권 지폐에 그려진 '일월오봉도'를 소개했다.
양정무는 "1973년 만원권 지폐가 처음 발행되었는데 2009년에 5만원권이 발행되기 전까지 무려 36년 동안 대한민국 최고의 화폐였다. 현재 디자인은 2007년 1월부터 사용되었다"라고 말하고 만원권 지폐 속 그림에 대해 "앞면에는 세종대왕의 초상화가 있고 옆에 '용비어천가'도 살짝 보이지만 '일월오봉도'가 딱 자리하고 있다. 뒷면을 보면 천문을 연구하는 기구인 혼천의가 있고 그 배경에 '천상열차분야지도' 그리고 보현산 천문대 망원경까지 들어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해와 달 그리고 다섯 봉우리를 그린 '일월오봉도'는 원래 왕이 앉은 용상 뒤에 자리했는데 만원권에도 세종대왕의 얼굴을 용안이라고 본다면 용안 옆에 멋지게 펼져져 있다"라며 양정무는 '일월오봉도'에 대해 "해와 달과 다섯 봉우리를 한 화폭에 그린 궁중회화의 작품을 가리키는 말이다. 경복궁 근정전에 가봐도 왕이 앉는 용상 뒤에 '일월오봉도'가 자리하고 있다. 왕이 앉으면 왼편에는 붉은 해가, 오른편에는 흰 달이 떠있고 가운데 봉우리를 중심으로 데칼코마니처럼 대칭을 이루고 있다. 엄격하게 도식화된 형식적 틀을 맞춰서 그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영철이 "해, 달, 봉우리가 따로 상징하는 게 있냐?"라고 묻자 양정무는 "'일월오봉도'는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우리만의 독특한 회화 양식인데 해와 달은 각각 양과 음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해는 아버지처럼 굳세고 일관되게 나가는 것을 의미하고 달은 어머니처럼 자애롭고 모든 것을 포용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다섯 봉우리에 대한 해석은 다양한데 보통은 인간이 갖춰야할 다섯 가지 덕목 인, 예, 신, 지, 의를 뜻한다고 볼 수 있다. 조선 건국의 이념과 이상을 그림 안에 녹여낸 모습으로 볼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이어 양정무는 "'일월오봉도'는 오로지 왕을 위한, 왕을 상징하는 그림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하고 "만약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왕의 뒷편에 이 그림이 없다면 고증을 잘못한 거라고 볼 수 있을 만큼 왕을 상징하는 그림이다. 왕이 세상을 떠나면 그림을 떼어 같이 묻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라고 덧붙였다.
"이건 누가 그린 거냐? 화가를 알 수 있냐?"라는 김영철의 질문에 양정무는 "궁중회화라 조선시대 왕실에 속해서 일했던 도화서 화원들이 그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화가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는 없다"라고 답하고 "지금 보고 있는 이 작품은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소장하고 있는 작품으로 2011년에 열린 '조선화원대전' 전시를 통해 공개되었다. 8폭짜리 병풍이고 '일월오악도 8곡병'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200년 전에 제작된 작품으로 완성도도 매우 높다"라고 설명했다.
'김영철의 파워FM'은 매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SBS 파워FM에서 방송되며, PC 및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SBS 고릴라'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