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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터뷰] '꼰대인턴' 박해진, 과감히 벗어던진 '박해진'이라는 허물

배우 박해진이 '꼰대인턴'을 통해 스스로의 상한선을 넘었다.


박해진은 지난 5월 20부터 7월 1일까지 화제성을 장악한 MBC 수목드라마 '꼰대인턴'(극본 신소라·연출 남성우)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다시금 증명했다. '꼰대인턴'은 고연차의 부장 이만식(김응수)으로부터 구박받던 인턴사원 가열찬(박해진)이 이직 후 부장으로 초고속 승진, 자신을 괴롭히던 부장을 시니어 인턴으로 다시 만나게 되면서 생기는 해프닝을 그렸다.

'꼰대'는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을 비하하는 학생들의 은어다. 부정적 단어지만, 꼰대를 욕하던 이들이 어느새 꼰대가 되어 어느 시대에든 곳곳에 존재한다는 불변의 법칙 탓에 우리 사회와 뗄 수 없는 단어로 꼽혀 통용된다. 박해진은 극중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완벽한 상사였지만, 어느새 젊은 꼰대가 돼버리는 변화를 흥미롭게 표현했다.

이만식에게 치졸한 복수를 해대고, 아랫사람들에게는 어느새 자신이 증오하던 행동들을 저질러 호감과 비호감을 오갔다. 이윽고 자신을 되돌아보고, 성장하는 모습까지 담아냈다. 중간중간 회사 대표 남궁준수(박기웅)와의 갈등은 물론, 이태리(한지은)와의 오묘한 애정전선까지 줄타기해야 했다. 극 전반에는 본적 없던 박해진의 코믹까지 가미됐다. 인물의 성격뿐 아니라, 곁가지의 요소들로 인한 변화까지 완급을 조절하며 그려야 하는 고난도의 역할인 셈이다. 박해진은 이러한 가열찬을 완벽하게 주물러 연기해 호평을 이끌어냈다.

이번 박해진의 행보는 '소문난 칠공주'의 연하남 박해진부터 '치즈 인더 트랩' 속 유정 선배 박해진, '별에서 온 그대' 이휘경 역할 박해진까지. 그가 닦아온 필모그래피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과감한 도전이라는 표현이 걸맞는다. 혹여 망가질까, 자칫 우스꽝스러울까, 걱정은 없었냐 우문하니 "이제는 허물을 벗어던지고 싶었다"고 현답하는 그다.


이하 박해진과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 전문이다.

Q. 종영소감은?

A.
무사히 마무리되어 감사드린다. 촬영을 한 팀으로 마지막 회차까지 진행했다. 보통의 작품처럼 A팀과 B팀이 나뉘어 무한대로 촬영되는 것과는 다르게, A팀 하나의 팀으로 계약시간을 철저히 지켜가며 일정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Q. '꼰대인턴'과 처음 마주했을 때의 감상은 어땠나?

A.
시놉시스와 제목을 마주하고서 이 시대의 '꼰대'의 의미를 비틀어 꼬집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걱정도 있었다. 가열찬 부장 역할 설명에 '지랄미(美)'라는 표현이 있더라. 어떻게 연기하고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이었다. 대본 5~6부 넘어가며 감이 왔다. 꼰대가 아닌 사람이 꼰대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려뒀더라. 그간의 작품에서 본적 없는 내용 아닌가. 꼰대와 우리 사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나 다름없다.

Q. 연기자 입장으로 가열찬 역할의 매력은 무엇이었다.

A.
지금까지 맡아온 역할, 그리고 나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다소 인간미가 부족한 역할들이었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내 안에 없는 부분을 창조해내는 기분으로 연기했었다. 반면에 이번 가열찬은 내가 지닌 감정과 공감할 만한, 있을 법한 사람을 연기하는 기분이었다. 상대적으로 심적으로 여유로웠다.


Q. 박해진의 코믹, 낯설면서도 훌륭했다. 부담은 없었나?

A.
많이들 몰라봐 주신다. 나도 알고 보면 웃긴 사람이다. 항상 코믹 욕심은 있었으나, 기회가 없었던 것일 뿐이다. 안 해보던 장르라 낯설긴 했지만 박기웅, 김응수 선배, 한지은 등 주위에서 많이 도와줬다. 특히 코믹 연기가 농익은 김응수 선배와의 합이 아주 잘 맞아 가능했던 것 같다.

