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드라마였고, 어려운 역할이었다. 방송 내내 여주인공에게 이렇게 가혹한 일들이 연달아 벌어져도 되는 것이냐는 시청자들의 걱정도 줄을 이었다. 뿐만 아니라 함께 극을 이끌던 남주인공은 건강 문제로 중도 하차하게 됐다. 이렇듯 드라마 안팎의 위기부터 해결까지 오롯이 스스로 해내야 했던 서현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책임감을 배우게 됐다.
서현이 ‘시간’을 선택하게 된 건 전작 ‘도둑놈 도둑님’을 같이 한 장준호 PD와의 의리가 컸다. 서현은 “그만큼 저를 믿어주셨기 때문에 본인의 입봉작인데도 불구하고 연락을 주신 거라고 생각해서 잘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또 작품을 봤는데, ‘시간’에서 주는 메시지가 되게 많이 와 닿았다. 모두에게 유한한 시간 속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정말 다른 삶을 살게 되지 않나.”고 출연 이유를 언급했다.
물론 걱정도 있었다. ‘시간’은 서현이 소속사를 옮기고 홀로서기에 나선 후 처음으로 택한 드라마다. 서현은 “확 배우로서 변신을 해야겠다는 아니었는데, 어떤 모습을 먼저 보여줘야 할지, 어떻게 대중 분들에게 다가가야 할지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역할을 딱 떠올렸을 때 서현이 떠오르지 않아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제 안에도 분명 그런 모습이 있다고 생각을 했고, 이 작품이 신선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며 소신을 드러냈다.
결과는 서현의 말 그대로였다. 드라마 초반 우려 섞인 시선을 이겨내고 서현은 폭넓은 감정 연기를 소화하며 이전과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역할을 위해 화장도 거의 하지 않은 채 시청자들과 만났다. 뿐만 아니라 상대역의 하차라는 큰 위기에도 끝까지 든든하게 ‘시간’을 이끌었다.
“사실 그때 너무너무 부담감이 컸다. 내가 여기에서 실수하거나 잘못하면 작품 자체가 망가지고 무너지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그 당시에는 잘못될 가능성은 1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해내야한다는 생각만으로 했다. 약해지면 저도 흔들릴 것 같아서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사실 되게 많이 두려웠다. 체력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흔들리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만하거나 자기 만족에 빠진 것은 아니었다. 서현은 전작 ‘도둑놈 도둑님’을 할 때보다 성장했다고 느꼈냐는 질문에는 “성장하려고 노력했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스스로도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복귀하게 될지 예상을 하지 못했지만, 인생의 가장 큰 터닝포인트를 후회없이 보내고자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다소 아쉬움을 남긴 시청률에 대해서도 “애초에 기대를 안 했다. 대박 시청률을 욕심낼 만한 단계도 아닌 것 같고, 얼마나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자는 마음이 컸다. 이렇게 어려운 캐릭터지만 잘 한 번 만들어보자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벌써 데뷔 11년, 이미 수많은 경험치를 통해 단련된 서현이지만 드라마 ‘시간’은 또 하나의 계단이 되어 한층 그녀를 성장하게 만들었다. 여러 번 무너질 수 있었던 순간에도 스스로를 다독이고, 주변을 다독이며 주연 배우로 발돋움한 서현의 차기작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