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특별기획 '돈꽃'을 통해 2017년 11월부터 약 4개월 가량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아온 '강필주'(장혁)를 강남 모처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Q. 너무나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주말드라마로 이런 퀄리티를 볼 수 있어서 시청자로서는 좋았는데 작품 선택할 상황에서도 이런 결과가 예측되었었나?
A. 내가 이 작품을 한다고 하니까 다들 주변에서 하는 첫 번째 이야기가 "왜 주말극을 하냐?"였다. 팬들도 주말극을 한다는 선택에 대해 실망감도 표현했었다. 주말극은 회당 제작비가 미니시리즈와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스케일이 다르다며 상대적으로 초라할 것 같다는 의견이더라. 하지만 나는 외적인 스케일보다 인물들의 심리적인 걸 표현해 내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출연작 '마이더스'에서 사건에 이끌려 갔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서 이번 작품에서는 내가 사건을 주도하는 캐릭터를 해 보고 싶었다. 주말극이라 하더라도 잘 해내면 되는 거 아니냐 생각했었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마무리를 하게 되었다. '강필주'라는 역할도 매력적이었고 작가의 필력이 좋았다. 또 연출하시는 감독님과도 인연이 있었고, 이미숙 선배, 이순재 선생님 등 그분들이 먼저 캐스팅 되었다는 사실도 힘이 되었다. 그래서 흔쾌히 선택했다.
Q. 방금 말씀하신 이순재, 이미숙 선생님들의 연기가 '돈꽃'이라는 드라마를 더욱 고급스럽고 긴장감 있게 만들어 줬던 것 같다.
A. 대단하신 분들이다. 진짜 저렇게 열정을 가져야 40년, 60년 뒤에도 살아 남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분들도 쟁쟁한 동기들, 동료들 사이에서 독보적으로 지금까지 연기를 하고 계시는 건데, 그렇기 위한 열정과 느낌들이 참 존경스러웠다. 다른 선생님들도 마찬가지고, 많은 걸 공부하게 된 작품이었다.
Q. 개인적으로 정말란과 강필주간의 절대적 신뢰, 복수 외에 미묘하게 오가는 야릇한 분위기가 너무 인상적이었다. 둘 사이에 뭔가 있겠구나를 상상하게 만드는 그런 케미는 어떻게 나오게 된 건가?
A. 우연찮게 제가 대본을 읽은 해석과 이미숙 선배님의 해석이 일치했다. 단순히 복수하는 대상으로만 바라보면 어색할 것 같았다. 둘 사이에는 17년 이상의 시간차가 있고 그 시간 동안 여러 경험과 관계가 있었을 것이다. 필주의 시선에서 정말란을 봤을 때 복수의 대상이라는 한 가지 색으로만 보이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미숙 선배도 같이 생각을 하셨더라. 둘 사이의 관계에 플러스 알파를 가져가보자고 하셨고, 다양하게 이야기했던 부분들이 드라마 속에서 녹여졌던 거 같다.
뜨거웠던 사람들끼리 많은 걸 했던 거 같다. 이순재 선생님도 그렇고 이미숙 선배도 그렇고. 우리는 연기적으로 많은 걸 준비해서 현장에서 패를 꺼내면 선생님들은 세월의 연륜에서 나오는 패를 꺼내서 수를 두더라. 준비했던 것들을 이것 저것 다양하게 끄집어 내도 선생님들도 더 다양하게 받아주시는데,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나 싶었다. 40년, 60년된 저력이 저런 거구나 싶었다. 그런 것들이 많이 어우러져 나왔던 작품이었다.
