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예능계도 코로나의 영향을 피할수 없었다. 원래도 해마다 많은 프로그램들이 생겼다 없어졌지만 올해는 유독 예능 프로그램들의 주기가 짧게 빨리 바뀌었다. #랜선, #집콕, #위기는_기회라는 키워드가 올해들어 가장 많이 거론되었던 예능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이 키워드에 맞춰 올해의 예능계를 돌아보자.
① 집콕
집콕하는 생활이 늘어나면서 시청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에도 올해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여행 프로그램에도 큰 변화가 왔다. 꽤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았던 '짠내투어'와 '배틀 트립'은 해외여행에서 국내여행으로 변경하기도 했었지만 결국은 종영했고, 외국인의 한국 여행을 다뤘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아예 국내에 사는 외국인의 삶을 보여주는 것으로 포맷을 바꿨다.
해외 여행이나 해외 로케이션, 외국인의 출연 등은 정말 올 여름 이후로 꿈도 못 꿀 일이 되어 버렸다. '삼시세끼'나 '여름방학' 같은 '힐링' '슬로우 라이프'를 내세운 국내 여행 프로그램도 있기는 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대신에 '차박' '캠핑' 등 대중 트랜드에 맞춘 '바퀴달린 집'이 큰 인기를 끌었으며 완벽하게 외부와 격리되어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한 바다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요트원정대' '바닷길 선발대' 등의 프로그램이 줄이어 나오기도 했다.
야외 제작물에 지장이 생기자 먹방이나 맛집 관련 프로그램에도 변화가 있었다. '편스토랑' 같이 레스토랑에서 먹음직할 법한 맛있는 음식을 어떻게 집에서 해 먹을수 있는지도 보여줄 뿐 아니라 그렇게 화제가 된 음식을 집앞 편의점에서 사먹을 수 있게 연결시키며 올 한해 '달고나 커피' '곶감 잼' 등을 유행시켰다.
재택근무가 많아진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집'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그에 맞춰 공간 정리를 통해 리프레쉬를 하는 '신박한 정리'같은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었으며 근무 형태의 다양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구해줘 홈즈'에 이어 올해에는 '나의 판타집', '서울엔 우리집이 없다', '땅만빌리지' 등의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다들 집에서 뭘 하고 지낼까 하는 호기심에 '온앤 오프'처럼 스타의 일상 생활을 들여다보는 프로그램도 꾸준히 화제가 되고 있다.
② 온택트
방청객의 모습이 사라진 한 해다.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모든 방송에서 방청객들은 사라졌고, 그들의 빈 자리는 화면으로 채워졌다. 음악 방송들은 기본적으로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콘서트의 경우 랜선으로 시청자들을 연결해서 온라인에서 한 자리에 모였다. 대표적인 온택트 음악 공연 방송인 'KBS 2020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의 경우 무려 시청률 29%를 기록하며 더 이상 화면으로 보이는 시청자들이 어색하지 않게 만들었다.
온택트로 진행된 장르는 음악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요리 방송도 실시간 화상 진행으로 참여와 공감, 재미까지 사로잡았다. '백파더-요리를 멈추지 마', '집쿡 라이브'가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③ 위기는 기회
올 한해 정말 많이 들은 이야기가 또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다. 아직도 안심할수 없는 불안한 일상과 그래서 위기는 계속되고 있지만 이런 위기의 상황을 기회로 뒤집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예능계에서 코미디가 위기를 기회로 바꾼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시청률 저하와 공개 방송의 불가능한 상황 등이 종합되어 대표적인 코미디 프로그램인 '개그 콘서트'가 폐지되었다.
하지만 코미디언들은 유튜브로 진출하거나 엉뚱하게 리얼리티에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1호가 될수 없어'가 대표적이다. 젊은 코미디언 부부 뿐 아니라 잊혀졌던 탑골 개그맨 부부들까지 소환되며 매주 화제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예전보다 예능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하는데 제약이 많아진 요즘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무리수를 던지는 프로그램도 많아졌다.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 '우리 이혼했어요' 같이 지나치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파로 내 보내는 일도 생겼고 '하트시그널3' 같이 방송 전부터 논란이 있었던 출연자들과 끝내 방송을 감행해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를 바닥으로 끌고 간 경우도 있었다.
④ 부캐의 대중화
'본캐' '부캐'가 대중에게 익숙해진 한 해다. 유재석이 쏘아올린 '부캐'의 키워드는 이제 연예계에서는 자연스러운 설정이 되었다. 작년 겨울 유재석이 부캐 유산슬로 트로트 음반을 발표하며 부캐의 활동을 시작했던 게 올해는 유재석 스스로도 '지미유' '유드래곤'까지 확장시켰다. 뿐만 아니라 이효리도 '린다G' '천옥', 비도 '비룡', 엄정화도 '만옥' 등의 부캐로 뜨거운 활동을 했다. '부캐'가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국한된 소재는 아니다. 개그우먼 김신영도 '둘째이모 김다비'로, 신봉선은 '캡사이신', 허경환과 이상훈도 '억지&조지'라는 부캐로 이슈몰이를 했었다. 또한 '나 혼자 산다'에서도 박나래는 '조지나', 한혜진은 '사만다', 화사는 '마리아'로 '여은파' 활동을 했다. 뻔하거나 지루할 수 있는 인물이 '부캐'를 가짐으로써 한층 입체적이고 새로운 이야기거리가 생겨났다. '부캐' 설정이야말로 올해의 가장 신박한 창조 예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