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 폐지 청원+불매 조짐 '사면초가' [종합]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설강화'가 방송 2회 만에 사면초가에 빠졌다. '설강화'의 방송 중지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하루 만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드라마 설강화 방영중지 청원'은 20일 오전 10시 기준 약 25만 명 이상의 서명자가 모였다. 정부의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훌쩍 어섰다.

해당 청원인은 "'설강화'는 방송 전 공개된 시놉시스에서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내용으로 큰 논란이 된 바 있다"며 "당시 제작진은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주장했다. 그러나 1화가 방송된 현재 여주인공은 간첩인 남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화운동 당시 근거 없이 간첩으로 몰려 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피해자들이 존재한다.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 저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청원인은 "안기부 캐릭터가 간첩인 남자주인공을 쫓을 때 '솔아 푸르른 솔아'가 나왔다. 이 노래는 민주화운동 당시 사용된 노래다. 그런 노래를 1980년대 안기부를 연기한 사람과 간첩을 연기하는 사람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당 드라마는 OTT 서비스를 통해 세계 각 국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다수의 외국인에게 민주화운동에 대한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기에 더욱 방송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임수호(정해인)와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은영로(지수)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나 '설강화'는 지난 3월 시놉시스 일부가 유출되며 방송 전부터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극 중 남파 간첩이 운동권 학생으로 위장했다는 설정으로 인해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JTBC는 '사실무근'이라며 설정의 일부를 공개하며 역사 왜곡 논란 진화에 나섰다. 연출을 맡은 조현탁 PD 역시 제작발표회를 통해서도 재차 입장을 밝혔다. 조 PD는 "('설강화'는) 1987년 배경을 하고 있지만, 당시 군부정권과 대선정국이라는 상황 이외에 모든 인물과 설정과 기간이 가상의 창작물"이라며 "청춘 남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에 (서사가) 포커싱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설강화'는 첫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추측이 사실로 드러나며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재독교포 출신 대학원생 임수호의 정체는 남파 간첩임이 밝혀졌고, 안기부 요원의 총에 맞아 호수여대에 잠입해 은영로의 보호를 받았다.

현재 JTBC는 '설강화' 공식 홈페이지의 '시청 소감' 코너의 게시글을 전부 비공개 처리한 상태. 작성자와 제작진만 열람 가능한 게시물로 표시되고 있다. '설강화' 클립을 다시 볼 수 있는 네이버 TALK 역시 비공개로 전환됐다. 네이버 TALK은 "출연자 분들을 욕설 및 비방 등에서 보호하고자 방송국과 협의 하에 이뤄졌다"고 안내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설강화'의 협찬사 리스트도 공유되고 있다. 이를 본 시청자들이 해당 협찬사 제품의 불매 운동 조짐을 보이자 일부 업체는 부랴부랴 협찬 및 제작지원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협찬사 중 하나인 떡 브랜드 '싸리재마을' 측은 19일 공식 홈페이지에 "드라마 내용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역사왜곡이 될 수도 있는 드라마 제작에 제품을 협찬한 점 정말 죄송하다"며 "협찬 철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능성 차 브랜드 티젠 측 역시 공식 SNS를 통해 "해당 이슈에 대해 통감하며 해당 시간대 광고를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티젠은 관련 드라마 제작과 일절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설강화'가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의 폐지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앞서 3월 당시 '조선구마사'는 중국식 한복, 월병 등을 소품으로 활용해 역사왜곡 논란을 빚었고, 방송 2회 만에 폐지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