Q. 단순히 보면 강필주에게 나머지 사람들은 복수의 대상이었을 뿐인데 복잡미묘한 관계의 감정들이 잘 표현되었던 드라마였다.
A. '복수를 다 하고 나면? 그 다음은?'이 궁금했다. 그래서 쉽게 복수를 못 했던 게 아닐까? 복수에 얽매여 있는 강필주였지만 오랜 세월 그들과 함께 살면서 생긴 애증도 있었을 것이다. 장부천은 장말란의 아들일 뿐인데 복수하려니 미안하기도 했을 것이고, 나모현은 사랑했지만 이용했기에 죄스러운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인물들 각각의 관계에 얽힌 감정들은 여자 연출이었기에 잘 드러날 수 있었던 거 같다. 남자 연출이었다면 관계보다 사건, 솔루션에 대해 더 집중했을 것 같다. 연출했던 김희원 감독은 그런 관점이 있었다. 섬세하고 센스 있게 극의 중심을 잡아가 줬다. 배우들을 유순하게 잘 휘어잡는 감독이다. 그만큼 숙제도 많이 해 오신다. 그러다 보니 대화가 잘 되고, 서로 인정하며 작품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것이다. 감독과 배우들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을 작품이 끝날 때까지 매주 일주일에 한번씩 아침 8시 대본 리딩을 통해 가졌다. 그만큼 감독님이 노력을 하고 의지를 보였기 때문에 모두가 진심으로 따라갈 수 있었다.
Q. 극중 변호사로 생소한 단어도 많았을 것이고 대사량도 많아 보이더라. 힘들지는 않았나?
A. 강필주는 기업형 변호사다 보니 법률용어 보다 경제용어가 많았고 '마이더스'때 한번 공부 했던 게 있고 평소에 사설이나 뉴스를 많이 보는 편이어서 용어가 생소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대사를 자연스럽게 하려면 백 번 이상은 말로 꺼내봐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럴만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막히는 부분이 생기더라. 안 그러려고 애를 썼다.
Q. 예전의 어떤 작품에서는 다양한 표정연기가 포인트가 되고, 어떤 작품에서는 액션이 포인트가 되고. 이번 작품에서는 '포커페이스' 연기를 선보였다. 작품마다 연기 변신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는가?
A. 연기 변신에 부담은 없다. 그냥 그 인물에 맞춰서 연기하는 것일 뿐이다. 연기 하는 사람 자체가 장혁이다 보니 말하는 톤이나 목소리가 변하기는 불가능하다. 대신 어떤 상황이냐, 어떤 캐릭터냐에 따라 표현하는 데는 차이가 있다. 그런 차이를 작품 별 캐릭터에 맞게 표현할 뿐이다. 이번 강필주는 겁이 많은 인물이었다. 그래서 포커페이스 연기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두렵고 매사에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고 절제했어야 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솔직할 수 없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Q. 실제 장혁은 어떤 인물인가? 솔직한 편인가?
A. 솔직보다는 충실하게 살려고 노력한다. 충실보다는 성실이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겠다. 내가 선택한 것에 성실하게 임하려 고 한다. 이순재, 이미숙 선생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 '연기는 3 자세가 7'이다. 자세를 7을 유지해야 계속 일을 할 수 있다는 말이 확 와 닿더라. 자세가 갖춰지지 않으면 연기 3을 아무리 잘해도 부족함이 많은 것이다. 지금까지 연기하며 느낀 건 내가 성실해야 더 오랜 세월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까지는 꾸준히 해왔던 것 같다.
Q. 20년 정도 연기 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성실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A. 아직도 가슴속에 뜨거운 게 있다. 96년 SBS '모델'이라는 드라마의 대본 리딩을 하러 갈 때의 새벽공기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이 심정은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그럴 거 같다. 지금도 현장을 가면 어떻게 연기할까 하는 긴장감과 연기 해낸 뒤의 편안함, 이 두 가지 감정이 항상 존재한다. 이런 게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에 가능 한 게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매 순간 두렵다. 매번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고 연기를 많이 할수록 더 어렵다. 조금만 노력해서는 새롭게 봐주지 않고, 할수록 더 많이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리랜서로 계속해서 캐스팅을 당한다는 거 자체가, 그래서 이미숙, 이순재 선생님이 대단한 거다.
Q. 이후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
A. 오랜 공백 없이 작품으로 돌아올 것 같긴 한데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다. 조만간 '뭉쳐야 뜬다'는 예능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오랫동안 촬영장에 있다 보니 여행이 가보고 싶어서 선택했다. '뭉뜬' 가기 전에 가족들과 먼저 여행을 다녀올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은 보통 친한 친구들이 불러서 편한 마음으로 참여 했었다. 김종국, 차태현, 김수로 등이 있어서 '패떴' '용띠클럽' '진짜 사나이'같은 프로그램에 나갔었는데 '뭉뜬'은 정형돈, 김용만과 예전 '일밤-단비'때의 인연으로 함께 하게 되었다. 잘 다녀오겠다.
iMBC연예 김경희 | 사진 손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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