Q. 과감히 선택해 임해보니, 만족스러웠나?

A.
말했듯이 시청자에게 이런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싶었나 보다. 배우가 연기 중에 아리송하거나 불편하면, 시청자도 느끼기 마련이다. 한때는 연기 중에 문득 드는 불편한 느낌 탓에 압박 아닌 압박에 시달렸다. 심지어 '계속 연기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었다. 이번 '꼰대인턴'을 통해 연기의 재미를 다시 느꼈다. 완벽한 척하지만, 어쩔 수 없이 섞여있는 인간미. 빈틈은 인간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작품과 역할을 통해 그 매력을 발산한 기분이라 흐뭇하다.

Q. 작품을 관통하는 '꼰대'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도 궁금하다.

A.
'나도 꼰대인가?'라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하게 되더라. 이제 30대 중후반을 지나고 있다. 적지 않은 나이고, 현장에 가면 대부분 한참 어린 친구들과 호흡한다. 동생들이 '늦게까지 촬영해 힘들다'하면 '야'부터 튀어나온다. 이후엔 무조건 '라떼는 말야'로 이어질 맥락 아닌가.(웃음) 그때 다시 꼰대의 의미를 되새기며 말아버린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쫓아야 하지 않나 싶다.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꼰대라더라. 인생을 조금 더 살아 경험한 사람으로서 덜 산 이들의 실패를 줄여주기 위한 마음이다. 어느 정도 필요한 어드바이스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나쁜 단어 아닌 것을 좋은 의미로 쓰지는 않는다. '꼰대인턴'이 그 지점을 비틀어 비쳐줬다.

Q. 마지막 촬영 이후 눈시울을 붉혔다는 후문을 들었다.

A.
그러게 말이다. 최근에는 현장 마치고 그렇게 울었던 기억이 없다. '꼰대인턴'은 유난히 각별했다. 현장 막내 스태프가 후반 촬영 즈음 되니까 아쉬워서 계속 '이제 곧 마지막'이라고 하더라. 진짜 마지막 촬영이 다가왔고, 어려운 감정신 아닌, 가볍고 유쾌한 촬영이었다. 이런저런 농담을 나누고, 애드리브를 하다가 문득 '이조차도 얼마 안 남았구나'싶더라. 그제야 실감 나 울컥했다. 김응수 선배가 고생했다고 안아주면서 사랑한다고 하시더라. 두 번 울컥했다.

Q. 최강 꼰대 이만식 역할의 김응수는 어떤 선배였나.

A.
표현이 좀 없는 선배라고 생각했지만, 종영 이후 인터뷰를 통해서 혹은 주변 사람들을 통해 내 칭찬을 엄청나게 해 주셨다. 나야말로 이번 작품에 김응수 선배가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결심했다. 이 이상의 캐스팅은 없다고 생각했다. 꼰대와는 거리가먼 선배다. 딱 하나 있다. 아침마다 단체 카카오톡 방에 꽃 사진을 찍어 보내신다. 그래서 꼰대 아닌 '꽃'대라고 별명을 지어드렸다.


Q. 박해진과 봉사는 뗄 수 없는 수식이 됐다.

A.
악플러들을 포함한 연탄봉사가 화제가 된 탓에 그런가 보다. 이제는 나에게는 뗄 수 없는 게 되어버렸다. 애초에 시작할 때도 1회성은 안된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그걸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선행을 안 하면 섭섭한 느낌이 든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날이 추워지니 당연히, 어린이날 다가오니 당연히 하는 것이다. 안 하면 허전하고 스스로에게 섭섭하다.

Q. 어느새 나이 30대 중후반, 배우 행보의 중반전을 앞둔 것이다.

A.
맞다. 하지만 거창하고 뚜렷한 목표를 세우지 않고 산지 좀 오래됐다. 도달하지 못했을 때 상실감이 너무 크더라. 무작정 쫓게 된다. 그런 행동은 나에게 의미가 없을뿐더러 마이너스로 작용한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서 인간 박해진을 보여주고 싶다. 마치 이번 작품처럼 말이다. 이전까지 특별한 역할, 베일에 싸여있는 역할 등을 원했다면, 이제는 허물을 벗어던지고자 한다.

"배우에게 타인과의 경쟁은 별로 의미 있지 않다. 스스로 깨고, 이전의 나를 이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렇게 계속 허물 벗고, 깨고, 이기며 나아가겠다."

iMBC연예 이호영 | 사진 마운틴무브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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